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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 종합계획, 총액계약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의료질 향상·가치기반 지불제도 계획 포함

    병원의사협의회 "미국 1/10에 불과한 저수가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 붕괴될 것"

    기사입력시간 2019-06-20 12:48
    최종업데이트 2019-06-20 12: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은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앞당기는 계획이자, 실현 가능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들의 집합체다. 정부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통해서 지불제도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정부의 무리한 지불제도 개편 정책에 대해서 반대의 뜻을 밝힌다.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없이 추진되는 그 어떤 의료 정책도 효과없는 포퓰리즘이자 가혹한 규제에 불과하다. 지불제도 개편 정책 및 이 정책이 포함된 건보종합계획의 철회를 정부에 엄중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종합계획, 지불제도 개편 계획 공식화 

    병의협은 “정부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건보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행위별 수가에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포괄 및 신포괄 수가, 묶음형 수가, 만성질환 관리 수가 등 다양한 지불제도를 도입하고 확산할 계획을 밝혔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건보종합계획의 4대 핵심가치 중 두 번째로 가치기반(Value-based)을 강조하면서 의료제공량 기반의 단순 비례적 보상보다 국민건강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성과 및 활동을 측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결국 정부는 건보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부인해오던 지불제도 개편 계획을 공식화했다. 지불제도 개편의 방향은 의료계가 많은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해왔던 가치기반 지불제도(Value Based Payment, VBP)로의 전환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병의협은 “지난해 심사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가치기반 심사 및 경향심사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경향심사로의 심사체계 개편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심사체계 개편이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임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당시 정부는 지불제도 개편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전혀 관계가 없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건보종합계획에 지불제도 개편을 공식화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당시 정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에 따르면, 작년 12월 27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보고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안'에는 가치기반 지불제 외에도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 묶음 지불제 등이 주요하게 언급돼 있고, 궁극적으로 인구기반 지불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병의협은 “복지부가 주장한 이 내용들은 미국에서 지불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행위별수가제를 대체하기 위해 고려되고 있는 다양한 대체지불 모델(Alternative Payment Model, APM)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것이 지난 1월 ‘바른의료연구소’의 발표를 통해서 드러났다. 이 APM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절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정책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의료비 지출 억제를 위한 미국식 의료제도 도입, 총액계약제로 이행  

    병의협은 미국식 지불제도 개편안을 대한민국에 적용시키는 것이 부당한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근거를 밝혔다. 병의협은 “미국이 행위별수가제를 대체지불제로 개편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17.2%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7%에 불과하기에 지불제도 개편의 명분이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식 지불제도 개편이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의료수가가 미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OECD 평균 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가는 OECD 최하위 수준이며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비 절감의 목적이 분명한 지불제도 개편은 힘들게 현재의 저수가 시스템을 지탱해오고 있는 의료기관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병의협은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도입하고 있는 가치기반 지불제를 비롯한 대체지불제가 비용 억제 효과나 의료의 질과 치료결과 향상에 대한 효과가 뚜렷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병의협은 “지불제도 개편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불제도 개편으로 인해 더 나은 결과가 얻어진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에서 시행된 대체지불제의 효과가 확실히 입증됐다는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미국에서도 그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지불제도를 섣불리 대한민국에 적용했다가는 미국보다 훨씬 큰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가장 큰 문제는 가치기반 지불제를 포함한 미국식 지불제도 개편안의 도입은 총액계약제와 인구기반 지불제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지불 모델 관련 표,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인용, 병원의사협의회 재배포 

    병의협은 “미국의 지불제도 개편안은 카테고리 4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기반 지불제도인 카테고리 4의 B와 C 유형의 보기(example)에는 총액계약제가 명시돼 있다. 결국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안의 최종 종착역 역시 총액계약제와 총액계약제의 또 다른 이름인 인구기반 지불제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의료의 획일화나 과소 진료, 의료 질의 급격한 하락,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의 완성 등 총액계약제의 문제점은 그 동안 의료계에서 숱하게 지적해 왔다. 따라서 총액계약제의 도입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으로 반대해야하는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총액계약제에 대한 반감과 그 폐해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부로서는 총액계약제라는 최종 목표를 최대한 감추면서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 방안으로 ‘의료의 질 향상’이나 ‘가치기반’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해 추진할 수 있는 지불제도 개편으로 가치기반 지불제를 선택했다”고 했다. 

    병의협은 “결국 가치기반 지불제로의 전환은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 맞지 않는 미국식 지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의 지불제도 개편은 궁극적으로 총액계약제로 가기 위한 단계에 불과하다. 저수가와 단일 공보험 체제의 폐해 속에서 곪을대로 곪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국내 의료 현실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지불제도 개편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종국에는 이 부실한 시스템마저도 붕괴시킬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