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한의원은 45년간 비염이나 아토피, 천식 등의 증상에 P탕을 처방하고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P한의원이 제출한 연구결과는 해당 질환의 연구가 아니었던 데다 동물실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P한의원은 사람의 비염, 아토피, 천식 등에 P탕이 근본치료를 할 수 있다고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관할 보건소는 P한의원 봐주기에 급급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P한의원의 광고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소비자 현혹 광고라고 지적했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소는 3회의 민원신청과 1회의 정보공개청구를 시행했고 3개월의 시간을 기다렸다.
연구소는 “관할 보건소는 P탕의 전혀 다른 질환의 동물실험 결과를 일부 근거로 인정했다. 보건소는 바른의료연구소의 계속된 민원으로 허위과장광고를 인정한 다음에도 P한의원에 즉시 시정조치를 내리기는 커녕 다음달 안까지 시정하도록 지도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해당 질환 아닌 데다 동물실험에 불과한데 '근본 치료' 광고?
연구소는 지난 5월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지하통로 벽면에서 '비염에는 P탕'이란 제목의 P한의원 광고물을 확인하고 관할 보건소에 허위과장광고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P한의원의 광고에서 ‘질병의 원인과 뿌리를 찾아 치료한다’와 SCI급 ‘국제 학술 논문과 SCOPUS 논문 등재로 과학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P한의원의 광고 내용은 '비염을 단순히 코에만 한정 짓지 않고, 폐의 기능을 강화해 코가 본래 제 기능을 찾게 하는 원인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병의 원인과 뿌리를 찾아 치료하는 것, 이것이 P한의원의 치료 철학이다. (중략)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P탕으로 비염은 물론 아토피, 천식 등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소는 “원인 치료, 병의 원인과 뿌리를 찾아 치료 등의 광고문구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한다는 의미다. 대한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근본, 근원, 뿌리, 제거 등의 문구는 소비자현혹 및 치료효과 보장,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연구소는 “지난 4월 서울시 4호선 지하철에서 '뿌리부터 치료하는 여드름 피부질환 치료'로 광고하던 한의원을 신고하자, 관할 보건소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문구를 삭제 시정하도록 했다고 답변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P한의원이 제시한 P탕의 근거 논문 두 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쥐와 개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라며 “특히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소는 “두 편 중 한 편은 쥐(rat) 실험에서 P탕 추출물이 대기오염 물질로 유발된 호흡기 염증성 객담의 과다분비 및 블레오마이신 유발성 폐섬유화증을 완화시킨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논문은 개 실험에서 P탕이 개의 혈액학적, 생화학적, 단백 및 지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동물실험만으로 사람이 복용하는 P탕이 과학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하고, 이를 근거로 사람의 비염 등의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는 광고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소에 재차 민원제기로 '허위과장광고' 이끌어냈지만 '봐주기식 시정 지도'
그러나 연구소의 민원신청에도 관할 보건소는 해당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보지 않았다.
연구소는 “보건소는 ‘원인’이라는 표현의 적절성 여부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아니라 전체적인 이미지 및 문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에 따라 현혹성 문구라고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의료법 제56조 7항에서는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보건소는 해당의료기관에 의견 제출을 요청해 확인한 결과, 근거 없는 광고라고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보건소가 해당의료기관으로부터 받은 SCI급 논문 근거자료는 'SCI, SCIE, SSCI, A&HCI, SCOPUS' 등 5가지이며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연구소는 또 다시 해당 의료기관이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보건소는 'P한의원에서 제출한 의견서는 확인 후 다시 의료기관으로 송부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연구소는 또 다시 보건소에 “현혹성 문구로 판단하지 않은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했고, 보건소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의료서비스 소비자가 당해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내용(대법원 2010.03.25., 선고 2009두21345 판결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해당 광고에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복지부에 직접 민원신청을 했지만, 역시 두루뭉술한 답변만 왔다. 복지부는 “해당 내용의 위·적법 여부는 전체적인 광고 내용, 이미지와 문구, 객관적인 근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해당 의료광고의 위·적법 여부 판단과 구체적인 사실 관계 등은 해당 의료기관의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관할 보건소로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복지부의 답변을 인용해 "해당 광고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보건소에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보건소는 비록 동물실험 논문이긴 하지만 P한의원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됐으니 '원인치료'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 P탕이 비염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결과가 SCI급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 아니다”라며 “쥐 실험만으로 사람의 비염, 아토피, 천식의 원인을 치료한다고 광고할 수 있다. P한의원이 제시한 SCI급 논문은 비염의 원인치료에 대한 연구가 전혀 아니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재민원을 통해 보건소는 해당 광고에 대해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의료서비스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의료법 제56조제2항제2호에서 금지하는 소비자 현혹 광고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건소는 허위과장광고로 인정하면서도 해당 한의원에 다음달까지 광고를 시정하도록 지도하는 데서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보건소는 위헌판결로 아무런 효력이 없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고 광고를 게재할 것을 지도했다. 더군다나 새로운 광고 문구를 제작하고 심의를 받기까지 소정 기간이 소요될 것임을 고려해 다음달 안에 시정할 것을 지도했다고 한다. 끝까지 해당 한의원을 살뜰하게 보살펴주려는 보건소의 태도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소는 “(민원처리 과정에서)관할 보건소가 유명 한의원의 위법에 대해 봐주기 식으로 일관했다”라며 “향후 보건소들이 불법 의료광고 신고에 이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감사원에 보건소의 직무유기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