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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염증 사살자는 장(腸)의 지시를 받은 첩자다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1-02-05 06:44
    최종업데이트 2021-02-05 08:4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영국의 첼리스트로 자클린 뒤 프레(Du Pré)는 5살 때부터 첼로를 잡아 15살부터 왕성하게 활동했다. 1962년 영국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자클린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로 평론가와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66년 다니엘 바렌보임을 만나 21살의 나이에 결혼하게 된다. 천재 지휘자와 첼리스트의 결합으로 둘의 협연 공연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1년 갑자기 전신의 통증과 이상을 호소하던 자클린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1975년에는 전신이 마비됐고 결국 1987년 숨을 거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연주자로서의 활동 절정기인 20대 후반에 은퇴하고 42살의 나이에 요절하게 만들었다.

    다발성 경화증은 난치성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뇌는 많은 세포로 구성돼 있다. 우리의 기억과 정보가 담겨있다고 생각되는 신경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점이 시냅스(synapse)다. 시냅스는 그리스어 'syn-(함께)'과 'haptein(결합하다)'의 합성어다. 뉴런이 신호를 각각의 표적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시냅스는 뉴런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Glia(신경 아교 세포(神經阿膠細胞))는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비 신경세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oligodendrocytes(희소 돌기 아교 세포), microglia(미세 아교 세포) 그리고 astrocytes(별 아교 세포) 라는 각기 다른 성질과 기능을 가진 세포들로 구성돼 있다.

    신경세포 간의 연결점인 시냅스는 생성과 소멸 자체가 다이나믹하게 이루어지는 구조적 가소성(structural plasticity)을 보인다. 시냅스 소멸은 뇌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신경 회로망 리모델링의 핵심 기전일 뿐 아니라 퇴행성 뇌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병리학적 현상이다. 시냅스 소멸에 문제가 있으면 뇌의 발생과 항상성 유지에 큰 악영향을 주고, 여러 뇌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T살해세포(cytotoxic T cell)가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해 살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microglia는 뇌 안을 돌아다니며 감시자 역할을 담당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일차적인 면역 반응을 담당한다. Astrocyte는 평소 대부분의 시냅스와 물리적으로 맞닿아 있으므로 신경 활성도 변화에 따른 시냅스의 구조적 소멸 시에 microglia에 비해 일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Astrocyte라는 세포는 수많은 잔가지를 가지며 이를 통해 하나의 astrocyte가 4개의 신경세포, 600개의 신경세포 잔가지들, 그리고 수만개의 시냅스들을 동시에 감싸 안고 있으며 신경세포와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astrocyte의 역할이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을 수동적으로 보조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astrocyte가 직접적으로 시냅스의 형성과 기능 강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상 뇌에서는 microglia가 유일하게 phagocytic capacity를 가지고 시냅스의 소멸이나 기타 청소 작업을 실시할 거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우리 뇌에서 가장 많은 세포 수를 차지하고 있는 특정한 astrocyte가 장(腸)의 지시를 받고 뇌의 염증을 물리적으로 제거한다는 논문 'Gut-licensed IFNγ+ NK cells drive LAMP1+TRAIL+anti-inflammatory astrocytes'가 1월 6일 자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자기면역성 뇌척수염(Experimental autoimmune encephalomyelitis, EAE)은 인간의 다발성 경화증과 유사한 동물 모델이다. 설치류의 EAE는 인간의 다발성 경화증과는 달리 위로 진행되는 근육마비를 확연히 보여주기 때문에 척수를 목표로 한 염증 반응이 실제로 존재함을 암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유전자와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기를 사용해 특별한 astrocyte subset을 찾아냈다. Fluorescence activated cell sorting(FACS) 분석을 통해 대조군 마우스와 EAE 마우스(Aldh1l1EGFP)를 비교, 뇌척수액 astrocyte를 266개의 항체를 사용해 스크린했다. High-throughput FACS에 단세포 RNA 시퀀싱, 그리고 CRIPR-Cas9 이용한 유전자 조작까지 더했다. 정말 대단한 수작업이다. 

