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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의대 교수의 전쟁

    한방 검증 요구하다 교직 박탈 위기까지

    기사입력시간 2016-01-14 06:28
    최종업데이트 2016-01-14 12:15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


    한방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를 개발한 한의사인 단국대 최원철 특임부총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유죄를 선고받은 충북대병원 한정호(내과) 교수.
     
    그는 넥시아의 약효를 검증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언론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최원철 부총장을 비방하다가 자칫 교직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어쩌다 전쟁 같은 이 길에 들어선 것일까?
     
    13일 기자와 만난 한정호 교수는 넥시아와 얽힌 사연을 이야기했다.


    강박관념
     
    한 교수는 어릴 때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단칸방에서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동생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지체장애인.

    한 교수의 동생은 자주 점퍼, 신발을 빼앗긴 채 귀가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생을 괴롭힌 애들을 찾아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어디에서 "악" 하는 소리라도 들리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그 덕에 고교 시절 친구와 함께 새벽 2시까지 골목골목을 뒤져 성폭행범을 잡아 경찰에 넘겼고, 의대 재학시절에는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인 여학생을 구하기도 했다.
     
    인턴 시절에는 응급실에 온 조직폭력배에게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온몸에 문신을 한 조직폭력배가 진료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고 여자 인턴한테 상상도 할 수 없는 욕을 해대는 것을 보고 "응급실에서 횡포 부리지 말라"고 한마디 했다가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는 "좋게 말하면 나서기를 좋아하고, 나쁘게 보면 강박관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호주행 국제선 항공기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를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로 구한 적도 있다.
     
    그 때도 "억" 소리를 듣고 자동반사적으로뛰어갔다고 한다.
     

    한정호 교수의 블로그


    의사의 양심

    그는 "의사는 환자를 보는 직업인데 양심에 따라 진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법이 잘못 됐는지 뻔히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동조하는 게 아닌가?"
     
    그는 우리나라 의학자나 의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 환자가 의사나 한의사로부터 잘못된 치료를 받았거나 검증 되지 않은 약을 복용했다면 언론이든, 논문이든 어떤 방법으로라도 고발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사집단은 동료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청난 비판을 가하면서 그런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잘못된 의료, 검증되지 않은 의료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겪은 의료사고와 암
     
    대학 4학년 때 무릎 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사고가 났다.
     
    수술 과정에서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죽다 살았다.

    수혈을 49번을 받았고, 석달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하지관절장애가 있다.
     
    또 수술 도중 선배 의사의 실수로 신경이 잘려나가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못 든다.
     
    통각을 잃었고, 무릎 관절이 남아있지 않다.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지금은 전혀 할 수 없는 신세다.
     
    그는 "두 번의 의료적 실수를 경험하면서 철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
    여기에다 2005년에는 고환암 진단을 받아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죽음이라는 게 뭔지 실감이 났다.
     
    꿈 속에서 암이 재발했다는 통지를 받고 엉엉 울다가 깨기도 하고, 낮잠을 자다가도 그런 꿈을 꾼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의사인 내가 이 정도인데 환자들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사이비 의료와의 전쟁 입문 과정
     

    한정호 교수가 문제 제기한 중풍예방주사는 결국 KBS '소비자고발'에서 방영해 화재가 됐다


    암환자로 입원해 있다보니 침대 앞에 '기적의 암치료법' 전단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전까지는 민간치료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역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단지에 손이 갔고,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 그럴 듯 했다. 커피 관장치료도 90%는 맞는데 5~10%가 거짓말이다"면서 "논문이 조작됐거나 증례 보고에 의존하거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게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외국의 여러 전문의들이 검증되지 않은 관장치료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처음부터 한의사들을 비판한 게 아니라 의사들의 자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뒤부터 중풍예방주사, 항노화 투석치료 등을 받은 환자들이 병원에 실려 오는 것을 보는 족족 지역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사이비 의료에 싸움을 걸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의사, 한의사 등으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게 의사의 양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에게 검증되지 않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일부 한방치료도 그런 것이었을 뿐이다.
     
    그는 "한의학이라는 형태는 효과와 안전성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 악용하고, 심지어 새로운 한방신약으로 치료한다고 홍보하는데 검증된 자료는 없다"면서 "만약 의사가, 제약사가 그렇게 한다고 하면 식약처, 환자단체가 그만히 있겠느냐"고 환기시켰다.
     
    특히 그는 "안전성과 효과 검증을 거치지 않고 처방과 판매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있느냐"면서 "하지만 한약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라고 비판했다.
     

    2011년 6월 PD수첩은 넥시아 논란을 조명했다 


    그가 넥시아를 알게 된 것도 2011년 PD수첩으로부터 관련 논문을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부터였다.
     
    넥시아 검증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그가 살아온 과정상 객관적 검증이 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과

    그는 "넥시아 검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표현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고, 최원철 교수에게 사과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정호 교수는 "암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싶었는데 표현상 잘못이 있다"며 다시 한번 최원철 교수를 험하게 비난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