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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원인, 주사제 1병 나눠 투여한 것"

    일주일에 2병만 인정해주던 행정지침 1994년 변경됐지만 관행은 그대로

    환자단체 1월 같은 내용 지적…보건의료노조, "의료기관과 경영진, 보건당국 모두의 책임"

    기사입력시간 2018-04-06 11:38
    최종업데이트 2018-04-08 15:14

    사진=이대목동병원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사망사건은 주사제 1병을 나눠서 투여하는 ‘분주’ 관행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에서 일주일에 2병만 인정하던 과거 관행을 그대로 따른 것이 균 오염의 발생 원인이라고 했다.   
     
    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와 전임 실장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10일 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심모 교수와 전공의 강모씨, 간호사 B씨·C씨 등 4명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부터 오후 10시 53분 사이에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졌다. 경찰은 의료진 7명에 대해 감염·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 이 사건을 일으킨 혐의를 적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등을 근거로 숨진 신생아들 사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균에 감염됐다고 했다. 균 감염은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간호사들이 '주사제 1병을 환아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감염 예방 지침 '1인 1병 원칙'을 어긴 것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지침만 지켰더라도 신생아가 4명이나 한꺼번에 숨지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의 핵심인 이런 '분주' 관행이 이대목동병원이 개원한 1993년부터 있었다고 했다. 당시 지질영양제를 환아 1명당 일주일에 2병만 처방하면서 간호사들에게는 ‘매일 투여하라’고 지시하고 간호사들은 영양제를 여러 환아에게 나눠서 맞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994년 주사제를 한병만 사용하고 남은 것을 폐기할 때까지 행정 지침을 바꾼  이후에도 의료계는 관행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목동병원은 2010년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을 준비하면서 국제 인증 기준인 '처방과 투약을 일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박 교수와 조 교수도 이때 지질영양제 처방을 '환아 1명당 매일 1병씩'으로 바꿨다. 그러나 간호사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고, 간호사들의 분주 관행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교수들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 비용을 청구할 때 1명당 1병씩 맞힌 것처럼 비용을 과다청구한 것도 문제 삼았다. 경찰은 이를 사기 혐의로 보고 심평원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환자단체는 지난 1월 18일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계는 병원이 스모프리피드 한 병 중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감염 예방을 위해 폐기한 후 한병 전부의 건강보험 급여비용을 청구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삭감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이번 집단사망사건은 의료수가가 낮아서 발생한 것도 아니고,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도 아니다. 병원의 과도한 이윤 추구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이대목동병원은 500ml인 스모프리피드을 각각 5개 주사기로 나눠 사용했다고 주장했다”라며 “그렇다면 이대목동병원은 심평원에 500ml 1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을 청구를 했어야 하지만, 500ml 5개를 청구해 허위청구 의혹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진료비상세내역서에 기재된 비용인 한 병에 2만672원하는 성인 용량인 500ml(건강보험 상한가 2만2969원)만 구비하고, 소아나 청소년에 적합한 용량인 100ml(건강보험 상한가 1만2940원), 250ml(건강보험 상한가 7393원)는 구비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심평원은 “스모프리피드는 일부 용량 사용과 잔여량 폐기 후 한 병 전체 청구 시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며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스모프리피드' 약제 심사 결과 조정·삭감된 사례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환자단체는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신속한 현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라며 “이대목동병원의 집단사망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건강보험 급여비용 허위청구 사실이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스모프리티드 한 병에서 신생아에게 필요한 용량만큼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했다면 신생아 4명에게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스모프리피드’ 약제설명서의 ‘보관 및 취급상의 주의사항’ 항목을 보면 “한번 사용하고 남은 액은 버려야 한다”라고 표기됐다. 환자단체는 “이 원칙은 스모프리피드 관련 건강보험 급여기준와 의료수가에도 현재 반영됐다”라며 “이대목동병원이 해당 약제의 건강보험 급여비용 허위청구를 했다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국회와 정부도 전문 학회, 민간전문가, 시민·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사망사건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제도·정책·법률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당국은 지난 3월 7일 주사제 분할 사용 후 증량 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84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자진신고 하도록 요구했다”라며 “이들 의료기관 모두가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잘못된 관행’을 방치해온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잘못된 관행을 방치하도록 한 관리감독의 의무가 과연 이들 구속영장이 청구된 의료진들에게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당장 자진신고를 요구한 의료기관이 84개에 이른다는 것은 병원과 정부의 감염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 준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찰이 밝힌 잘못된 관행의 책임은 해당 의료진만이 아니라 해당의료기관과 경영진, 보건당국 모두에게 있다”라며 "감염관리시스템과 병원운영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