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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늘고 있는 의료용 대마 무엇을 대비해야할까

英 "의료용 대마 합리적 근거있다"…임상연구 지원·CBD 추출기술 등 뒷받침돼야

기사입력시간 18-07-13 06:16
최종업데이트 18-07-1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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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지난달 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마초 뿌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희귀 소아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의료용 대마 사용을 합법화하는 것을 넘어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정제된 형태의 약물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용 목적의 대마 사용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은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다. 미국에서는 199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2018년 6월 기준 31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 사용 또는 대마 프로그램을 허용하고 있고, 15개 주에서 제한된 상황에서 의학적 목적으로 저용량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고용량 칸나비디올(CBD) 제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에서 대마 처방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합법화를 검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스위스 연방의회, 환자 접근성위해 판매승인 권고

스위스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는 이달 초 의료 목적의 대마 판매 승인을 권고했다. 스위스 연방보건청(FOPH)은 다발성 경화증이나 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용 대마 접근성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법에 따르면 의료용으로 대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방보건부로부터 각 사례별로 사용 허가를 신청하고, 면제를 허용받아야 한다. 스위스 정부는 이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약 3000명 가량이 현재 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스위스 연방 내무부에서는 2019년 여름까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연방보건청은 건강보험에서 의료용 대마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영국최고의료책임자, "의료용 대마 2급으로 분류해야"

영국에서는 최근 영국 정부 최고의료책임자인 샐리 데이비스(Sally Davies) 교수가 대마는 수많은 치료 혜택을 가지고 잇고, 연방법에 따라 재조정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한걸음 가까워지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 아일랜드 건강제품규제청(HPRA), 세계보건기구(WHO), 호주 보건부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대마의 의료적 효과에 대한 최신 근거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NASEM은 ▲성인의 만성 통증 치료(CBD) ▲화학요법으로 유발된 오심 및 구토 치료(경구용 CBD) ▲환자 보고 다발성 경화증 경련 증상 개선(경구용 CBD)에서 대마 또는 CBD가 효과적이라는 결정적 또는 실질적 근거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HPRA는 대마초가 의료용 목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면 특정 건강 상태의 환자 치료를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가의 의학적 감독 하에 모든 표준 요법 및 중재법에 듣지 않는 다발성 경화증 관련 경련 ▲전문가의 의학적 감독 하에 표준 치료에도 듣지 않는 화학요법 관련 난치성 구역 및 구토 ▲전문가의 의학적 감독 하에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의 치료 저항성 뇌전증이 포함된다.

데이비스 교수는 권고 항목에서 "1급(Schedule 1) 약물은 정의 상 치료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그러나 이 리뷰에서 요약된 것과 같이 이제 대마초 기만 제품의 의학적 혜택에는 결정적인 근거가 있고, 제한적인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에서의 혜택에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서 "대마초 기반 의약품은 2001년 약물 남용 규정의 1급에서 제외됐다"며 2급(Schedule 2)로 분류하는 것이 실용적일 수 있다고 권고했다.

마약성 약물은 남용 가능성과 심리적, 신체적 의존도, 현재 허용된 의약품에 따라 5가지 범주로 나뉜다. 1급은 가장 엄격히 통제되는 약물로 LSD, 헤로인, 대마 등이 여기에 속하며, 남용 가능성이 높고 의학적 사용 및 처방이 불가능하다. 2급는 남용 가능성이 높고 심한 심리적, 신체적 의존성을 유발해 제조와 배포가 엄격히 제한되는 물질로 암페타민과 모르핀, 코데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영국 정부는 몇 주 안에 의료용 대마 관련 법률이 변경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단 데이비스 교수의 보고서에서 대마의 기호용 용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고, 영국 정부도 기호 목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년 1월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다시 대마도 의료 목적으로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다.

