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대한 방법론에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 가용가능한 병상을 코로나19 중환자병상으로 돌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거점전담병원 확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급격히 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가용가능한 병상을 확충하는 안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각 상급종합병원 측과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협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중환자치료 위한 정부 '상급종합병원안' 문제점 많아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을 늘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음압설계가 이뤄져 있지 않아 코로나19 대응 병상 확충이 비효율적이고 감염의 위험으로 인한 비코로나19 환자의 치료가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의대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학 교수는 9일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중환자 진료 대책 온라인 포럼에서 "병상 확충을 위해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고려하는 이유는 보통 1000병상 정도가 있기 때문이고 이 중 10병상 씩만 코로나19 치료 병상으로 빼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1병상이라도 코로나19 환자를 보게 되면 감염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중환자 병상의 3~5배가 축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일반 중환자병상은 재원 일수가 길지 않고 주요수술 환자 모니터링의 용도나 급성기 환자 치료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정부 안대로라면 급성기 암수술이나 뇌출혈 등 수술 축소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도래한다"고 지적했다.
고려의대 손장욱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서울 시내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지어진지 20년 이상됐다. 감염병 상황에 대비한 동선 분리와 음압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들이 다수"라며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해 효율적 대안을 고려한다면 상급종합병원안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이 각 상급종합병원에 분산되면 진료와 증상에 따른 전원 시스템 상으로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의대 호흡기내과학 김제형 교수도 같은 포럼에서 "병상이 여러 곳에 분산될 경우 병상 파악이 어렵고 중증도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른 중환자이송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즉 병상이 여러 곳에 산적해 위치하는 것보다 한 병원에 전담병실이 모여있게 되면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코로나19환자를 일반병실로 이동시키는 작업이나 다시 증상이 악화되 중환자병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현장‧학계 등 의료전문가들, '거점병원안' 통해 중환자 보호 주장
이 때문에 대한중환자의학회 등 의료계 전문가들은 기존 상급종합병원안 보다는 거점전담병원을 확충해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봤다. 특정 공공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의료인력을 상급종합병원에서 파견하는 식으로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장비와 시설에 대한 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고 민간에서 의료인력을 적극 돕는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향후 코로나19 유행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전 회장(가톨릭의대 교수)는 "거점전담병원은 이해가 상충하는 주장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선제적 대안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전담병원이 역할을 분리해 각각 효율적으로 역할분담을 하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전 회장은 "일반진료의 손실없이 효율적으로 코로나와 비코로나 환자를 모두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환자간호사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위해 교육된 간호사 인원이 400명이나 된다. 간호 인력이 없어 거점전담병원을 못한다는 얘기도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위기 상황에 대비해 중환자 진료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관련 권고사항을 만들어 중화자 진료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환자의학회 권고사항에 따르면 예를들어 1개의 장기부전 증상을 보이고 예측 생존율이 80% 이상일 경우 치료 우선순위가 가장 높지만 말기장기부전 혹은 심각한 뇌기능 장애, 말기암 등 예측 사망률이 90% 이상일 경우는 치료 우선순위가 4순위로 떨어지게 된다.
홍석경 교수는 "실질적으로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중환자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맞다. 평상시에는 진료에 우선순위가 없고 모든 진료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맞지만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의료인과 사회, 정부는 지금부터 이 시기를 대비해 최고의 치료보다 상대적으로 최적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회는 이미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중환자실 입실 우선순위와 거점병원 진료 프로토콜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에 맞춰 중환자실이나 준중환자실 퇴실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며 "감염병 대유행 시를 대비해 의료전문가, 윤리전문가, 정부가 조기에 사전협의를 통해 치료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에 따른 의료인 법적보호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도 어느정도 공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 현장대응팀장)은 "3차 대유행에 맞춰 의료 현장과 학계에서 내놓은 좋은 제언이라고 본다"며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 모듈병원 형태로 전담병원 형태를 세워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중환자 입원병상 30개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현장 인력 운영문제, 물자의 지급 부분 등은 계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중환자 보호를 위한 지역거점병원안도 시급한 과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