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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이 바라본 커뮤니티케어, 지역의사회 중심으로 의사가 의료와 복지, 여러 직종간 '조정자' 역할해야

    의사 역할은 퇴원계획·재택의료에 한정…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이외의 재원조달 방안도 빠져

    기사입력시간 2019-05-03 15:01
    최종업데이트 2019-05-03 15:43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커뮤니티케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의협은 커뮤니티케어 정책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보건의료와 복지를 연계하고 직종간의 연계가 필수적이며, 커뮤니티케어의 최종 조정자는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의사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환자들이 복잡한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적절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적 자본과 지역 자원을 연계해야 하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외에 별도의 재원조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의협은 최근 의료정책연구소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특집호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현재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계획 안에서 드러난 의사들의 역할은 퇴원계획 수립, 왕진·방문진료를 포함한 재택의료에 한정돼있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료정책포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은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적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복지부는 지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통합 돌봄 모델을 발굴·검증하기 위한 선도사업을 올해 6월부터 실시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4월 4일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지역으로 8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노인 선도사업은 광주 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 경남 김해시 등 5곳이며 장애인 선도사업은 대구 남구, 제주 제주시 등 2곳이다. 정신질환자 선도사업은 경기 화성시로 선정됐다.

    복지부는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와 협력하는 다양한 민관 협력 전달체계의 모델을 마련하고 선도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수 사례를 발굴하겠다. 향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의 보편적 제공단계에서 전국의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자체가 선도사업을 시행해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임으로써 절감되는 사회보험 재원 규모에 대한 실증자료를 확보하고 지역 주민에 대한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는 지자체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했다.

    커뮤니티케어, 지역의사회가 중심이 되는 모델 마련해야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민간 의료기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의료기관 참여가 필수이며, 지역의사회가 중심이 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이사는 “일본의 커뮤니티케어를 보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병원이 중심이 된 곳이 있고 민간병원이 주체가 된 의료와 복지의 복합체가 중심인 곳도 있다. 이는 해당지역 지역의사회와 의료기관이 커뮤니티케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얼마나 지역의사회를 지원하고 존중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성 이사는 “한국과 같이 민간의료기관이 93%를 차지하는 경우는 지자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지역의사회와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커뮤니티케어의 정착은 실패하게 돼있다”고 했다. 

    일본의 지역의료구상에 따르면 전국의 47개 도도부현이 행정·의사회·병원단체 등의 합의에 의해 지역의료구상 구역(제2차 의료권) 단위로 병상기능(고도급성기,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에 따라 필요병상 수를 추산하고, 협업을 통해 병원완결형 의료에서 지역완결형 의료로의 전환을 목표로 실현하고 있다. 각 도도부현의 지역의료구상은 2017년 3월에 작성됐는데, 의사회와 병원단체가 주도해서 작성한 것이 다수이고, 극히 일부 현의 경우만 지자체가 지역 의료구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이사는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는 재택의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급성기를 담당하는 병원의료는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재택의료와 병원의료는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급성기 질환이 발생해 병원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성 이사는 “커뮤니티케어가 활성화되더라도 의료와 요양비용이 줄어들지 않는다. 중도 혹은 중증도 질환을 앓는 환자의 경우에는 재택케어의 비용이 시설케어의 비용보다 크다”라며 “그러나 한국에서 커뮤니티케어를 언급하면서 재정 절감을 강조한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감소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커뮤니티케어에서 지역의사회 역할이 중요한 여섯가지 이유를 내놨다. 환자들이 복합적인 질환을 갖고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첫째, 케어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상용의사의 지속적인 진료와 복지연계 안내가 필수적이다. 

    둘째, 케어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어 상용의사 외에도 각과 전문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이는 재택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결정권을 맡기기보다 상용의사가 적절한 전문의를 안내하는 것이 환자에게 믿음과 안정을 제공하게 된다.

    셋째, 케어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만성기와 급성기가 반복하는 케어 사이클을 경험하게 된다. 즉, 병원의료와 재택의료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넷째, 재택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시기적절하게 전문의에게 의뢰하고 필요시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정자는 지역의사회이다.

    다섯째, 지역의사회는 지역케어회의에 적극 참여해 지역주민에 대한 적절한 의료와 복지 서비스 연계를 주도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의료와 복지 영역을 통합할 수 있는 직역이 전무하다. 사회복지사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사와 의료기관이 주축인 지역의사회가 복지 영역을 이해하고 연계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

    여섯째, 요양시설에서 시행되는 지역의사회 주도 촉탁의 건강관리는 입소자에게 충분한 의료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게 제도화돼 있다. 향후 커뮤니티케어 대상자를 자택 거주자뿐만 아니라 요양시설 입소자까지 확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의사회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성 이사는 “입원 환자나 외래 환자가 케어 안내창구를 통해 재택의료를 신청하면 지역의사회가 주도하는 지역케어 회의를 개최하고 재택의료가 필요한 대상자를 지역의사회에 의뢰해야 한다. 지역의사회는 해당 의료기관과 조율을 통해 재택의료 계획을 결정한 다음 지역케어회의에 전달해야 한다. 복지 서비스에 대한 의견도 상용의사의 의견을 받아서 지역케어회의에서 적절히 개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과 복지, 직종 간 경계 없애고  커뮤니티케어 조정자로 의사 역할 당연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강태경 연구조정실장은 보건의료와 복지의 경계를 없애고 직종들 간 경계를 없애는 대신에 커뮤니티케어 조정자로서의 의사 역할은 당연하다고 했다. 

