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카테고리

검색

0

"원격의료 도입하면 일차의료 역량 강화·의료전달체계 재정립 효과"

의협 "만성질환 자각증상 없어 원격의료 더 위험...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우선"

기사입력시간 20-07-29 14:51
최종업데이트 20-07-29 14:51

이 기사를 많이 읽은 의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해 일차의료를 개선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원격의료 도입은 일차의료 강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해 국가 의료비 부담도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주로 보는 만성질환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심각한 합병증이 시작된 것인 만큼, 대면진료를 더욱 강화하고 이를 위한 적정진료 여건 조성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의료 추진하고 의료전달체계 재정립하자"

29일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주최로 열린 지역사회 일차의료 역량강화 방안과 디지털헬스케어 국회 토론회에서 기존 원격의료 추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하는 데 디지털헬스케어 등 원격의료를 활용하자는 발제가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홍윤철 교수는 '디지털헬스케어를 활용한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주제로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 기반을 구축하려면, 지역사회 중심의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개방형 병원과 비슷한 '포스트코로나 민관협력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역사회가 소유한 병원으로 지역사회 의료진과 병실, 검사장비, 진료가이드라인 등을 공유하고, 대형병원에 가지 않아도 MRI, CT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다.



홍 교수는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의사들의 확충도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지방의료원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민간과 협력하는 공공의료 플랫폼을 구축·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의사 불균형 분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조정관 역할을 하는 책임있는 주치의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강재헌 교수는 일차의료 인력 개선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의 필요성 및 방안'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제대로 일차의료를 배우지 못하고 전문적인 질환에 대해서만 수련을 받은 후 개원을 하다보니 일차의료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경영난이 있는 병원은 내과, 가정의학과 등의 전공의마저 응급실에서 일하게 한다"면서 "일차의료를 강화하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대부분 국가들은 일차의료 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수련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극 관여, 관리한다. 우리도 어느 정도 지원하면서 동시에 커리큘럼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지난 회기에 폐기된 일차의료발전특별법을 재발의·제정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당 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일차의료를 정립하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책을 수립하며, 의료기관 장이 양질의 일차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병의원간 협력체계 마련, 인력 양성 강화, 일차의료 표준모형 개발 등의 근거도 있다. 

강 교수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한 후 디지털헬스케어기기 등을 도입해 일차의료의 역량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고령자의 의료접근성 강화와 감염병 유행 방지 등을 위해 원격의료가 필요하지만, 당장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오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되, 이에 앞서 주치의 제도 도입, 돌봄 연계 등의 선행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원격의료 도입시 고비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스마트폰 중심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보호 보안 강화, 관련 법제도 정비 등도 이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건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풀뿌리 의료인 지역의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 수가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제대로된 일차의료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디지털헬스케어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ICT기술 접목시 의료 공백과 사각지대 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만성질환, 원격의료로 치료할 수 없는 분야...더 많은 대면진료 필요"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입장은 달랐다. 일차의료에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며 적정진료를 할 수 있는 진료 패러다임 전환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의협 김대하 홍보이사는 "개인적으로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의 온라인 강의를 자주 듣는다. 거기에서 '급성 질환이 아니라 당뇨병, 고지혈증 등 약만 먹는 만성질환은 원격의료가 가능하다'는 발언이 나왔다"며 "물론 미래에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가 많아지면 재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겠지만, 만성질환은 원격의료 도입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는 "만성질환의 특징이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환자가 원격진료를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하다면 이미 합병증이 발생했다는 뜻이다"라며 "이 때문에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자각증상이 없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해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고 생활습관을 교정받으며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면진료에서도 1년에 4번 시행을 권고하는 당화혈색소검사를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환자들이 자각증상이 없어 약만 받고 가려는 현상 때문이다.

김 이사는 "대면진료에서조차 지속적인 검사를 권고하기가 어렵고 종종 실랑이까지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만성질환부터 원격진료를 도입해 환자들이 약만 처방받아 먹게 되면 상당한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은 약물치료 뿐아니라 교육과 상담, 의사의 상호작용과 간섭이 필요한 질환이다. 즉 원격진료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질환"이라며 "사실상 일차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원격의료 도입이 아닌, 의사들이 만성질환자들에게 적정진료를 제공하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진료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3분진료를 탈피해 환자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상담하면서 세밀한 분석이 이뤄지는 진료가 필요하며, 이를 개원가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치 원격의료가 시급히 도입해야 한 의료제도인 것처럼 부풀려지고 있으나, 정말 시급한 사안은 원격의료가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라며 "의료에 대한 적정보상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진료 질도 개선되고 의료전달체계도 재정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차의료만성질환관리추진단 박형근 단장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디지털헬스케어 발전으로 환자들의 생체정보는 무한정 수집할 수 있게 됐지만, 의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분석해 진료에 활용할만한 기반이 없어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박 단장은 "건강보험은 행위별 중심으로 보상된다. 의사들이 전자기록들을 봐도 보상이 없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활용한 일차의료 질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를 도입하기 전에 동네의원의 만성질환 비대면 모니터링에 대한 보상기전을 마련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