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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전달체계 파괴 주범,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 없애는 정부

    특급 호텔이 동네 여관 숙박료보다 저렴하다면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8-06-21 06:12
    최종업데이트 2018-06-21 06:29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최근 정부는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을 건강보험 급여화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를 의료비 폭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를 없애 국민 의료비 절감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일련의 정책들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1.의료전달체계의 대 혼란은 왜 발생하나.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표면적으로는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나눠져 있다. 상급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 등에서 진료 의뢰서 등을 작성해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감기든 장염이든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동네의원에서 의뢰서를 받아서 대학병원에 달려가 마음껏 진료 볼 수 있는 선진(?)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거기다가 이미 전국 KTX 개통으로 지방 환자들의 서울이나 주요 대도시권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이미 진행돼왔다. 환자들의 의료쇼핑이나 대형병원 이용의 장벽역할을 하던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를 정부가 없애면서, 이미 수도권의 대형병원들은 외래 환자수와 입원을 위한 응급실 환자수가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정책 담당자는 "이미 상급 종합병실의 병실 가동률이 100%를 초과해 상급병실을 급여화해도 환자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상급 종합병원들의 병실 가동률 100% 초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환자들이 경증이든 중증이든 가리지 않고 낮은 문턱으로 대형병원을 찾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기회가 늦어지거나 박탈당할 수 있다.
     
    또한 대형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경증 환자들이 입원료 부담이 덜어지니 퇴원을 거부하고 버티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중증환자, 경증환자가 뒤섞인 대형병원의 모습이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이것이 바람직할까. 
     
    2. 도대체 보건의료 재정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둬야 하나. 

    필수적이지 않은 곳에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보건의료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있으면 우선순위를 분명히 둬야 한다. 중환자실 감염사고가 생기지 않게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외상센터의 중증 외상환자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는 환자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3.이런 정책의 보이지 않는 수혜자는 누구인가.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가. 

    선택진료비 폐지 전이나 상급병실료가 보험급여가 되지 않았을 때 민간보험사들이 감당하던 비용들이 특진비 폐지와 상급 병실료 보험급여로 인해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보험회사들은 이러한 정책의 수혜를 보면서 국민들의 보험료를 인하하고 있는가.
     
    보험회사 지출의 감소를 목표로 보건의료 정책들을 수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국민들의 의료비를 줄여준다는 선심성 행정으로 그 뒤에 가려진 의료전달체계의 파괴현상과 보험 회사들의 배불리기에 모른 척 정부가 동참하는 형국이다.  
     
    4. 하나부터 열까지 의료 부문의 통제는 과연 타당한 것인가. 

    전국의 모든 호텔 객실 방값을 시설 유무나 호텔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결정하면 어찌 될까. 전국의 모든 사우나 찜질방 이용요금을 수준이나 위치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설정하면 어떻게 될까. 왜 의료분야만 이러한 진료비, 입원료, 치료비, 병원 식대 등을 획일화하여 국가에서 통제하는 것일까. 
     
    의료가 공공재라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면 국가재정을 확충하길 바란다. 의사 개인이 빚내서 본인 돈으로 지은 병·의원들을 국가에서 다 인수하고 공무원으로 전 의료진을 다 채용해서 그 후에 통제하길 바란다.
     
    5. 국민의 건강권 수호의 의무는 국가에 있지 아니한가.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고 유지할 의무는 국가에 있다. 민간 병·의원의 의료진들이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해주고 있으면 국가는 그것을 고마워하고 의료진들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처벌이나 규제만 강화하면서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의료 중증도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을 투입하라는 전문가의 요구는 왜 무시하는가. 
     
    마지막으로 정부에 정말 묻고 싶다.
    "국가 보건 의료정책에서 뭣이 중한디? 국민들의 지지율인가. 그리고 의료전달체계는 누가 파괴시키고 있는가."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