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원격진료 등 디지털헬스케어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에서 자가로 피검사가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세계 30위권의 제약기업인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이 은퇴 이후에 해당 기술의 스타트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은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뉴노멀 시대의 헬스케어 혁신을 주제로 열린 2020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와 대응'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서 회장은 올해 말까지 한국을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매우 어정쩡하다. 바이러스가 에이즈만큼 고약하지 않고 독감(인플루엔자) 보다 메커니즘이 심플하며 독성도 애매하다. 몸에 들어와서도 곧바로 아프지 않고 번식, 잠복을 거쳐 장기염증과 손상이 발생할 때 환자가 된다"며 "독감은 2~3주가 지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완치되지만 코로나19는 독성이 강해 2~3주 후 바이러스는 없어도 장기손상환자가 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특히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혈액순환이 어려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100% 중증으로 발전한다"며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야만 일상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 100개 회사가 백신을 개발하고 이중 10개 정도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성공률이 높게 나온 화이자는 RNA백신인데, 문제는 해당 방식의 백신 개발이 처음이어서 추후 어떤 이상현상이 있을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어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아데나바이러스의 유전자재조합으로 스파이크를 발현시키는 백신을 개발 중인데, 이 역시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가장 전통적인 홀바이러스 백신이 가장 좋지만, 이는 지역감염 발생 가능성이 높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다.
백신은 내년 상반기 10여개 정도가 성공 가능하며 전 세계가 일정 수준을 공급받는 것은 하반기 정도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되나, 이것만으로는 방역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서 회장은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가 생겨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사람은 50~60%에 불과하다. 치료 방법이 있어야 한다"면서 "셀트리온을 비롯해 미국 2개사, 유럽 2개사 등이 개발하는 항체치료제가 가장 빠르게 나올 것으로 보이며, 셀트리온 2상은 이달 말까지 300명 투여를 종료하고 3상으로 넘어가면서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건부허가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2상임상까지의 데이터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국내는 물론 전세계 규제기관들이 3상을 이어간다는 조건 하에 사용을 승인해주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12월 조건부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며 정부와의 협업이 잘 이뤄져 올해 안으로 승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 회장은 "승인은 물론 재고 수준도 중요하다. 전세계 항체치료를 다 만들어도 2000만명 분인데, 이것으로 미국, 유럽을 모두 커버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는 10만명 분의 재고만 있으면 되는데 셀트리온이 150만~200만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항원진단키트를 통해 전국민 검사를 시행하고 항체치료제를 모두 투여하는 것을 두 서너 사이클을 돌면 우리나라가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내년 봄쯤 마스크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코로나 청정국을 만든 후 은퇴를 선언했다. 내년부터 집에서 하는 피검사 방법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고령화로 인해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사, 병원, 예산 모두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원격진료로 가야 하고, 더 나아가 AI(인공지능)원격진료로 가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AI원격진료 도입을 하려면 사회적 대타협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집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당뇨병 자가검사기기 같이 소량의 피만으로도 혈액검사가 가능한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검사에는 바이오, 나노, 가상현실, AI 기술이 들어가고 기술융합으로 가야 한다"며 "내년에 제약회사 서열 30위권인 셀트리온그룹 회장 자리를 은퇴하고 스타트업을 만들어 이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원격의료를 하려면 피검사 자가 시스템은 물론, 빅데이터 개편과 약사법 개정 등 플랫폼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각 가정에 진단장비 가정에 있어야 하고 모든 병원 데이터들이 빅데이터로 모아져 어떤 의사든 환자의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원격진료의 효과가 있으려면 약사법을 개정해서 바로 처방 약을 배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이 시대로 넘어갈 것이다. 제약, 병원 중심의 헬스케어 산업이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