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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의사 수련 중…대학병원 아닌 2차병원에서 수술, 술기, 판독 등 다양한 배움의 기회"

    박광업 마취과 후기연수의, “일본어 할 줄 아는 외국인 의사 로열티 높아…수가·삶의 질 등 강점"

    기사입력시간 2019-03-21 08:28
    최종업데이트 2019-03-21 11:17

    메디게이트뉴스와 국내 최대 의사 전문 포털 메디게이트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2019(KIMES 2019) 기간 중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의사와 예비 의사를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딴짓하는 의사들', '지구醫', '의료소송 제로' 등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지구醫’ 세션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준비과정과 현황을 엿볼 수 있었다. 지구醫 세미나는 ▲한국의사의 해외 진출, 기회와 과제 (배좌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진출단장)  ▲한국의사로서 일본에서 일하며 느낀 점 (박광업 일본 신동경병원 마취과 후기연수의)  ▲1년의 기간 동안 미국 의사를 준비한다면? (이주원 미국 귀넷클리닉 일차진료의) 등의 주제로 발표됐다.
     
    사진: 박광업 일본 신동경병원 마취과 후기연수의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일본은 전문의를 따거나 따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계가 애매하다. 의국에 7~8년 남는 경우도 많고 더 배우는 과정이 있다. 레지던트 때 정말 교육적 측면에서 배우고 싶다면 일본을 추천한다.”
     
    동경대학의학부 부속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후기연수의로 수련을 받고 있는 박광업 씨는 ‘지구醫' 세미나에서 한국의사로서 일본에서 일하며 느낀 점에 대해 밝혔다.

    초기연수의 병원 결정 위해 진료능력조사시험·국가시험 등 거쳐야

    박광업 씨는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를 마친 후 일본 의사면허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동경대학의학부 부속병원 초기연수의로 수련을 받았다.

    현재는 동경대학의학부 부속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후기연수의로 수련 중이다. 그는 국립암센터, 사이타마적십자병원,신동경병원 파견근무와 다수의 병원에서 비상근근무 경험을 했다.
     
    그는 “일본을 처음 접했을 때가 8~9년전이다. 일본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왜 가느냐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점차 해가 지나면서 (일본에 관해) 문의가 들어오고 정보공개도 많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박광업 씨가 일본에서의 수련과정에 대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때는 공중보건의사 3년차 때다. 당시 일본 근무경험을 가진 지인과의 대화는 새로운 선택을 이끈 계기가 됐다. 그는 “공중보건의사 3년차 때 일본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알게 됐다. 일대일로 대화를 하다 보니 수련 과정 내 교육적 부분, 환자와의 관계 등 좋은 점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초기연수의 2년을 거쳐 분과 코스 1개를 정해 3~4년간 후기연수의로 수련을 받은 뒤 분과 전문의가 된다. 한국에 적용했을 때 초기연수의가 인턴, 후기연수의가 전공의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연수의 병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서류접수(한국의대 졸업·한국의사면허소지·JLPT 1급 소지, 군복무수료), 진료능력조사시험(OSCE 시험), 국가시험, 병원 매칭 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광업 씨는 “국가시험의 경우 한국의 의사국가고시와 같다”라며 “병원 매칭 시험은 선택이 가능하다”라며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초기연수의 병원은 크게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2차병원에서 다양한 배움의 기회 접할 수 있어

    박광업 씨는 대학병원이 교육의 중심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일본은 2차병원에서 술기 등 보다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학병원은 주로 연구에 집중한다. 

    그는 “일본은 대학병원이 메인이 아니다. 2차병원(시중병원)에 해당하는 병원이 주류다. (2차병원에서) 연수, 강의, 수술을 다 경험할 수 있다”라며 대학병원은 2차병원에서 하기 힘든 수술, 특이한 케이스 등을 담당한다”고 언급했다.

