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의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땜질용' 시각
우리나라는 감기가 걸려도 대학병원으로 가고, 암에 걸려도 대학병원을 간다. 그런데 수가가 매우 낮기 때문에 대학병원도 박리다매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병원은 언제나 환자들로 넘쳐난다. 넘쳐나는 환자들을 감당하는 것은 주로 전공의와 인턴의 몫이다. 그래서 대학병원 전공의는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강도를 자랑한다. 사회에서 주 52시간 근무가 논의되고 있을 때 전공의는 주 80시간 근무를 논의했고, 이를 두고서도 전공의가 주 80시간을 근무하면 병원이 마비된다고 병원들은 반대했다. 지금도 제대로 주 80시간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전공의, 인턴, 전임의, 교수 등을 모두 갈아넣다시피 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힘들다. 외래에서는 늘 '1분컷'으로 진료를 봐야 하고, 입원해서도 담당의사를 만나는 건 어렵다.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죽도록 고생하는데, 환자들은 자꾸 불만이 쌓인다.
이런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할 비책의 하나로 도입한 것이 ‘입원전담전문의’다. T.O가 정해져 있는 전공의나 교수를 마음대로 추가 채용하기 어려우므로 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전문적으로 볼 전문의를 적절한 보수를 지불하고 고용하는 제도다. 2016년 9월 시작된 이 제도를 통해 여러 대학병원에서 숨통이 트였다. 환자들의 응급실 체류 시간이 줄었고 입원 만족도가 올라갔다. 전공의들의 지옥 같은 업무 강도도 약간이나마 줄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고, 본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중 엉뚱하게 이번 의대생 의사국가고시 거부 사태의 불똥이 튀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 인턴 부족 사태를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해 해결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지난 8월 전공의들의 파업이 지속될 때도 전공의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하겠다고 발언했다.
단순히 추가 수가를 조금 더해서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인턴 일을 맡기겠다는 것인데, 이는 인턴과 입원전담전문의가 병원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냥 의사 면허만 있으면 모든 의사가 아무 일이나 똑같이 할 수 있는 '땜질용'으로밖에 보지 않는 편협한 시각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당장 보건복지부 장관, 차관, 사무관 등이 동사무소 창구에서 진상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 입원전담전문의의 인턴 대체가 실현된다면 내년 대부분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사직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나마 개선되고 있던 대학병원의 현실도, 나아지고 있던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도 모두 다시 엉망이 될 것이고 인턴 공백은 공백대로 그대로 발생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이 될 것이다.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모할 수가 있나 싶다. 어떤 정책이든 최소한 그 정책이 적용되는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 진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