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어 이미 나와있는 다른 질병 치료제를 활용한 대증 치료를 하고 있다.
현재 스테로이드흡입제부터 항응고제(후탄·헤파린), 항생제, 항바이러스약제, 에이즈치료제, 에볼라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이 코로나19 대증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토카인억제제, TnF알파억제제 등 항염증의약품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되도록 활용을 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체치료제 헤파린·트루바다 긍정적..염증제 부작용 너무 많아"
국립중앙의료원 신형식 감염병연구센터장은 1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국내외 치료제 개발 동향을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은 매우 빠른 편이지만 감염 후 80% 정도가 경미한 환자이며, 증등증은 15%, 중증은 5%"라며 "중등증에는 항바이러스약제나 항생제, 스테로이드흡입제, 항응고제 등을 사용하고 중증환자는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와 함께 중등증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대증치료를 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관련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임상이 진행 또는 진행예정인 약물은 하이드록클로로퀸(HQN), 칼레트라, 렘데시비르, 스테로이드흡입제, 헤파린, 필피비린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치료제 연구에는 렘데시비르·HQN 비교연구, 칼레트라·HQN 비교연구, 스테로이드흡입제 등이 있으며, 노출자 예방치료법 연구에는 HQN 투여 효과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폐렴이 급격하게 진행하거나 노인에 대해 안티C5길항제를 투여하고 있는데, 해당 약물은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국내 시판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선은 임상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스웨덴과 중국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신 센터장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헤파린, 릴피비린(HIV 치료제) 등의 효과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대변바이러스 배출 감소 및 억제 연구, BCG백신·아지스로마이신 등 선천면역을 향상시키는 약물연구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센터장은 "현재 거론되는 많은 약물들 중에서 의학자가 찬반이 갈리는 것들이 많다. 당장 임상이 가능한 약물은 후천면역을 간섭하지 않으면서 선천면역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해당되는 약물은 HIV 치료제 트루바다와 릴피비린"이라고 설명했다. 트루바다는 뉴클레타이드 억제제여서 DNA와 RNA 작용하는 약이며 HIV약으로 여러 부작용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헤파린도 현재 스웨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 역시 시급히 해당 약을 통한 대증치료와 임상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심혈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센터장은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 연구를 언급하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선천면역을 높이며 조직 재생을 돕는 치료법이다. 동시에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치료 적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항체치료, 혈장치료, 항염증약품 사용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항체치료, 혈장치료 등은 심각한 경우에만 필요한데,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경증이다. 15% 정도인 중등도폐렴 역시 기존의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중증환자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반드시 도입 전에 여러 번 동물실험 등을 통해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이토카인 억제제, TnF알파 억제제 등 항염증약품은 부수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욱이 코로나19는 하나의 증상만 억제해서 해결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이런 약물들을 서둘러서 임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 1~2년만에? "사실상 불가능..임상 2, 3상 수년 걸릴 수도 있어 길게 봐야"
치료제와 달리 백신 개발은 사실상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유롭게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대한백신학회 황응수 회장은 "현재 국내외 많은 곳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나, 가장 빠른 곳이 임상1상에 그친다"면서 "1~2년 이내에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바이러스 변이 등으로 인해서 유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백신 자체의 안전성 확보는 많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비특이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면역반응 유지에 대한 자료도 충분치 않아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백신 투여 후 2~3년 후 심각한 질환으로 발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준 팀장도 "코로나19에 대한 임상자료가 많이 없어서 증상과 바이러스 증식을 단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B형간염이나 C형간염처럼 만성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려면 바이러스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단정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항바이러스 물질을 비롯해 더 많은 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스크리닝 전략이 필요하다"며 "백신의 경우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이 외부 항원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개발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즉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0년정도의 임상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임상1상을 넘어간 모더나도 단지 메르스 때 개발한 후보물질 플랫폼이 있어 여기에 코로나 항원을 넣어 임상1상이 빠르게 진행된 것일 뿐, 임상 2, 3상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팀장은 "많은 연구자들이 후보물질을 가지고 치료제,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제대로 지원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