    강 실장은 “한국형 커뮤니티케어는 질병 장애, 노쇠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정부는 여러 직종의 연계와 조정을 통해 의료와 복지의 경계를 없애고 직종들 서로 간에 경계도 없애야 한다. 대신 상대방 본연의 역할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분절성을 만드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강 실장은 “커뮤니티케어 조정자로서 의사의 역할은 당연하다. 이는 복지에 비해 보건의료가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문성의 관점에서 볼  때 보건의료의 응급성과 순간적 복잡성이 복지에 비해 더 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실장은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의 치료와 돌봄이 의사들의 조정에 따라 중단 없이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다. 보건의료와 복지의 여러 경계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상충 사안들에 대해 커뮤니티케어 조정자로서 의사의 역할은 환자들에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정당한 보상이 수반돼야 한다. 민간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통해 공적 재원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목표를 다시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 자원과 사회적 자본을 꾸준히 축적하며 엮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의협 커뮤니티케어 TF에서 제시하는 커뮤니티케어의 원칙 12가지를 강조했다.
      
    1. 커뮤니티케어 조정자로서의 의사는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의 치료와 돌봄이 중단 없이 연결될 수 있도록 케어플랜 수립, 의료와 보건지도를 한다.
    2. 커뮤니티케어 사업은 지역주민, 지역사회의 의료기관 및 단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3. 커뮤니티케어 사업에 포함되는 행위들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환경에서 제공돼야 한다.
    4. 커뮤니티케어 사업은 기존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이외의 추가 재원마련이 필요하다. 
    5.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정당한 보상이 수반돼야 한다.
    6.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보건의료 영역은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의료행위와 보건사업만을 제공해야 한다.
    7.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보건의료 영역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8.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보건의료 영역은 지자체와 지역의사회가 동등하게 교류·협력해야 한다.
    9.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보건의료 영역에서 지역의사회가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돼야 한다.
    10.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보건소, 보건지소는 고유역할인 건강증진, 질병예방에 집중하여야 하며, 연계센터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11. 재택의료는 케어플랜 수립, 진료, 처치, 투약, 의학적 상담 및 지도 등을 포함하여, 체계적·포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12. 방문진료는 의사의 의학적 계획관리 하에 의사와 함께 해당 의료기관 소속 간호인력 및 치료사 등이 수행한다. 단, 지역의사회를 통해 타 의료기관과 협업 수행할 수 있다.

    재정 조달 방안 빠지고 의사 참여 방안 매우 제한적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오영인 연구원은 커뮤니티케어에 재정 조달 방안이 빠졌다며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이외의 추가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계획에 직종 간 연계 방안과 의사 참여 방안이 빠졌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정 조달방안은 기본계획에서 찾아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추계 및 예상 대상자 추계 조차도 돼있지 않다”고 했다. 올해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예산은 63억9300만원이 책정된 상태다. 

    오 연구원은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지역상황 및 서비스 제공 대상에 따라 지역 자율형으로 운영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가 소요되는 정책을 계획하면서 재정 추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단순히 해당 정책이 우리나라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1~2년 동안의 시범사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 건정성이 악화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재원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만 기대어 운영할 수 없으며, 일반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증세를 통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이외의 추가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전체 예산의 많고 적음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책의 지속성을 위한 재원마련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을 예로 들면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으로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 개호보험,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사업 등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2014년 의료개호종합확보추진법을 제정하고 소비세를 인상했다. 의료·개호 관련 소비세 인상분에 대해 국가가 3분의 2, 도도부현이 3분의 1을 부담해 ‘지역의료 2015년도 개호분 1561억엔(약 1조 6280억 원)은 보정 예산으로 추가 가산했다. 

    또한 커뮤니티케어에 참여하는 여러 직종 간의 연계를 어디서, 누가, 어떻게 수행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오 연구원은 "지역케어회의를 주최하고 1차적 지역네트워크 구축 담당을 읍면동에 설치되는 케어안내창구에서 할 것인지, 아니면 보건소에서 수행할 것인지, 사례관리 명목으로 설치된 시군구 단위로 설치된 희망복지지원단이 수행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기존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모으는데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지역케어회의와 1차적 지역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는 곳은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있으며 개별수준 지역케어회의, 일상생활권역수준 지역케어회의, 시정촌수준 지역케어회의, 시정촌을 넘는 수준의 지역 케어회의 등까지 여러 단계에서 실시된다. 

    이런 가운데 커뮤니티 케어의 의사 참여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며 퇴원계획 수립, 왕진·방문진료를 포함한 재택의료로만 두고 있다. 오 연구원은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계획에 따라 제공돼야 한다. 의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 리더로서 커뮤니티케어 대상자 선정, 개인별 지원 서비스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정을 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커뮤니티케어 정책에서 의사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선도사업 추진 계획에는 의사의 참여를 촉진하는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의사의 선의에 의지한 참여만을 바란다면 정책은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별 서비스 평준화 방안이 없다는 것도 우려도 있다. 오 연구원은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지역사회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지자체별 서비스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 지역주민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 병원 과 요양시설로 쏠림 현상이 발생해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과 요양시설은 더욱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