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중소병원 매출 급감으로 낭떠러지..."세금 감면 또는 별도 지원금 필요"

    현장에서 본 코로나19 해결책은...수가 통한 감염시스템 보완‧공단 특별지원금 등 강조

    기사입력시간 2020-04-07 06:34
    최종업데이트 2020-04-07 09:2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소병원들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메디칼론을 이용한 의료기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선지급 요건 완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의료기관 융자자금 지원에 4000억원을 포함, 확진자 발생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보상에 배정된 예산도 7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다수 중소병원들이 매출급감을 이유로 경영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낭떠러지에 몰리고 있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이상운 위원장 "세금 유예 등 특단조치 필요해"
    이상운 코로나19 손실대책특위 위원장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코로나19 손실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6일 현재의 정부 지원책은 궁여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마저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병원이 한정적이라 실효성이 낮다는 게 이 위원장의 견해다.

    이상운 위원장은 "당장 우리 병원부터 24시간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일 수도 없고 선지급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매출만 줄고 있다"며 "회원 대부분이 지원 방안을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해결책으로 한시적 세금 유예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의료기관들은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재정지출로 세금납부를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곧 의료기관들이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분이지만 현재 세금 낼 여력이 없어 대출을 통해 세금을 내야하는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라며 "의료기관의 경우 세금체감률이 굉장히 높은데 많은 곳은 소득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회전이 되지 않는 현 상태에서 세금폭탄을 맞게되면 대한민국 의료기관 대부분이 재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세율을 20~30% 낮춰주는 것만으로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금 유예 등 지원책 관철을 위해 병원들을 상대로 손실액을 측정하고 보건복지부 등 단체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게 대책특의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 차원에서 지역 중소병원들의 손실액 등 근거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며 "관련 정부 부처와도 꾸준히 대화를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가체계로 시스템적 보완‧공단 특별지원금 등 필요"
     
       박양동 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

    재정적 지원과 함께 수가체계를 통한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양동 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은 "감염관리 역량이 대형병원들에 비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지역 중소병원들을 상대로 감염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이에 대한 감염관리 수가를 지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원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염관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수가 지원이 뒷받침되면 의료시스템적으로도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 회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5일 밝힌 '감염예방 추진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방안은 병원별 감염 예방 컨설팅 등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박 회장은 "중대본은 중소병원 등에 지역별 감염병 전문자문단을 구성하고 감염관리 역량이 취약한 의료기관에는 일대일 감염관리를 자문한다고 밝혔다"며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손실이 큰 의료기관에 특별지원금을 풀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전국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 자체가 큰 폭으로 줄어 청구액이 감소했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흑자금액을 지원금으로 전환해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송 서울성심병원장은 "급여비 선지급, 융자신청 정책 등 현재 지원 방향은 곧 다시 상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중소병원에 인공호흡기만 간신히 달아놓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지금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는 건보공단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추경예산이야 특별 재난지역에 거의 쓰인다. 이번 기회에 공단이 병상규모와 중소병원별 손실규모 등을 조사해 매출 감소가 많은 순으로 특별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운 위원장도 "저번 메르스 사태 때도 청구액이 줄어 공단이 큰 흑자를 기록했었다"며 "이번 사태는 공단에 더 큰 흑자를 기록하게 할 것이다. 공단은 흑자 폭에 대해 손실이 큰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쪽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부가 추가적인 의료기관 지원금을 마련하고 의료계와의 합의 과정에서 충분한 근거자료 제출 기회를 줘야한다는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들의 재정‧비재정적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국내 의료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정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개발연구센터장은 "의료기관 지원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보상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합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신 센터장은 "의료계도 정부와의 합의를 위해 충분한 근거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폐업기간과 손실 금액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지원대책을 증빙해야 할 것"이라며 "근거자료만 있다면 정부가 지원 재정을 더 늘릴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