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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 적힌 의료기기 재사용, 비도덕적 진료행위 아니다”

    일회용 금속성 척추 천자침 재사용한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정지 1개월 ‘위법’

    기사입력시간 2020-08-12 07:09
    최종업데이트 2020-08-12 07:0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회용 금속성 척추 천자침 재사용 행위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신경외과 전문의에 대해 처분사유가 없다며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신경외과 전문의 A씨는 일회용 금속성 척추 천자침을 멸균소독해 재사용해왔다. 새 천자침은 오히려 바늘이 날카로워 경막을 뚫고 들어가는 감각을 느낄 수 없어 의료계에서는 과거부터 깨끗이 소독해서 쓰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A씨는 천자침을 통상 1~3회 정도 사용해 왔는데 2016년 5월부터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기기에 대한 재사용이 금지되면서 천자침을 재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A씨가 2016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며 시작됐다. 건보공단은 A씨가 이전에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며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재사용 행위 자체가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비도덕적인 진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도 A씨가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했다는 점에서 건보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이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서는 안될 법령상 의무가 없다고 봤다.

    2016년 5월 개정된 의료법은 모든 의료기기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의료기기에 대한 재사용 금지가 도마 위에 오르자 2020년 3월 또 다시 의료법 개정이 진행됐다.
     
    2020년 9월 5일부터 시행될 개정안은 "의료인은 일회용 의료기기를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원은 새롭게 개정돼 시행 예정인 의료법에서도 모든 일회용 의료기기가 아닌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회용 의료기기만을 재사용 금지 대상으로 정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비록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대해 법령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일회용 의료기기만 재사용이 금지된다”며 “나머지는 재사용이 허용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와 의료 환경 등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일회용 표시가 있더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재처리해 재사용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인의 책임과 결정에 맡겨져 있다고 봐야한다"고 전했다.
     
    법원은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 감염 위험을 높이거나 재사용에 따라 해당 의료기기의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시술 실패 위험을 높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것이 의료인의 도덕성이나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서 A씨 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는 "의료기기가 일회용으로 허가가 나는 이유는 한번 이상 사용하면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재사용에 따른 안전성을 유지에 대한 입증 자체가 어렵고 지속적인 판매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런 이유로 미국도 일회용 의료기기더라도 멸균소독 이후 사용할 수 있다"며 “싱가폴과 일본 등도 이 같은 이유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해 방임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