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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평원 진료비 심사, 의료기관에 자율성 주고 책임 강화?

    정부 "의무기록기반 경향심사로 개선", 병원 "진료패턴 공개 등 부작용 있을 것"

    기사입력시간 2018-04-14 07:59
    최종업데이트 2018-04-14 07:59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건강보험 심사제도를 의료기관에 자율성을 주고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13일 열린 'Korea Healthcare Congress 2018' 학술대회 '건강보험 심사제도 이대로 좋은가?' 세션에서 일정기간 심사성적에 따라 심사유예 기관을 선정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패널티를 주는 방식을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는 의료계로부터 일관성 없는 심사, 불명료한 심사기준, 무리한 삭감 등의 이유로 불신을 받아왔다. 더불어 인구고령화로 인한 질병구조의 변화, 신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진료비 심사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심사업무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교수는 "현재의 심평원 진료비 심사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현행 심사기준은 조정이 많이 발생하고, 공개되지 않은 판단기준, 지역 간 다른 기준, 심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준의 모호함 등이 문제로 제기돼 앞으로 지속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늘어나는 심사 물량에 대한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물량 대비 전문인력이 쫓아가지 못하니 심평원 직원들도 스스로 일이 힘들다"며 "여러모로 현재의 심사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내외부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 교수는 심사업무의 프로세스를 효율화 하고, 스마트형 심사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심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먼저 그동안 실시했던 건별, 이용량 심사가 아니라 환자 중심의 이용도 관리를 심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청구 건 단위가 아닌, 환자 단위로 동일임상 유형의 환자에 대한 진료 패턴을 비교하는 환자중심 포괄적 심사체계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렇게 하면, 급여기준을 벗어나도 의학적으로 필요한 환제에 대해 일정 수준 의료인의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진료 경향성을 분석해 의학적 적정성에서 많이 벗어나는 경우에는 정밀 심사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윤 교수는 '건강보험 심사 그린인증제'를 도입해 자율성을 높이되 책임은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그는 "일정기간 잘하는 기관에 심사 유예기간을 주고, 무작위 표본대상으로 심사를 실시해 적발되면 훨씬 더 세게 벌을 주는 자율과 책임 형태의 심사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기존에 실시하던 진료건 단위의 심사에서 의무기록에 기반한 기관별 경향 심사로 전환해 심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심평원이 공개한 심사·평가 시스템 개편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정 과장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비급여가 급여권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심사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며 "이제는 의료기관이 급여부분을 수익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심사자체의 정확성이 담보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정 과장은 현재의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을 바로잡는 것부터 심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급여기준은 사실상 혜택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심사와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응증 등을 정하는 급여기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 심사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심사기준은 급여기준에 엄격히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의무기록기반 하에서 의학적 필요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면, 급여기준은 복잡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단순 증상이 아니라 해당 질병이 특정한 검사나 특정한 처치를 할 만했다는 합리적인 조건 하에 치료가 이뤄졌다면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의무기록기반의 심사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과장은 "심사기준과 관련해 아직 완전히 공개하지 않은 급여기준과 심사지침, 심의사례까지 향후 세부 규정들을 투명하게 공개 하겠다"면서 "다만 이를 남용할 수 있는 상습범 의료기관을 잡는 기준도 있어야 한다. 계속 경향심사를 하다가 특정 경향이 나타나면, 이것을 기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체계 개선은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의료계의 노력도 같이 가야한다"며 "아무리 (심사를)잘하더라도 보험자와 공급자 간에는 시각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타나는 분쟁들은 가급적 줄여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기획정책이사는 의무기록기반의 심사체계 개편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유 이사는 "현재 거시적인 심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지금 청구 건별 심사에서 경향심사, 의무기록기반의 심사로 한다는 빅픽쳐를 그리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마다 의무기록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표준화 작업은 의료기관의 업무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이사는 "또한 의무기록기반은 그동안 객관식으로 했던 심사를 주관식으로 문제를 내겠다는 것으로, 이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도 다시 필요하다"며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시간동안 의료기관은 또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주관적인 의무기록을 어떤 표준화를 가지고 얼마나 의료인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행하면 의사들의 진료패턴이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심평원은 블랙리스트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의료기관과 함께 디스인센티브를 주는 곳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유 이사는 의무기록기반의 심사체계 개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상급종합병원부터 우선 전산으로 실시할 수 있는 것부터 시범적으로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유 이사는 "이제는 비급여의 급여화까지 더해져 더 이상 심사체계에 방관하고 투정부릴 때가 아니다. 의료계가 요구해야 할 심사체계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