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소아외과-일반외과 의사, 신생아 수술 사망률 차이나…최소 소아외과 의사 63명 더 필요

    "한국, 외과의사 수 세계 꼴지 수준…정책적 우선순위 높여 제도적 지원 필요, 장기적으로 200명 충원돼야"

    기사입력시간 2021-05-11 18:43
    최종업데이트 2021-05-11 18:43

    국내 소아외과 의사의 부족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소아외과 의사의 부족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요 소아 질환에 대한 적절한 수술이 이뤄지기 위해선 최소 63명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려대안산병원 오채연 소아외과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오상훈 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 10일 소아외과 의사 인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이 대한의학회 학술지(JKMS)를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소아외과 수술은 총 124% 증가했으며 이 중 약 10.25%만이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서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한 주요 소아 질환 수술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주요 소아 질환에 대한 수술은 연간 약 3만2228건이었으며,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서 시행된 수술의 비율은 2002년 8.32%에서 2017년 15.92%로 늘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환자의 급성 복증에 대한 소아외과 전문의의 수술 비율도 2002년 44%였으나, 최근에는 89.7%로 증가했다. 
     
     소아외과 전문의와 일반 외과 전문의 수술에 따른 신생아 환자 사망률이 차이를 보인다. 사진=JKMS

    그러나 서혜부 탈장과 충수돌기염 등 일부 수술에 대한 소아외과 전문의의 수술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아외과 전문의와 일반 외과 전문의 수술에 따른 신생아 환자 사망률이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5년 동안의 신생아 중환자실 환자들에서 급성 복증 수술 후에 발생한 생후 30일 사망률은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서 시행된 그룹이 일반외과 의사에 의해서 시행된 그룹에 비해서 3% 가량 유의하게 낮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도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동 100만 명 (15 세 미만) 당 소아 외과 전문의 수와 1인당 국내 총생산지수(GDP)를 살펴보면 비슷한 경제수준인 이탈리아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소아외과 의사가 아동 100만 명당 7.16명인데 반해 이탈리아는 51.8명에 달했다. 이외 일본은 38.7명, 프랑스는 19.8명, 영국은 30.1명, 독일은 24.1명, 필란드는 105.2명, 미국은 20.5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2019년 기준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4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을 모두 소아외과 전문의가 시행한다고 가정 하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아외과 전문의의 인력을 추정해보면, 지표 수술 약 63명, 주요 소아질환에 대한 수술 약 209명,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 약 63명, 모든 소아외과 수술에 약 366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향후 적어도 지표 수술 또는 신생아 중환자실 환자에 대한 수술만큼은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서 시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63명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양질의 소아 질환 수술을 위해선 약 200명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동 100만 명 (15 세 미만) 당 소아 외과 전문의 수와 1인당 국내 총생산지수(GDP). 사진=JKMS

    그렇다면 소아외과 전문의 숫자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소아외과 전문의들의 처우가 가장 큰 문제였다. 

    2016년 고려대 안암병원 부윤정 교수가 발표한 '한국 소아외과 의사의 근무실태' 연구에 따르면 진료실적 보충을 이유로 다른 과 진료를 병행해야 하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54%에 달했다. 

    또한 소아외과 전문의 중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인원은 21.1%, 홀로 매일 온콜(on-call) 당직근무를 해야 하는 이도 42.3%나 됐고 타과의 협조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인원도 59.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의료수가를 개선하고 소아외과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이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희대병원 장혜경 소아외과 교수는 "잘못된 수가와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소아외과 전문의들의 처우가 좋지 못하다. 전문의 수도 감소하면서 이대로라면 소아외과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설지영 외과 교수도 "소아외과를 필수의료로 지정해 인건비 부담과 별도 가산수가를 책정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소아외과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