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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 위기…개만도 못한 사람의 분만수가, 사실일까

자연분만은 아니지만 제왕절개술은 포괄수가제 적용돼 개보다 적어

출산율 최저·분만병원 10년간 절반으로·소송 억대 금액…분만수가 인상 필요

기사입력시간 18-05-12 07:01
최종업데이트 18-05-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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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부인과 위기를 설명할 때 ‘개만도 못한 분만 수가’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출산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힘든 사람의 분만수가가 개보다 못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연분만은 아니지만 제왕절개술 수가는 포괄수가제(DRG)로 묶여있어서 개보다 적다. 다만 분만병원은 산모가 1인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10~30만원의 상급병실료 차액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12일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초산 자연분만의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본인부담금+건강보험공단 부담금)는 53만4480원이고 병원급 수가는 48만2610원이다.

분만 수가는 야간과 심야, 공휴일, 응급, 고위험군, 분만 취약지 등으로 세분화돼있다. 야간과 공휴일의 자연분만 수가는 의원의 경우 71만2640원이고 병원은 64만3470원이다. 응급 심야 자연분만의 의원 수가는 106만8960원, 병원 96만 5210원 등이다. 
제왕절개술의 수가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진료에 대해 정해진 금액을 적용하는 제도로 추가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초산 제왕절개술 수가는 의원의 경우 43만 3620원, 병원이 39만 1530원이다. 야간과 공휴일 제왕절개술의 의원 수가는 65만430원이고 병원 58만7300원이다. 응급 심야 제왕절개술의 의원 수가는 108만4040원, 병원 97만8840원 등이다.

서울의 몇 곳의 동물병원에 문의한 결과, 흔히 키우는 반려견 기준 정상분만 수가는 약 20만원이며 제왕절개 수가는 50만원이다. 여기에 마취료나 수액료 등은 별도로 부과된다. 야간과 공휴일, 응급 등의 상황을 제외한 기본 제왕절개술과 비교해보면 개의 분만수가가 사람보다 비싼 것이 맞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학회는 “비현실적인 저수가와 저출산 상황으로 분만병원이 어려워지고 산부인과 중에서도 특히 산과를 기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합계출산율 지난해 35만7700명, 역대 최저수준 
 
자료=대한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 위기는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가속화됐다.

산부인과초음파학회 김문영 회장이 지난달 24일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한 출산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7(53만501명)에서 2010년 1.23, 2016년 1.17 등으로 지속해서 떨어졌다. 

급기야 2017년 출산율은 1.05(35만 7700명)로 처음으로 40만명 이하를 기록했다. 2017년 출산인원 수는 전년대비 4만 8500명(-11.9%) 줄었고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이 많은 연령대인 30대 초반 출산율이 가장 크게 줄었다. 해당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산인원은 2016년 110.1명에서 2017년 97.7명으로 줄었다. 반면 만35세 이상의 고령 산모 출산 비중은 2016년 26.4%에서 2017년 29.4%로 늘었다. 출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2.6세로 나타났다.
 
정부는 124조원을 들여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등 역시 '저출산대응 산부인과 의정협의체'를 꾸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분만병원 수, 저출산과 함께 10년만에 절반으로 ‘뚝‘
 
▲10년간 분만병원수 감소 추이. 자료=산부인과학회 
출산율과 함께 일정건수 이상의 출산건수를 유지하지 못하는 분만병원이 늘면서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에 따르면, 분만병원은 월 20건의 분만을 하면 원가만 따지더라도 평균 월 3000만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작은 규모의 분만 병의원은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했다. 분만병원 전체의 25% 가량은 지난해 분만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초음파학회 김문영 회장은 “분만병원은 2004년 1311개였으나 2015년 617개로 10년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라며 “분만병원 폐업이 개업보다 2배 이상에 달했다. 특히 종합병원과 의원급의 분만실이 급격히 감소했다”라고 했다.

분만병원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을 보면 2009년 118.8%, 2010년 186.0%, 2011년 196,2%, 2012년 173.0% 2013년 223.3% 등에 달했다. 일반 의원의 폐업률이 70~80%인 것에 비하면 2배가 넘은 수치였다.

분만병원의 위기는 결국 분만할 산부인과가 사라져 산모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별 추이를 보면 55곳에 달했다. 해당 지역은 인천 옹진군,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충남 청양군, 전북 진안군 무주군 장수군 순창군 전남 구례군 보성군 장흥군 해남군 함평군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 강원 태백시 평창군 정성군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경북 영천시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봉화군 울릉군, 경남 의령군 창년군 남해군 하동군 함양군 합천군 등이다.

워라밸(워킹라이프밸런스)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야간과 휴일 분만이 늘고 있는 것도 산모들에게 위협요인이다.
 
산부인과초음파학회가 한 분만병원 통계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2015년 평일야간과 휴일 자연분만은 53.9%에서 2017년 56.0%으로 늘었다. 2015년 평일 야간과 휴일 제왕절개술 비율은 24.7%에서 2017년 28.1%로 늘었다.

산부인과 지원율 자체가 83.1%로 저조한 가운데, 남자의사는 더 부족해 야간과 휴일 분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회장은 “남자의사가 없는 것도 하나의 한계 요인이다”라며 “2006년 신규 전문의의 남녀인원은 113대 99명이었지만 2015년은 남 14명, 여 88명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수가는 낮은데 소송은 억대 부담, 저수가 문제 해결부터 
 
이런 가운데, 의료소송 부담이 큰 것도 산부인과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2012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분석한 결과 분만이 전체의 43%(166건)로 가장 많았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가 지난해 4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료정책포럼'에 기고한 ‘저출산 시대를 극복한 보건의료 대책’ 에 따르면, 분만 수가는 원가 이하의 수가인데 비해 분만과 관련한 법원 판결 손해배상금액은 최고금액 5억 5000만원, 중앙값 7000만원 등으로 부담이 컸다.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금액 또한 최대금액이 40억4000만원, 중앙값이 2억2000만원 등으로 소송이 시작되는 것 자체가 산부인과 의사에게 심리적 중압감을 갖게 했다.
 
산부인과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분만 수가 인상 문제부터 해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김 이사는 “의료취약지 분만수가 가산 등은 분만하던 산부인과조차 사라지는 등 속도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산부인과 의료 행위는 산모와 신생아의 돌봄에 소요되는 의료 인력이 다른 입원 환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요된다”라고 했다. 이어 “분만 수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김 이사는 “분만실을 운영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민간 의료기관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분만 취약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분만 취약지역을 선정해 정부가 별도 예산으로 분만 건당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