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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정부의 '상급종병 쏠림' 해소 정책, 병원·환자 모두 필요성 못느껴 실패

    정부, 내년 1월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시행…목표 달성에 따라 지불보상

    기사입력시간 2022-11-18 07:51
    최종업데이트 2022-11-18 09:32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오주환 교수 사진=서울대병원공공보건의료진흥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등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개편하려던 역대 정부의 노력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의 정부 정책은 기존의 상급종합병원들이 환자 포화상태라는 '이해'를 포기하도록 할 유인책이 없었고, 환자들 입장에서도 상급종병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굳이 일차의료기관을 선택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새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이 이전 정부의 정책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오주환 교수가 16일 서울대병원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공개한 '제5차 보건의료정책 심포지엄' 영상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상급종병, 과밀화 해소할 유인책 없어…모든 질환 보장성 강화도 '문제'

    오주환 교수는 역대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한 정책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기존의 이해가 악화되는 이해관계자가 있는 방식으로 개혁이 일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센티브 과정이 있어야 하고 정당성을 갖고 진행되는 개혁이라 하더라도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방식은 성공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도가 높은 환자만을 보는 변화를 갖을 경우, 재정상으로나 평판에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또 중증도가 높지 않은 상태를 갖는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을 지금보다 더 많이 선택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더 손해라고 느낄 만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상급종합병원이라 하더라도 환자 포화 상태에서 단위 시간에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생존하는 지불보상체계의 인센티브 하에 있어 상급종병은 포화에 이르기 전에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일차의료기관과 공유할 동기가 없었다.

    특히나 그간 박근혜, 문재인 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은 모든 질환에서의 보장성 강화로 이어졌고, 상급종병에 대한 환자의 재정적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들도 일차의료기관을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상급종병 이용이 용이해지는 동시에 기존의 경증질환자의 상급병원 이용이 지속되면서 과밀화가 심화돼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단위시간 내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보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인센티브로 전환됐다.

    오주환 교수는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상급종병은 병원의 외래를 확대 개편하거나 중증도 높은 환자만 골라서 보는 것이 이득이 되는 환경이 됐다. 그래서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더 많이 보려고 하지, 이 환자들을 일차의료로 내려 보내려는 동기는 없었다. 상급종병을 이용해 오던 환자들도 다른 병의원을 찾는 게 더 이득이 된다고 느낄만 한 새로운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병이 경증 환자 안 보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효과 기대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가운데 새 정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내년부터 3년간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협력의료기관과 유기적인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활성화하는 지불보상체계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희귀난치질환 진료 등 고난이도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래진료 감축분 보상 등 적정 의료여건 조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또 의원 및 중소병원 등 협력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의 회송 환자와 경증·일반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회송 환자 적정진료 모니터링 ▲의뢰 환자 신속진료시스템(fast track)을 운영해 실질적인 진료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한다.

    심평원은 자체 계획에 따라 연차별 세부 목표치를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과 계약한 후 달성 수준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게 된다. 해당 시범사업은 공모를 거쳐 참여를 원하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엽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오주환 교수는 "외래서비스의 양을 줄이는 만큼 손해액을 보상해서 손해상쇄를 받게 되는 새로운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밀화를 줄일 동기로 인센티브 구조가 변경됨으로써 상급종병이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볼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안 보는 것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 받음으로써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대를 보냈다.

    오 교수는 "만약 전면적, 전국적인 방식의 개혁이 됐다면 굉장히 반대 논리가 거셌을 것이다. 혹시 모를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기관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 우려가 적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적용 범외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오주환 교수는 "수입 그대로 보전해 주는 지불보상 실험의 약속 체계가 그대로 실행되고 유지된다면, 상급종병의 수익률은 현저히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적은 노동강도로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는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극도의 경영효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의료인의 노동강도 저하 뿐니라 의료과오 확률도 줄어들 것이고, 법적 분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도 감소해 상급종병은 더욱 더 과밀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