    뇌막(腦膜, meninges)은 두뇌와 중추신경계(CNS)를 둘러싸고 있는 3개의 막을 통틀어 가리킨다. 뇌막에서는 염증이 생기거나 뇌막의 혈관이 터지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뇌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meningitis), 그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뇌로 가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뇌척수액(CSF)를 추출해 검사한다. 뇌막 근처의 astrocyte가 LAMP1(lysosomal-associated membrane protein 1)과 TRAIL이란 세포 사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astrocyte subset을 찾아냈다. TRAIL은 사멸(death) 수용체(DR5)와 decoy 수용체(DcR1, DcR2)라는 독특한 수용체 시스템 덕분에 정상세포는 보호하고 종양선택적 살상능을 가진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다. 'LAMP1+TRAIL+astrocytes'가 염증을 일으키는 T 세포의 사멸을 유도시킴으로 중추신경계의 염증을 차단한다. 항원이 유도하는 모델에서는 척수가 아닌 뇌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된다. 중추 신경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특별한 염증 장소들이 astrocytes subset 항원에 대한 특이성과 IFNγ를 생산하는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LAMP1+TRAIL+astrocytes가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유전자 가위 'CRISPR-Cas9'을 사용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특히 인터페론감마(IFNγ)가 TRAIL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것을 찾아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몸속에 38조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더구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지시를 받은 NK(natural killer) 세포가 우리 몸을 돌다 뇌막에 이르면 거기서 바로 IFNγ 단백질 발현을 일으키어 astrocytes가 항염증 작용을 하도록 한다. Astrocyte의 TRAIL 발현은 IFNγ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데 뇌막 NK 세포가 바로 IFNγ를 만들어낸다. 또한 NK 세포의 IFNγ의 발현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조절을 한다. 뇌 염증 사살자인 TRAIL은 장의 지시를 받은 첩자의 첩자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탈수초성 질환(demyelinating disease;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가 탈락되는 질병 중 가장 흔한 유형이며,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근육약화, 실명, 심지어 사망까지도 초래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LAMP1+TRAIL+astrocytes가 염증을 차단하는 경로를 더 잘 이해하면 MS와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대장 미생물 생태계의 조절을 통해 프로바이오틱 후보 물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 연구자인 미국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의 프랜시스코 퀸타나 박사는 2016년 선행 연구에서 MS 환자의 장 속에서 특정 세균이 증가한 것을 발견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일보 전진해 그 세균들이 뇌의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퀸타나 박사는 "지금까지 본인을 포함한 많은 연구실들이 astrocyte가 신경병증을 유발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이번 논문은 최소한 어떤 'a subset astrocyte'가 염증을 차단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최초로 보여줬다. 이런 현상을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유는 이런 세포가 균일한 하나의 세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세포의 다른 점을 분리하는 기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단일 세포 시퀀싱 경험을 통해 균일한 하나의 세포라는 생각의 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연구팀의 최근 다른 연구결과는 어떤 특정 종양암은 이번에 발견한 경로를 이용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이크로바이옴은 암의 공격을 방어하는 면역 치료제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다. 퀸타나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조절되는 astrocytes subset이 우리 신경계의 항염증 작용을 하며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 장이 뇌의 염증을 조절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이 존재한다는 중요한 개념이며 앞으로 뇌 병변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특히 뇌종양에 대해서도 가이드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념비적 연구가 될 것 같다.

    소화기관인 장과 생각하는 뇌가 신체에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특별한 신경세포와 면역경로인 '장-뇌 축'으로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매, 파킨슨병, 암, 비만 등 각종 질환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 많이 연구되고 관심이 넓어지는 분야다. 하지만 아직도 개인적으로 의문은 많다.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의 긍정적인 정서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마이크로바이옴은 대부분 장내에 존재하는데 장 조직을 벗어나 뇌까지 이동할 수 있는가? 반대로 뇌에서 보내주는 어떤 시그널을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인식해 장내의 NK세포가 사살을 준비하는 첩자가 되도록 훈련시키는가? 뇌 염증 사살자는 장의 지시를 받은 첩자인 것을 알고 나니 장을 더 잘 다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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