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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폭행 피해 의사 "환자가 또 병원에 올까봐 무섭다"

    끊이지 않는 응급실 의료인 폭행사건, 근본대책 마련해야

    의료인 폭행방지법에 가중처벌법까지 통과됐지만 가벼운 처벌에 그쳐

    기사입력시간 2018-07-03 06:03
    최종업데이트 2018-07-03 11:0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응급실 의료인 폭행사건으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인 폭행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5년 응급 의료인 폭행방지법에 이어 2016년 가중처벌법까지 통과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어서다. 

    응급의료법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이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 의사 “병원에 환자가 또 올까봐 무섭다” 

    3일 의료계와 피해자 이모과장 등에 따르면, 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서 폭행 사건을 일으킨 환자 A씨는 경찰조사를 받고 있으며 손가락이 아프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렇게 되면 A는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앞서 1일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 A씨가 이모 응급의학과장에게 코와 입 부분을 주먹으로 때리고 쓰러진 다음 발로 수차례 밟아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장은 “A씨가 살인협박을 해서 너무 무서워서 일단 고소를 했다. 환자가 병원에 언제든 찾아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 특성상 A씨를 병원 입구에서부터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거나 이 과장과 아예 접촉을 하도록 막기는 어렵다. 

    이 과장의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물론 일선 의사들 모두 “응급실에서 흔하게 겪는 일이다. 응급실 의료인 폭행은 가중 처벌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응급실 의료인 폭행 관련 판결을 보면 피고인에게 600만원 벌금형에 그쳤다. 다만 2017년 7월 판결에서는 누범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 판결이 이뤄졌다. 누범이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이내에 또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 폭행은 너무 흔하게 일어난다. 법적 처벌을 확실히 하고 가중처벌을 따르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환자와 보호자 등 일반 국민들이 응급실 폭행은 해선 안되는 일이라는 인식을 널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92% 가 폭행 경험, 환자들에게도 피해 

    대한응급의학회지에 2015년 발표된 '응급실 폭력과 폭행대응의 이해 및 변화조사' 연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수련병원 30곳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236명 중 218명(92%)이 폭행을 경험했다.
     
    유형별로는 언어폭력 경험자가 201명(85%), 신체적 위협이 140명(59%), 신체적 폭행이 59명(25%) 이었으며, 폭력 경험 사실이 없다는 전공의는 18명에 불과했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의 2016년 '의료정책포럼' 기고문에 따르면 의료인 폭행은 환자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교수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가해지면 환자에 대한 정상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인력 손실로 의료서비스 제공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진료공백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대부분 개설자를 포함해 소규모 종사자가 근무한다. 환자 난동이 발생하면 초동 대응 자체가 쉽지 않아 환자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의사가 상해를 입을 경우에는 일정 기간 의료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고, 주민들의 의료접근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 폭행 사건은 의료인의 진료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의 대상인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끊이지 않는 의료인 폭행사건, 근본대책 마련해야 

    의료계는 이번 사건으로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폭행이 여러 차례 이슈화됐다. 이 때마다 부도덕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한 강력한 처벌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국민들에게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며 "국민 건강권을 위해 더 이상 진료의사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응급실 의료인 폭행방지를 위해 응급실에  관할지역  경찰이 파견, 상주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끊이지 않는 폭행과 진료방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다”고 했다. 

    전북의사회는 "응급실 폭행은 범죄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응급실 의료진과 일반 진료실 폭력을 철저히 보호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배상하는 '의료인 폭행방지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