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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교수에서 의사과학자로

[딴짓 번외]서울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

임상에서의 활용을 앞당기는 중개연구자

기사입력시간 18-01-15 05:00
최종업데이트 18-01-1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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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이지만, 실제로 미국에는 의사과학자가 매우 많다고 한다. 그 중에는 연구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진료를 겸하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매우 드물다. 그것도 ‘전문의’ 의사과학자는.
 
이번 달 ‘딴짓하는 의사들’의 주인공은 2002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병원 전공의, 전임의를 거쳐 2012년부터 충북대 임상 교수로 근무하다 2015년 모교의 기초의학 교수(의사과학자)로 돌아온 최형진 교수다.
 
그는 SNS를 통해 디지털 헬스, 임상실험, 신경과학 등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관련 분야에서도 꽤 알려졌다. 현 인류의 천재라고 믿는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는 걸 보람으로 느끼며 내년, 내후년에 새로운 연구결과를 밝히는 누군가가 내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지금 이 순간도 즐겁게 연구하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을 찾아 의사 과학자가 된 사연과 함께 그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전문의 의사과학자는 ‘중개연구자’
 
전문의 의사과학자는 기초과학의 연구결과를 임상과학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계해 주는 중개연구자다. 그래서 진리탐구 보다는 전문의 자격 및 임상경험을 살려 주로 인체에 가까운 분야를 연구해 실제 사람(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의사과학자로 누리는 삶의 장점은 ‘즐거움’이다. 나는 지금 삼사십대 하이라이트의 시간을 전세계 어느 학자보다도 창의적인 발상을 해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구현하고 입증해 보이기 위해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걸 발견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임상의사로서의 외래 진료에 대한 기억은 괴로운 경험이 더 많다. 입에 단내 나도록 3분 간격으로 똑같은 삶은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 3달에 1번씩 당뇨병약 처방을 반복하는 건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았기에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내 최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삶을, 긴장 상태에서 반복하는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다. 물론, 월급이 많고 학회 등에서 권위를 누릴 수 있고 정책 참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었다.
 
사실 서울의대의 전신인 제국대학에서 생리학자로 근무하신 할아버지를 보며 기초의학의 꿈을 꿨지만 내분비내과 의사이신 아버지의 권유로 내과 전문의가 됐다. 그런데 그 길을 돌아 결국 꿈꾸던 기초의학자가 됐다.
 
 
의사과학자, 의학교육의 출발점에서부터 길러야
 
한국에서 의사과학자는 임상의사와 급여가 2배 정도 차이 나고, 사회적 지위나 안정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 의대생 혹은 의사가 연구를 희망하면서도 본인의 생각과 다르게 결국엔 임상의사의 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모교인 서울의대에 연구교수로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전문의 의사과학자를 뽑아서 향후 중개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서울대 리더십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서울의대는 의학교육의 출발점에서부터 의사 출신 기초의학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약리학 교실로, 신경외과 전문의와 내과전문의인 본인을 해부학교실로 영입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1번 정도 진료를 겸해 임상경험을 유지하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는 의대 진학 때부터 MD, PhD 병행 과정을 두고 있는데,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정부에서 관련 학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 교육과정을 내과의 경우 ‘일반 내과 전공의 과정’과 ‘연구 심화 내과 전공의 과정’으로 나눠 후자의 경우 자연스럽게 의사과학자(근무시간의 10%를 진료에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두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은 의사과학자들이 의료 산업을 이끌고 있다.
 
한국도 의사과학자들을 양성해 중개의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미 기존에 있는 의사 과학자들을 채용하고, 의대생 혹은 전공의들이 커리어패스를 긴 호흡으로 잘 수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연구비 지원 등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의대 졸업 후 전공의와 기초학 박사로 진로가 나뉠 때 발생하는 연봉 차이를 별도의 정부 예산으로 보조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왜 먹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연구
 
현재 진행하는 연구는 ‘사람은 왜 먹고 싶어하는가’를 주제로 신경과학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인지 부조화 행동들을 분석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등, 관련 질환을 개선하는 연구다. 최종 목표는 비만 대사 질환의 개인맞춤 치료를 체계화하는 거다.
 
일반 진료의 경우 행동치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연구는 가족 관계가 안 좋아서 폭식하는 경우 정신과 상담을 통해 이러한 증상을 개선하는 등 비만을 야기하는 행동의 이면에 깔려 있는 감정(emotion)이나 인지(cognition)를 파악해 이를 변화시킴으로써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이를 위해 ‘눔’의 건강관리 앱을 이용해 혈당이나 식사, 운동 정보 등을 수집하고 ‘구글 서베이’를 통해 매일 인지 및 감정에 대한 설문을 하며, 체지방을 측정한다. 또 맞춤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유전체 정보도 수집한다. 이처럼 표준관리와 디지털 관리를 함께 진행하며 심리지표와 음식지표를 이용해 체지방률을 개선하는 개인별 맞춤치료를 연구한다.
 
지난 해 75명을 대상으로 8주간의 집중치료를 실시했는데, 치료시작 6개월 후인 2018년 4월에 실제 삶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는지에 대한 효과를 측정할 계획이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번 연구는, 임상시험이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365mc와 같은 비만전문병원이나 개인병원들과 연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인구는 암이 아니면 대사질환이나 신경병증으로 사망한다. 아편과 담배의 해악을 발견하고 이를 못하도록 사회를 바꾼 것은 모두 과학자들이 이뤄낸 것이다. 뚱뚱한 인류로 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도 과학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중독적인 식습관 문화를 잘 연구해서 신경과학적인 테마도 밝히고, 궁극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걸 도와 사회적으로도 기여하고 싶다.
 
 
전문의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우선, 연구의사와 임상의사에 대한 비교를 술자리에서 선배들한테 듣지 말고, 실제 현장을 찾아서 당사자들에게 듣고 결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현장을 방문해 보고 그 사람과 두 끼 정도 같이 식사하면서 진솔한 얘기를 들어보라.
 
의대생에게는 “지적 허영심이 자기의 자긍심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오라”라고 말하고 싶고, 전문의에게는 “희망을 갖고 찾아보라. 대신 연봉을 미리 포기하고 협의에 임하라”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연구의사는 보람과 명예로 살아간다. 명예심에 도취돼 살 수 있는 이라면 괜찮다. 여러 도전들이 가득해 자부심이 크다.
 
생각보다 기초 분야에서 의사과학자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상의사의 연봉이 높아 영입이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말 연구를 갈망하는 전문의라면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다.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