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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목동병원 공판 오늘부터 시작... 병원·유족간 극적 합의

    故박종철군 부검 법의학자 황적준 교수, 피고인 의료진 측에 전문가 진술서 협조

    "시트로박터균 DNA 달라 사망원인으로 보기 어렵고 패혈증 사인 부적합"

    기사입력시간 2018-09-04 05:52
    최종업데이트 2018-09-04 07:5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사건 피고인인 의료진 7명(조수진 교수 등 교수 3명, 전공의 1명, 수간호사, 간호사 2명)의 공판이 4일(오늘)부터 시작된다. 공판에 시작하기 직전 사건의 유족 측이 병원과 극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 변호인은 고 박종철군 사건 부검을 담당한 법의학 대가인 황적준 전 고대의대 교수 진술서를 토대로 역학조사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4일 법조계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사건 공판 시작 전에 병원 측과 유족들이 서로 합의했다. 정확한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수진 교수와 전공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병원과 유가족 측이 합의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합의와 관련한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라며 “공판이 끝난 이후에 합의를 할 것으로 보였지만 그 전에 먼저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족은 사건의 원인과 관계가 없는 만큼 합의가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 문제되진 않는다”라며 “다만 합의 사실은 이번 사건 공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해자가 강하게 피해 사실을 주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피고인인 의료진들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와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의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공판 초기에는 이들 기관의 조사결과를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의료진 변호인들은 이날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중요한 추가 증거로 법의학 전문가의 진술서를 판사에게 제출한다. 변호인들은 전문가 진술서를 통해 4일 국과수 연구원과 5일 질본 역학조사관에게 질의하고, 판사도 이에 따른 집중심리 절차를 거친다. 이어  6일과 7일은 피고인들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진술서 작성에 협조해준 전문가는 고(故) 박종철 군의 죽음이 경찰에 의한 고문치사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황적준 전 고려의대 교수다. 그는 국내에 손꼽히는 법의학 대가이며 2013년 고대의대를 정년퇴임했다. 

    황 교수는 사망한 신생아들 사이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DNA가 서로 다르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교수가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시트로박터균의 DNA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건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이 신생아들의 공통적인 사망원인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진술서는 패혈증이 사망원인이라면 신생아들의 폐나 심장 등 장기가 심하게 손상돼야 하지만, 부검결과에서 장기 손상 흔적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의료진들의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원인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3명(조 교수, 교수 1명, 수간호사)의 의료진이 억울하게 구속됐다가 풀려났다"라며 "이번 재판은 국과수와 질본이라는 국가기관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