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빅파마와 스타트업 간의 협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엘의 'G4A 코리아', 머크의 '엑셀러레이터'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협력 또는 지원 프로그램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협력 파트너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들 스타트업이 대부분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파트너로 국내 디지털 및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는 2020년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비바 테크놀로지 2020(Viva Technology 2020)'을 앞두고, 국내 유망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상호간 동반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10월 31일 글로벌 오피스 플랫폼 위워크(WeWork)와 공동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소개된 사노피 개최 챌린지 내용과 실제 챌린지에 지원해 비바 테크놀로지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비바 테크놀로지는 전 세계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투자자 및 각 분야 리더들이 모여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프랑스 최대의 국제 스타트업 행사다. 사노피는 '인류가 당면한 건강문제 해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경영 전략 하에 2017년부터 주요 파트너로 참여, 매년 임상 연구, 진단 및 치료 관련 5개 세부 과제에 대한 '건강한 삶의 동반자(A Health Journey Partner)' 챌린지 개최해왔다.
사노피 R&D 책임 김상균 박사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궁극적으로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바꿀 하나의 커다란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어떻게 혁신 신약 개발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상당히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비바텍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박사는 "약물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허가 단계까지 약물 개발의 전 과정 및 약물 시판 후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해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사노피가 1차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는 현재 가용한 기술이나, 여러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시도하는 것들을 이용해 환자에게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영역이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바이탈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 될 수 있고, 신약허가신청을 접수하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사노피가 개최하는 챌린지는 ▲임상시험 중 유효 생체신호 측정 기술 ▲구조화되지 않은 환자 데이터의 자동 비식별화 솔루션 ▲인공지능(AI) 활용 의료정보 음성 제공 솔루션 ▲음성기술 활용한 알레르기 증상 감지 기술 ▲환자 및 전문센터와의 매칭 속도 향상 기술 등 5가지다.
김 박사는 "첫 번째는 임상시험에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실제 임상시험에서 어떻게 적재적소에 환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말한다. 세 번째는 음성인식으로 환자와 의사가 의료 관련 정보를 교환할 것인가, 네 번째는 음성인식 기술을 환자의 증상을 진단하는데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마지막은 희귀질환 환자를 어떻게 이른 시기에 최대한 빠른 방법으로 구분하고 전문의와 매칭할 것인가의 문제다"면서 "이러한 챌린지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거나 응용 가능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지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챌린지에서 선정된 스타트업은 비바텍에 초청을 받을 수 있으며, 그곳에서 비스니스 피치 및 전시 등을 지원 받고, 사노피 R&D 총괄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또한 사노피와 협업하고 있는 스타트업 CEO와의 만남을 통해 사례를 공유받을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인큐베이션을 위한 여러 트레이닝 세션도 진행된다.
스타트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선정될 수 있고, 실제로 체감하는 혜택은 얼마나 될까. 건강 분석 및 진단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인 스카이랩스는 사노피가 개최하는 챌린지를 통해 2018년과 2019년 2회 연속으로 비바텍에 참가했다.
스카이랩스 이병환 대표는 비바텍 지원 참여 노하우 소개 발표를 통해 "노하우는 심플하다. 먼저 질문을 해야한다. 우리는 왜 비바텍 사노피랩에 참가하려 하는가,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바텍 사노피랩(Sanofi Lab)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우리가 가진 비즈니스를 헤드쿼터(headquarter)에 있는 고위 임원에게 피칭할 수 있다는 점이다"면서 "여러 제약사와 같이 일하고 있지만 이는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우리가 가진 비즈니스를 같이 논의하고 협업할 수 있는지 답을 얻는 것이 가장 큰 참가이유다. 여기에 맞는 스타트업이라면 꼭 참가하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노피랩에는 보통 '테크포헬스 랩(Tech4Health Lab)'과 '아프리카테크 부스(Afric@Tech booth)'라는 2개 대형 홍보관이 설치된다. 이 중 아프리카테크 부문은 아프리카 국가 중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라에 의료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갔을 때 아프리카테크에 대한 기회가 매우 크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지원한 다음 어떻게 하면 선정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의 답은 사노피에만 해당되는 답은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굉장히 근본적인 답이다. 어떤 파트너십을 만드려 하는데 있어 사노피는 왜 우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만드려 할까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재작년 말 처음 지원할 때 사노피의 제품 파이프라인을 모두 조사했다. 사노피의 어떤 파이프라인에서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져갈 역할은, 같이 할 역할은 무엇인지 성찰과 고민을 했다. 이러한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B2B 비즈니스와 같다. 무엇을 제공하고 받을 것인지,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사노피 챌린지와 관련해 쉽게 말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들의 의견을 등록하는 서비스도 응용 기술에 포함될 수 있다. 툴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면서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기 위해 우리 기술로 이렇게 할 수 있다'라고 피칭했을 때 상대방이 효과적이라 판단하면 선정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처음 회사를 만들때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목표로 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글로벌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려면 계속 밖으로 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을 엄청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제 붙잡고 우리 비즈니스에 대해 말거는 사람들이 생기 시작했다. 사노피 챌린지와 같은 프로그램은 그런 기회의 장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바로 적용할만한 기술은 높은 점수를 받고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응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가능하다고 소개한 이유는, 예를 들어 부정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그것이 나중에 다르게 적용되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현재 개발하고 있거나 집중하는 기술분야와 가장 근접한 챌린지가 무엇인지 고민해봤으면 한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에 신청해도 된다. 그 과정에서 관심있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