    박광업 씨는 시중병원 수련의 장점으로 판독 등 배움의 기회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바쁜 병원의 경우 업무 로딩이 있을 수 있지만 시중병원의 장점은 한국에 비해 배울 수 있는 과정을 많이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술기 등 한국에서 경험하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하려면 (일본에서) 대학병원에 가면 안 된다. 대학병원은 고급의(high-end), 특이 케이스가 많다”라며 2년 간 대학병원 1년, 시중병원 1년을 경험할 수 있는 ‘1+1 제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의국 입국과 시중병원 정착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의국이라는게 일종의 공간적 개념을 떠나 조직이다. 의국에 들어가면 4년간 (안정적 조직에서) 책임을 져준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중병원의 장점으로는 풍부한 배움의 기회를 꼽으며 “시중병원에 들어가 4년 내내 (수련을) 받는다고 하면 물론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런 분들이 가장 실력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궁금해 한 주요 내용은
     
    Q. 일본에서 수련 시 한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술, 시술 기회를 얻을 수 있나요

    A. 레지던트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레지던트때만 따지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레지던트 전과 후의 (차이가) 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은 의국에서 최소 7~8년을 일합니다. 수련을 늘려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전문의를 따고 안 따고에 대한 경계가 애매합니다. 의국에 남아 7~8년 하는 경우도 많고 더 배우는 과정이 있습니다. 레지던트 때 정말 교육적 측면에서 배우고 싶다면 일본을 추천합니다. 한국은 대학병원이 교육의 중심인 중앙집권적 측면이 있고 일본은 지방분권입니다. 마음가짐으로 봤을 때 별 차이가 없습니다. 펠로우로 못 배울 수 있다는 분들은 일본에 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Q. 일본에서 수련 시 월급이 한국에 비해 유의하게 높나요?

    A. 맞습니다. 주4회 시중병원 (월급이) 높을 뿐더러 시중시세를 맞춰줍니다.

    Q. 일본에서 전문의의 월급이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나요?

    A.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펠로우를 마치고 개원하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많습니다. 일본은 수련을 받고 10년 동안 배움의 과정을 거친 후에 병원에 남아 고급적인 것을 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개업은 대개 미용분야를 빼고 40대 중반에 합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수가가 높기도 하고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월급이) 두배가 될 수 있습니다.

    Q. 일본에서 외국의사로 느끼는 차별이 있나요? 

    A. (독도 등 예민한 질문은) 물어보지도 않을뿐더러 일본어를 구사하는 외국의사를 높게 평가합니다. 일본은 의사 로열티가 높습니다.

    Q. 일본에서 마취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언어적 장벽 등) 

    A. 도일 시점에서는 소화기내과를 고려했습니다만 초기 연수 첫 반 년 간 내과계열을 돌고 난 뒤 강박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배제하게 됐습니다. 마취과를 선택한 것은 수술 중 흐트러지는 생체징후(vital sign)를 정상으로 맞춰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내과와는 달리 속도감이 빠른 점, 양호한 삶의 질(QOL)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말을 적게 해도 되는 것이 외국인으로서 편한 점도 있습니다만 선택 시 그러한 부분 때문에 다른 임상과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모든 과들도 외국인들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정신과는 언어, 문화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쉽지 않으므로 추천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Q.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너과 위주로 경쟁이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의 경우 흔히 말하는 ‘인기과’는 어떤과가 있나요? 

    A. 일본은 한국식의 (마이너과 위주의) 인기과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수련 중 습득한 술기, 수술들을 전문의 취득 후에도 계속 살려가며 발전시켜 나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 병원(대학병원이 아닌 2차병원)들이 메인 임상병원의 역할을 하며 외과, 신경외과나 순환기·소화기내과 등의 과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고 심장, 폐 수술도 실시되는 곳들이 많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과를 골라서 가도 교수가 되지 못하면 그간 배운 것들을 활용하기 쉽지 않은 것은 한국과 많은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일본이 많이 부러운 환경인 이유입니다. 다만 비인기과는 존재하는데 산부인과, 흉부외과 같은 곳은 너무 힘들고 소송위험도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긴 합니다. 하지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은 끝까지 밀어붙이고 나가기 때문에 다른 과에 지원했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지던트 모집 정원이 일정하지 않고 원내턴과 원외턴의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Q. 일본도 우리처럼 나이가 중요할 텐데 일본에 40대 초중반의 의사가 연수의로 진출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A. 나이가 중요한 것은 체력, 정신력 등 스스로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릴수록 유리한 점은 물론 있습니다. 다만 병원들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본인 능력 및 상황에 맞는 곳을 잘 찾아 가시면 상대적으로 쉽게 전문의 혹은 자립할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외과의사라도 누구나 다 간이식을 할 필요는 없고 순환기내과의사라도 누구나 TAVI를 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요. 한국의사라면 일본에서 살아남기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어린 선배의사들에게 잘 맞춰주는 것은 필수입니다만 한국인은 그러한 예의를 갖추는 것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한국의 전문의자격증을 인정받고 일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 됩니다.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한국 전문의라도 인턴에 해당하는 초기연수는 필수로 밟아야 하며 일본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후기연수의(레지던트)를 일본인과 동일하게 마쳐야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 인턴만 수료했어도 한정된 일부병원에서는 초기연수의 1년만 해도(정식은 2년) 수료로 인정해주는 곳이 있는데 이 정도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전부입니다.

