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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업무를 멈춰서라도 의료인 폭행 사건 대국민 이슈화해야”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4일 상임이사회서 강조 긴박했던 24시간

    문제해결을 위해 온오프라인 이슈화와 현행법 분석·입법화까지 추진

    기사입력시간 2018-07-05 06:04
    최종업데이트 2018-07-05 14:30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의 5월 2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연설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같은 의료인으로서 응급실 폭행 동영상을 보면서 동영상의 주인공이 본인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봤다. 의료인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동영상을 공개한 피해자의 용기를 헛되이 해선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 업무를 멈춰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이슈화에 성공해야 한다.”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4일 오전 7시에 열린 의협 40대 집행부 10차 상임이사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주장은 의협 집행부로부터 긍정적인 해석이 있었고 이에 따라 집행부가 적극적인 공론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앞서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진료 중 특별한 이유 없이 응급실에 진료를 보던 응급의학과장을 폭행해 뇌진탕, 목뼈 염좌, 코뼈 골절, 치아 골절로 치료를 받고 있다. 3일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직접 전북 익산에 내려가 피해자를 위로하면서 법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작심발언을 했던 것이다.  

    박 회장은 “현 의협 집행부는 전 집행부와 색깔을 다르게 가져갔다. 의료를 멈춰서까지 의료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라며 "무슨 사건이 있을 때 사진을 찍고 피상적인 지원을 한다면 역대 집행부와 똑같아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기회에 의협 집행부가 완전히 응급실 의료인 폭행을 막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라며 “이번 일은 의사회원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인 만큼, 오늘(4일) 24시간 안으로 어떻게든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국민 이슈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의협 집행부 상임이사들이 박 회장의 발언에 100% 동의하면서 격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날 의료인 폭행 현장에서의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대국민 이슈가 됐다. 의협 최대집 회장이 피해자에 대한 구속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이슈는 보다 확산됐다. ‘응급실 폭행’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까지 오르면서 국민 차원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응급실 의료인 폭행 문제는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상식의 문제다”라며 "국민 건강이나 의료는 모두 상식선에서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응급실 폭행사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반복되는 사건을 보면 경찰 등 공권력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된다”고 했다. 

    특히 응급실 폭행에 대한 대국민 이슈는 직역 이기주의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회장은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보장성 강화 대책) 등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의사들의 이익을 위한 프레임으로 짜여져 있다. 이번 의료인 폭행 사건은 이런 프레임에서 확실히 벗어나 국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응급실 폭행은 국민들도 의료인 입장에서 공감해줄 수 있는 이슈다. 현재까지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응급실 폭행이라는 악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살기 좋은 사회이자 수준 높은 사회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이슈화는 당연하다”라며 “의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표현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오늘 집행부의 집중적인 노력이 통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지만, 의사들만으로 국민청원 성사 인원인 20만명을 얻기가 어렵다고 했다. 박 회장은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만~2만 정도 동의한 다음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국민 이슈화가 안되는 오프라인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슈라면 집회를 열고 국회를 쫓아다녀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중요한 사건이 생기면 24시간 안에 최대한 이슈몰이를 해야 한다. 이슈화된 기회도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진짜 문제 해결은 이제부터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온라인 이슈몰이 이후에 국민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알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유사한 사건들을 분석하고 현재 법 테두리 내에서의 법률적 자문과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현재 법률상으로 의미가 없다면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슈화에 성공한 다음에는 온오프라인 국민들과 함께 하는 의료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 의료인을 정말 존경한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를 피하고 넘어간다”라며 “해당 피해자는 의연하게 동영상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의협은 그의 결심을 헛되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존경할 수 있는 사회, 질서 있는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사회가 한층 더 성숙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응급실 폭행은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사회의 중심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