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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할 때 '고'를 외쳤다면 당차게 밀고 가고 상대의 패를 분명히 읽었을 때 '스톱'하는 지혜로운 의협회장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⑱ 이용민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2020-12-26 10:32
    최종업데이트 2020-12-26 12:09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대한의사협회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⑪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⑫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⑬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⑭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 

    ⑮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⑯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⑰​장유석 경상북도의사회 회장
    ⑱이용민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뚝심과 지혜, 그리고 식견과 안목을 지닌 인물이 제 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선택되길 바란다.

    의협회장 선거 때면 너나없이 후보들은 으레 투쟁을 앞세운다. 의협회장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나 자신도 투쟁을 강조했다. 그건 회원들의 투쟁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의료 현실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회원들은 투쟁만 외치는 사람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는 것 같다. 아니, 식상함을 넘어 헛되고 의미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다들 아는 일이지만 현 최대집 회장은 누구보다도 투쟁을 강조했고, 회원들도 그가 가장 강력한 투쟁을 이끌 거라고 기대했다. 지난 선거 당시 최대 이슈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였다. 최 회장은 선거 당시 첫째도 문재인 케어 저지, 둘째도 문재인 케어 저지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의료계 투쟁은 문재인 케어가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이른바 4대악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촉발됐다. 그리고 의협이 아니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폭발력을 키웠고, 여기에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이 의사국시 거부로 가세하면서 투쟁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다. 

    그러나 투쟁은 오래가지 못했고, 투쟁의 불길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은 다른 사람도 아닌 현 의협회장이었다. 그건 회원들의 열망에 대한 배신이었다. 무소의 뿔처럼 돌진할 것 같았던 최 회장이 오히려 투쟁을 잠재웠으니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유를 꼭 집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최 회장이 왜 그리 성급히 정부와의 합의문에 서명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짐작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의협회장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결국은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회장은 자격미달이다. 

    의협회장은 진실한 사람이어야 한다. 입으로는 투쟁을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시늉만 내는 사람은 절대 의협회장이 돼선 안 된다. 나아가 뚝심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속칭 고스톱에서 일단 '고'를 외치면 당차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명색이 투쟁을 가장 앞세운 회장이 '고'해놓고는 갑자기 '스톱'이라니. 

    물론 투쟁만능주의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투쟁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회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중요한 건 스톱할 상황이 아닌데, 다시 말해 아직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확실한 국면에서 '여기까지만'하고 끝내는 건 실제 고스톱에선 벌어지지 않는다. 고스톱이라면 그건 어리석은 짓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 의료 현실에서 그런 행동은 비겁하기까지 하다. 

    고스톱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면 의협회장은 상대의 패를 읽을 수 있는 노련함과 여우의 지혜가 있어야 한다. 상대의 패를 읽을 수 있으면 '고'를 할지 '스톱'을 할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의협회장은 그런 노련함과 지혜로 나아갈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의협회장은 독선적이어선 안된다. 이 점 역시 그간의 의협회장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독선적인 회장은 회원들을 결속시키지 못한다. 각 지역의사회와 직역 및 기관들과 소통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의사 사회는 지난날의 분열과 갈등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합으로 통합을 이끌어야 할 의협회장이 독선적이어선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덧붙이고자 하는 점은 의협회장이 의료에만 매몰되지 않고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갖춘 사람이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의료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식견과 안목은 의료계를 이끌어 나가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우리 의사들은 너나없이 뛰어난 사람들이지만 사실 다른 분야에는 문외한일 경우가 많다. 의협회장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문 및 인물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하려면 폭넓은 식견과 안목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 그런 회장이라면 정치력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의쟁투 이래 20년 가까이 의료계에서 활동해오다 보니 누가 의협회장에 적임자인지 보면 알 것도 같다. 유권자 회원 동지들이 잘 판단해주기를 기대한다. 분명히 잘 보면 보일 것이다. 누가 진실하고 뚝심 있으며 '고'할 때와 '스톱'할 때를 잘 판단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누가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갖춘 사람인지 말이다.  

    반복되는 의협회장에 대한 실망이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는 냉소를 짓게하는 현실이지만,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그 판단은 회원들의 몫이고 책임이다. 차기 의협회장은 실망과 회한의 고리를 끊고 의사회원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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