    Q. 초기 연수의가 인턴, 후기 연수의가 레지던트인가요? 

    A. 그렇다고 보시면 무방합니다. 초기연수의라도 병원에 따라서는 본인 능력 및 의욕에 따라 주치의 역할을 맡기도 하고 내시경, 초음파, 정형외과 수술 감독하고 집도 등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스스로 다 할 수 있는 경지에는 못 오릅니다. 다만 후기연수 선택에 큰 영향을 줄 동기부여는 될 것입니다. 응급실 1차 문진 및 워크업도 담당하게 되므로 의사로서 기초소양을 닦기가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일부 대학병원 인턴은 이 기회를 박탈당하므로 개인적으로 초기연수 2년 내내 대학에 있는 것은 극히 비추천합니다.

    Q. 한국에서 전문의, 펠로우 다했고 임상경험 충분한 경우, 일본에서 초기 연수의만하고 할 만한 것은 없나요? 노인병원, 호스피스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A. 초기 연수의만 마치고 취직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토쿄나 오사카 시내처럼 의사인력이 과잉인 곳에서는 제한이 있겠고 상대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한 대도시 근교나 지방도시를 노려보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병원과의 1대 1 담판이기 때문에 어떻게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일본어능력을 초기연수 기간 동안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개업은 영주권이 없으면 자금조달 및 행정절차 과정이 쉽지가 않고 2년의 초기연수 기간 동안만으로 일본인들을 일본어로 신뢰감을 주며 진료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듯하므로 추천이 어렵습니다.

    Q.일본에서 취득한 전문의 자격이 한국에서 인정되는 과가 내과, 마취과 2개인 줄 알고 있는데 이외에도 있나요?

    A. 이 부분은 저도 명확하지 않아 송구스럽습니다. 일본에 건너와 일본 전문의를 취득 후 다시 한국 전문의 취득을 노리기에는 최소 도일 7~8년은 걸릴 듯 합니다. 다만 이런 초창기 세대들이 적고 실제 지원을 하신 분들이 제가 아는 한에서는 없기 때문입니다. 학회 차원에서도 첫 도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자가 하기 나름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생각합니다. 좀 특수한 예로 일본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재일교포 분이 몇 번의 도전 끝에 한국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 후 한국에서 일하고 계신데 해당 분야는 그 분이 최초이자 마지막이고 그 분이 일이 되게끔 만드신 것이라 봐야 하겠습니다.

    Q. 일본 연수의 매칭시 한국에서처럼 학점이나 JMLE 성적 등의 스펙이 중요한가요?

    A. 학점, JMLE점수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다른 좀 특수한 부분인데 원칙상 일본의대생들은 본과 4학년 여름에 병원매칭시험을 먼저 봐서 본인이 초기연수의를 할 곳을 미리 정해놓습니다. 그 후 국시를 보기 때문에 국시는 단지 Pass/Fail 개념의 시험일 뿐입니다. 학점은 병원매칭시험 때 요구하는 곳도 있을 수 있는데 없는 곳이 더 많습니다. 외국인으로서는 인기경쟁 병원(이러한 곳은 역설적이게도 한국병원들 못지않게 업무가 과도합니다) 경우 그러한 병원을 지원할 정도의 우수한 일본의대생들을 누르고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중한 업무나 스트레스를 굳이 겪으면서까지 일본에 정착하는 것을 권유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넉넉하시다면 JMLE를 미리 붙어두시고 그 다음 해에 병원매칭을 보시면 병원입장에서는 국시 불합격으로 인해 결원이 발생할 부담을 없앨 수 있으므로 플러스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국시 합격 발표 후 불합격자들 발생으로 공백이 생긴 병원들을 전화나 이메일 연락을 서둘러서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일본인과 달리 병원이 고용을 해준다는 서류를 받고 나서 비자 신청을 할 수 있는데 3월 중순에 국시 합격발표가 나고 비자 신청 결과는 빠르면 1~2주, 붐비는 대도시관할 입국관리소의 경우 1~2달이 소요돼 초기연수의 시작이 4월부터는 불가능할 수 있어서 이 점을 병원에 사전 공지 후 허락을 받고 일을 진행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