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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격의료가 ‘정책’아닌 ‘정치’적으로 활용?…원격의료 둘러싼 찬-반 ‘팽팽’

    의료사고 급증·의료질 저하·환자쏠림 등 문제 많다 VS 성숙단계 거치면 효과 기대 가능

    기사입력시간 2020-06-17 14:30
    최종업데이트 2020-06-17 14:30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비대면진료 확대 기조가 명확한 가운데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의료계 내 찬반 주장이 엇갈렸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7일 국회도서관에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찬성 측은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목적과 이유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의학적 관점에서 의료사고 급증, 의료질 저하, 의료전달체게 붕괴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대 측 “효과·유효성 검증 없어…의료사고 급증·의료질 저하 등 문제점도”
     
    이날 토론회 참석자 대다수는 원격의료 도입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보건의료정책으로서 효과와 유효성이 적고 경제 모델로서도 편익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이 국내 의료시스템 내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그는 도입에 따른 실익보다 문제점이 더 큰 제도라고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창엽 교수는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상황뿐만 아니라 의료 전반에서 환자 생명과 연관해서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며 "의료정책으로서 원격의료는 인력이나 시설 확충, 이동수단 개선 등 의료 접급선 개선 정책과 비교해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격의료 활용에 따른 환자 편리성, 의료 질 향상 등은 전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도입을 위한 재정투입과 노력 대비 원치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

    이 때문에 오히려 원격의료 도입이 정책적 측면보다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김창엽 교수의 견해다. 경제활성화 측면에서도 큰 효용을 찾기 힘들지만 정치적으로 원격의료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국은 다음 세대 성장 대책을 내놓는 것이 책무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원격의료에 대한 정책적, 경제적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논리 등 정치적 영역으로 원격의료가 작용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의료계를 대표해 참석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조현호 이사는 "현재와 같이 아무런 법,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의료사고가 급증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급종합병원과 무한경쟁하고 있는 1차의료기관들은 모두 몰락하게 되는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

    이에 더해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도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며 대형병원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박 회장은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창궐할 때 어쩔 수 없이 생겼다"며 "지금은 생활방역 수준이고 1차의료기관에 만성질환관리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고 의료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원격진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원들은 길어야 한달 정도 약을 처방하는데 대학병원들은 6개월에서 1년치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렇게 길게 처방하며 원격모니터링 등 원격의료를 주장하는데 만성질환 관리 차원에서 이런 환자들을 모두 로컬(1차의료기관)로 보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도 "이미 삼성생명은 마이헬스노트앱 등을 통해 원격의료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며 "이를 강북삼성병원과 연계해 환자 건강관리로 확대하려고 한다. 원격의료는 대기업 등 대형자본이 의료를 수직수평적으로 네트워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 “효과 없다고 보기 어려워…환자 쏠림 없을 것”
     
    반면 반대 주장을 펼친 가톨릭의대 윤건호 내분비내과 교수(당뇨병학회 이사장)는 우선 원격의료의 효과를 어느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처음 시작된 진료행태가 성숙단계를 거치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듯 원격의료도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나며 비용대비 효과 측면이 긍정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봤다.
     
    가톨릭의대 윤건호 내분비내과 교수

    윤건호 교수는 "원격의료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처럼 주장하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많은 논문과 실증사업들에서 밝혀졌지만 원격의료에도 장단점이 충분히 있다. 연구 한계로 인해 장기적 효과를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아예 효과가 없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격 모니터링 등을 통해 환자가 얼마나 스스로 질병을 이해하고 관리하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성이 결정됐다.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도입 이후 성숙단계를 거치지 못해 처음부터 효과가 없다고만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토론자들의 반대 견해에 대해 윤 교수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정도가 돼야한다고 답했다. 또한 원격의료 도입으로 오히려 환자 쏠림이 해결되고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건호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몰린다는 주장이 있는데 오히려 원격으로 환자들을 상대하다보면 외래환자를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 현재 환자의 절반 정도로 대면진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비대면진료로 할 수 있는 가장 대다수 처방은 내원권고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개원가를 찾는 환자가 늘고 결국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환자를 줄여서 전체 의료비 지출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결국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적 관계로서 순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도 1차의료기관이 교육된 간호사를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는 등 인프라 지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대면진료 전제된 원격의료 추진…환자 쏠림·책임소재 등 해결책 논의 중
     
    보건복지부는 이날 나온 문제제기에 대부분 공감을 표하면서 원격의료가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면진료가 반드시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국일 과장은 "원격의료는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향상, 감염예방 등 목적으로 추진돼야지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복지부는 대면진료가 반드시 고수돼야 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원격의료를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쏠림과 책임소재 등 문제에 대해 김 과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경증은 개원가, 중증은 대형병원으로 가도록 단기대책이 발표된 상황이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원격의료 상황에서도 전달체계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느끼는 책임소재 등 부담도 대단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들의 부담을 덜기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순한 면책조항과 별개로 구체적인 부분을 의료계 등 관련 단체들과 합의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