의료용 대마의 국내 합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 지속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해서는 법률 이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용 대마 적절한 연구수행 지원 중요

에피디올렉스를 승인하면서 FDA는 대마 및 그 성분의 활성 화학 물질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학적 사용을 입증하기 위한 적절한 연구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 또는 향정신성의약품학술연구자, 대마연구자로 면허나 허가를 받은 사람은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마초 연구는 현실적으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마초는 1급으로 분류돼 있어 극소수의 연구자만 연구에 종사할 수 있고,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대마초의 양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상용화가 가능했다면, 대마 성분은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다는 측면에서도 연구가 어려웠다.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FDA 국장은 에피디올렉스 승인과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FDA는 대마의 치료용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먼저 대마초와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약물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에게 식물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식물팀(Botanicals Team)을 구성했다. 이 팀은 천연물 의약품(botanical drugs)에 관한 임상연구 및 로트(lot) 간 일관성을 위한 품질 관리 지침을 발표했다. 대마 및 구성 화합물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국 마약단속청(DEA)에 수백 개의 1급 연구 프로토콜 허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고틀립 국장은 "실험 약물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들과 협력, 이 제품을 연구하는 동안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개발중인 CBD 제품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서 "또한 대마에서 유래된 의약품은 심각한 또는 생명을 위험하는 증상에 대한 치료의 미충족 의학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신약 개발 검토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했다. 우리가 이 분야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취했던 많은 조치가 이번 승인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CBD 추출기술 없는 한국, 합법화 이후 과제도 고려해야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사용이 합법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산업 측면에서의 과제도 남아있다.

이번에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전체 대마 구성 요소가 아니라 특정 용도를 위한 특정 칸나비디올(CBD) 약물이다.

대마는 80개 이상 활성 화학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흔히 알려진 성분은 THC와 CBD다. THC는 환각 등과 관련 있는 대마의 주요 향정 성분으로, 일부 저용량 THC를 허용하는 곳도 있지만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대마 성분은 대부분 CBD다.

CBD에는 환각 등 향정신성 성분이 전혀 없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올해부터 CBD를 금지약물에서 제외하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예비 보고서에서 CBD가 사람 및 동물에 안전하고 내약성이 있으면서 공중 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CBD 제품은 오일이나 알약, 연구, 패치, 스프레이, 드링크 등 종류가 다양하며,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통증, 뇌전증 등 의료용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법상 대마초와 그 수지 및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제조된 모든 제품을 금지하고 있어 CBD를 취급하는 것도 불법이다.

하지만 그 사이 해외 업체들은 이를 정제하는 기술 측면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 예를 들어 CBD 성분을 이용한 웰니스(wellness)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캐나다 와일드플라워(Wildflower Marijuana)의 경우 설립 후 3년간 THC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추출방법을 연구해 THC가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캡슐, 팅크제(tincture), 비누, 쿨스틱, 힐링스틱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2004년부터 의료용 CBD 사용을 합법화한 캐나다에서는 토론토 증권거래소(TSX)와 벤처거래소(TSX.V), 제3 거래소인 CES(Canadian Securities Exchage)에는 약 60여 개 대마 회사가 상장돼 있다.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강성석 목사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을 시 햄프시드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햄프시드(Hemp Seed)는 대마초의 씨앗으로, 환각 성분이 들어있는 겉껍질을 벗긴 거피과정을 거친 씨앗만 섭취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일반 식품으로 시중 유통이 승인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수입 판매하고 있다.

강 목사는 "그동안 규제가 심해 국내 기업들은 대마 씨앗 껍질을 벗기는 기술을 가지지 못하다 보니 식품으로 햄프시드가 합법화되지마자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다 차지했다"면서 "CBD의 경우 현재 이 성분을 추출하는 기업도 없고, 오일이나 패치, 알약, 연고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서 의료용 대마를 많이 수출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의 경우 생산력이 높으니 한국에서도 합법화되면 수출하려고 한다"며 "관심 있는 기업들은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시민단체와 함께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