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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 무용지물...“복지부·외상센터 의사 봐주기식 평가"

    외상센터 의사 다른 진료에 투입, 환자 안보는 의사 채용 등 지침 위반 '산적'

    기사입력시간 2018-01-08 13:00
    최종업데이트 2018-01-09 08:0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일부 권역외상센터가 외상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거나 권역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를 다른 진료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조건의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을 위반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들이 서로 '봐주기식' 평가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과다출혈 등 중증 외상환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수술이 가능한 외상 전용 전문치료센터를 말한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곳이다. 외상환자는 이송부터 수술까지 1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에 선정된 기관에 80억원의 시설·장비비와 7억~27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17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했고 이중 9개 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권역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는 일부 권역외상센터가 운영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제보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이달 23~24일에 권역외상센터 정책을 보고할 때 실상을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복지부와 평가위원인 외상센터 전문의들에 한번씩 암행평가를 하는데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가 다른 진료를 하거나 다른 수술을 해도 문제삼지 않는다”라며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선배들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평가 상황을 문제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를 신청할 때의 계획과 실제 운영 측면에서 완전히 달라진 부분이 많다"라며 "외상 환자가 많지 않아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가 다른 진료에 투입되더라도 병원에 반대 의사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10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A권역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는 연간 1500건의 중증외상환자를 수술했는데, B권역외상센터의 한 전담전문의는 연간 수술 실적이 단 1건도 없었다"며 "실적이 없는 이 의사는 60대로, 외상센터 전담전문의가 보통 30~40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외상 환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경증 치료에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를 활용하고 있다”라며 “복지부가 이를 정확히 점검해서 적발된 병원에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상센터 외상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8일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을 확인한 결과, 권역외상센터는 해당 권역에서 발생한 중증 외상환자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한다. 권역외상센터는 지역 내 중증외상환자의 진료를 적극적으로 담당하고 중증 외상환자의 진료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에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을 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환자가 다른 외상센터에서 오는 경우가 있다”라며 “검사시간이 30분 가량 소요되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한 다음 병원 사정상 수술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환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환자는 이송부터 수술까지 1시간 이내에 이뤄지는 '골든 아워'를 지켜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일부 외상센터는 외상환자의 응급 수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권역외상센터의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을 거부하는 이유는 외과의사가 상시 대기하지 않거나 다른 진료에 투입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라며 “상시 수술이 가능한 권역외상센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 지정을 취소하고 지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 겸직 여전
     
    운영지침에 따르면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근무 명령을 받고 외상환자의 진료만 담당해야 한다. 의료기관장은 외상센터의 전담 인력과 파견인력이 외상센터 이외의 진료 업무를 겸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본사업계획서를 통해 각 병원들로부터 성실 이행을 약속받았다. 운영지침에는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겸직 금지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으면 복지부 장관이 권역외상센터 설치 사업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가 다른 진료를 하도록 하는 일이 많다”라며 “가벼운 질환을 진료하거나 외상이 아닌 다른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른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는 언제라도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곳"이라며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가 수술을 하지 않고 있으면 다른 진료과나 병원장이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구급대원이 외상센터 존재 여부 몰라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에는 권역외상센터와 지역사회가 연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국 시·도지사는 관할 지역의 중증 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신속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시·도 소방본부, 의료기관 등을 통해 관련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 권역외상센터장은 권역 내 외상환자 이송체계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시·도지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와 지역사회가 연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역외상센터는 복지부 소관이지만 소방청은 국민안전처의 산하기관이고 부처간 콘트롤 타워가 없어서다.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급대원이 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하지만 외상센터 존재를 아는 구급대원이 많지 않다“라며 ”병원이 소방청을 상대로 교육에 나선 다음 알음알음 알게된 구급대원이 외상 환자를 데려온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급대원이 가까운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했다가 뒤늦게 외상센터로 다시 옮기는 일이 있다”라며 “소방청은 복지부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구급대원과 외상센터 간 연계된 정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공의 지원 없고 엉뚱한 전담 전문의 채용
     
    운영지침에서 권역외상센터 기관장은 기관 내 외과계 전공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의 외상 관련 수련을 위해 전체 수련기간 중 6개월 이상을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중증 외상환자의 수술, 집중치료, 입원진료 등을 수련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병원은 권역외상센터에 외과계 전공의를 한명도 보내지 않았다. 외과 전공의 지원 자체가 저조해 외상센터 수련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었다.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과계에서 외상센터에 전공의를 보내지 않는다”라며 “외상센터에서 일할 전담 전문의가 없는데 전공의까지 없다. 남은 사람들이 격일로 당직을 서거나 36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센터에서 제대로 일해보려는 의사는 너무 힘들어서 쉽게 그만둔다"라며 "외상센터 지원금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면서 소극적으로 환자를 봐야 버티는 분위기마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술을 하지 못하는 60대 전문의나 연구만 하는 전문의가 외상센터 소속으로 오기도 했다.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로 등록하면 정부로부터 1인당 1억2000만원의 인건비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수술을 할 줄 모르고 당직을 서지 않는 전담 전문의를 외상센터에 배치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라며 “심지어 모병원은 60대 이상의 전담 전문의 2명을 배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외상센터에서는 선배 전문의가 당직을 서는 것처럼 가장해 후배에게 ID카드를 찍게 하거나, 당직실에서 응급환자 콜을 받지 않고 잠만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외상센터 인건비 지원은 6개월 이상 실제로 근무하는 것을 지켜본 다음에 지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외상센터 장비를 다른 진료에 활용
     
    운영지침에는 권역외상센터에 상시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가동되도록 하고 있다. 중증 외상환자가 필요할 때 즉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CT는 응급실과 겸해 사용할 수 있으나 중증 외상환자가 우선해 24시간 상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 장비를 응급 상황을 위해 무조건 비워놔야 하지만 병원에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며 “장비가 놀고 있으니 다른 진료과 선배 의사들이 장비를 쓰겠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다른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에서 지원금으로 다른 진료에 쓸 장비를 구입하기도 한다”라며 “선배 의사가 그렇게 하자고 제안하고 병원장이 이를 승인하면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