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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선샤인액트 시작…5년 먼저 시작한 미국은?

    소수 의사가 이익 86% 독식…제약회사 마케팅 제한 강화 추세

    기사입력시간 2018-01-03 06:00
    최종업데이트 2018-01-03 06: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시행되면서 향후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판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제조사 등이 의사에게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설명회 시 식음료 등 제공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을 하면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 작성하고 영수증이나 계약서와 같은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하며, 복지부 장관이 요청하면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단순 자료 보관을 넘어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제조사 등이 의사에게 건당 10달러 이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의사의 소속과 이름을 포함, 경제적 이익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데이터를 완전히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5년 앞서 한국판보다 더 강력한 선샤인 액트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미국에서 선샤인 액트는 의사가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제조사 등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을 때 생기는 잠재적인 이해 상충을 투명화하고, 특정 회사로부터 얻은 경제적 이익이 특정 약물이나 기기를 사용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2010년에 법안이 통과돼 2013년 8월부터 발효됐고, 2014년부터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 페이먼트 데이터(Open Payment Data)를 공개하고 있다.

    사례금이나 학회 참가비 지원, 식음료, 강연료, 연구 장려금, 스톡옵션 등으로 10달러 가치 이상 받는 내역은 모두 보고 대상이 되고, 연간 총액이 100달러를 넘으면 10달러 미만 소액 아이템이라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제도 시행 이후 2016년까지 약 250억 달러(한화 약 26조 원)에 관한 4077만 건의 기록이 공개됐다.

    또 홈페이지에서는 'Find Your Doctor's Payment'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은 자신의 주치의가 어느 제약사로부터 어떤 경제적 이익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치의 이름을 입력하면, 같은 성과 이름을 가진 의사의 목록과 의료기관 주소가 뜨고, 해당하는 주치의를 선택하면 매년 항목별로 얼마를 지원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주치의에 대한 업데이트 사항을 메일로 받을 수 있다.
     
    사진: Find Your Doctor's Payment 화면 예시

    대상 의사 중 5%가 경제적 이익 86% 차지

    CMS는 공개 항목을 늘리는 등 정보 공개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의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리스트에 오른 의사 대부분 기업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이익이 매우 적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CMS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3만 2000명이 기업으로부터 80억 달러 가치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 평균(mean) 3242달러 수준이다. 2016년에는 63만 1000명이 81억 8000만 달러를 받아, 평균 3289달러로 전년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중앙값(median)이다.

    2016년 미국 하원 의료자문위원회(MedPAC)에서는 "2015년 기업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이익의 평균가는 3242달러였지만 중앙값은 157달러로 매우 낮다"며 "일부 소수의 의사가 매우 높은 경제적 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의 86%를 리스트에 오른 단 5%가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영향을 받는 의사는 저 5%만이 아니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21%가 오픈 페이먼트로 시장조사 참여를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미국약국구매조합(APPA)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의 영업사원 규모는 정점을 기록했던 2006년 10만 명에서 2016년 6만 5000명으로 10년 사이에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증빙서류에 자신의 이름이 노출된다는 점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벌써부터 일정을 거의 안잡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선샤인 액트 외에도 규제 강화하는 미국

    그럼에도 미국에서 제약회사의 경제적 이익 제공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Roy H. Perlis 교수팀이 2013년 선샤인 액트 데이터와 메디케어의 처방약보험(파트D) 처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과 더 큰 처방약 비용 간의 연관성이 발견됐다.

    2016년 5월 PLoS One에 게재된 논문에서 Perlis 교수팀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 폭이 매우 다양하지만, 외과 의사를 제외하고 더 많은 경제적 이익과 더 많은 약제비 지출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비영리 인터넷 언론인 프로퍼블리카가 2016년 3월 발표한 분석 결과에서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사는 일반적으로 아무것도 받지 않은 의사보다 오리지널의약품 처방률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시카고시의회는 오피오이드 위기를 인용하며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도 면허가 필요하다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새 규정에 따라 방문한 의사와 제공한 자료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버몬트주에서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2017년 캘리포니아 주 상원에서는 제약회사가 여행경비, 강연료, 식사, 컨설팅비용 등 기타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현재 주의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의사 개인 규제가 아닌 이해상충 푸는 정책 필요

    이런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마케팅 제한은 의사들의 처방 행동 패턴에도 변화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UCLA Ian Larkin 교수팀은 미국 대학병원들이 영업사원의 디테일링을 제한하자 의사들이 오리지널에서 제네릭으로 처방을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사협회지(JAMA) 2017년 5월호에 발표했다.

    '디테일링'이라 알려진 영업사원의 의사 방문은 제약회사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형태다. 디테일링에는 종종 의사와 스태프들을 위한 식사 등 간단한 선물이 동반된다.

    연구팀은 6년간 19개 대학병원의 정책과 미국 내에서 60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8개 주요 약물 계열의 262개 의약품에 대한 의사들의 처방 행동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테일링을 제한하자 의사 5~10%가 처방을 오리지널에서 제네릭으로 바꿨고,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은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디테일링이 의사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제시했다.

    Larkin 교수는 "어떤 의료기관도 영업사원 방문을 완전히 금지하지 않았고 영업사원들도 의사를 계속 방문했다"며 "가장 일반적인 제한조치는 식사 및 기타 작은 선물 금지였다. 여전히 영업사원의 콜은 허용하면서 선물을 규제하는 것이 저렴한 제네릭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사실은 식사와 같은 선물이 의사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연구결과는 개별 의사를 모니터링하고 규제하는데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 상충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미국 카네기멜런대 경제심리학과 George Loewenstein 교수는 "사회 과학적으로 오랫동안 전문가들, 심지어 선의의 사람들도 이해 상충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면서 "많은 연구 결과에서 단순히 이해 상충을 공개하는 것은 영향력을 줄이는데 불충분하며 심지어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결과는 규칙과 규정의 효과 및 필요성을 강조하고, 상충관계를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