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부당청구 금액은 약3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의료기관이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어겼다면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개원의 A씨가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하고 보건복지부가 내린 요양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이 적법하다고 확정했다.
이번 사건 현지조사에서 밝혀진 A씨 의원에 대한 부당 청구액은 299만 9750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부당금액에 따른 업무정지 처분은 0일이었다.
문제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A씨가 요양급여 관계서류 제출 명령을 위반하면서 붉어졌다.
복지부 현지조사팀은 A씨에게 현지조사 당시 요양급여 관계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나 A씨는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겠다며 23개월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제7조 제1항, 제5항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실시한 때에는 가입자 등에게 계산서, 영수증을 발급하고 그 부본을 요양급여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해당 사항을 어길 시,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로 인한 업무정지처분 기준이 부당비율과 액수에 따라 10일에서 최대 90일로 규정되는 것과 달리 일률적으로 1년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관계서류 중 진료기록부, 투약기록, 진료비계산서와 본인부담액 수납대장을 제외한 서류는 그 기간을 180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현행 건보법 제97조 제2항 및 건보법 시행규칙에 따라 A씨가 서류 제출 요청을 위반했다며 업무정지 1년을 부과했다.
이에 A씨는 "현지조사 전에 건보공단 직원에게 수납대장을 전달했으나 회수하지 못해 현지조사 당시 수납대장을 제출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수납대장 대신 동일한 내용이 입력돼 있는 전산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제출명령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수납대장 미제출은 모두 관계서류 제출명령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수납대장을 반환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건보공단이 수납대장 사본을 확보하고 원본을 즉시 반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산자료 제출에 대해서도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의 내용과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정상참작이 불가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산자료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수납대장을 제출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서 요양기관에게 관계서류를 작성하고 보존하게 하는 것은 급여비용과 부당청구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근거자료로 삼아 사후 통제와 감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관계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달성할 수 있는 공익 목적에 반하게 되므로 부당청구에 따른 업무정지에 비해 원칙적으로 장기간인 1년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