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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발달과 건강에 필수적인 우리 몸 속 숨겨진 장기, 장내미생물총

[칼럼] 김용성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교수·DCN바이오 부사장

기사입력시간 21-02-01 06:13
최종업데이트 21-02-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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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의료계뿐만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가장 관심을 받고있는 장내 미생물총에 대한 최신 연구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전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교수이자 DCN바이오의 부사장인 김용성 박사의 칼럼 '장내 미생물총과 건강'을 연재합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발달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장내 미생물총 기반 치료 등에 대한 기초과학적 내용과 임상적 이슈 등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우리들에게 우주적 상상력을 펼치게 해 주고 전 세계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영화다. 2019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필자가 장내미생물총 연구에 한참 관심이 많았던 때였는데, 시리즈 중 1999년에 개봉된 'Episode I: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이 어린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 혈액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 포스 능력 수치 '미디클로리안(midi-chlorians)'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장면이었다. 

콰이곤은 "미디클로리안은 살아있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미세한 생명체(microscopic lifeform)란다. 우리는 그들과 공생하는데(We are symbionts with them) 서로 상호적인 이익을 주는 관계지. 미디클로리안이 없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도 없고 포스에 대해 알지 못할 거야. 그들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말하면서 포스의 의지에 대해 얘기한다. 네가 마음을 조용히 하는 법을 배우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야"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에서 세포를 숙주 또는 인간으로만 바꿔 놓으면 어디선가 많이 듣던 이론이 아닐까? '인간과 공생하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미세한 생명체로, 이것이 없다면 인간이 살 수 없는 존재'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우리 몸에 공생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총(microbiota)에 대한 설명이다. 
 
최근 20여 년간 의생명과학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분야가 바로 인간의 건강과 미생물총에 대한 연구들이다. 우리 신체의 안과 밖에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세균, 바이러스, 고세균, 진균 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 피부, 구강, 비강, 질 등 신체 다양한 곳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공생 미생물총이 대부분 살고 있는 것은 바로 대장이다. 

현재까지 각 질환이나 건강과 연관되는 연구들은 대부분 이 장내미생물총을 통해 이뤄져왔다. 필자가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도 바로 이 장내미생물총과 연관된 것이다. 과거에는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항생제 등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를 연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로서 인정되고 있고,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살아있는 균을 먹거나 장내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오히려 더 건강하고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들을 통해 장내미생물총이 신체 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기능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미생물총은 인간이 소화하지 못하는 음식 성분을 대신 소화시켜 대사산물을 생산하거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 또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면역 장기인 위장관내에서 면역시스템을 발달시키고 조절하는 동시에 수많은 외부 병원균의 침투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장내미생물총이 뇌기능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뇌 축 이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장내미생물총은 인간의 생존과 발달에 필수적인 우리 몸 안의 '숨겨진 장기(hidden organ)'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장내미생물총이 인간의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로부터 당연하게도 장내미생물총이 건강하지 못하면 숙주인 인간에게 질병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림. 장내미생물총의 이상과 연관되는 다양한 질환들. Modifeid from Wang et al. Engineering (2017)

현재까지 장내미생물총의 이상은 과민성장증후군, 염증성장질환 등의 위장관 질환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병, 동맥경화증과 같은 대사질환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자폐증과 같은 발달장애나 파킨슨, 치매 등의 퇴행성 뇌질환까지 건강의 각 분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림) 

과거에는 미생물 배양을 이용한 연구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연구기법이 발달하면서 현재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방법을 이용해 장내미생물총과 인간 건강에 관한 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러 질환에서 장내미생물총의 역할이 알려지면서 이를 치료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꾸준하게 시도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장내미생물총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가 정밀의학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정작 의료인들은 이와 연관된 새로운 지식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내미생물총과 건강' 칼럼 시리즈에서는 장내미생물총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와 건강 및 질병에서의 역할,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나 분변이식과 같은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의 최신 지견을 다룰 예정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