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때 아닌 코로나19 자가 격리 기간 논란이 붉어졌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논쟁이 분분했으나 선례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가 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최대 7일까지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격리 기간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선 경제계 정도를 중심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가 14일이기 때문에 의학적 근거없이 격리 기간을 줄일 순 없다는 게 판단 이유였다.
실제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관광·항공업계로부터 방역 우수국가간 이동 시 격리기간을 면제하거나 단축시킬 수 있도록 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요청받았다. 호주와 뉴질랜드, 홍콩와 싱가포르는 자가격리없이 여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 국내 자가격리자는 지난 1일 기준 7만202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늘고 접촉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가격리자 규모도 덩달아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2주 동안 완전히 사회와 격리돼야 하다보니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격리대상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 격리 지침을 어기고 탈주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공중 보건적으로도 2주 격리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인해 접촉자들이 오히려 음지로 더 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미국 CDC는 아예 자가 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7~10일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도입을 적극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CDC는 격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진단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격리 기간을 최대 7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증상을 매일 관찰해 특별한 증상이 없을 경우 격리를 10일로 끝내는 방안 등을 도입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밴더빌트 의대 윌리엄 섀프너 감염병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경제 문제 해결과 격리자의 정신건강에 격리 기간 축소가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제니퍼 누조 보건안전센터 교수도 "접촉자들이 격리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촉 사실을 숨기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격리 기간 축소는 오히려 접촉사 추적과 확산 차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자가 격리 기간 축소의 국내 도입은 의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이러스 노출 10일 이후에도 확진 사례가 있는 만큼 명확한 과학적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해 방역 지침을 설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기간 조정의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10일이 넘어 확진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더러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바이러스 노출 이후 잠복기와 확진에 대한 명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반면 의학적으로 격리 기간 단축이 유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초창기인 지난 2월과 3일에는 PCR검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위양성과 위음성이 많았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최대 잠복기인 14일에 맞춰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최근에는 8~9일까지 관찰해서 증상이 없고 검사결과 음성이 나오면 대부분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100% 다 거를 순 없겠지만 95~97% 확률도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정부는 지침을 완화했다가 발생하는 환자에 대한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기준을 축소하기 어려울 것이다"이라며 "개인적으로 10일에서 12일까지는 격리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