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스핌 인용
서울고등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3월 10일 동네의원의 집단 휴진투쟁과 관련, 의사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개원의들이 집단휴진하고, 의사협회가 이를 실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17일 의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에 대해 이같이 주문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2013년 10월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두 달 후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해 반대투쟁에 돌입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의사 77%가 찬성하자 3월 10일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동네의원 2만 8660곳 중 5991곳(휴진율 21%)이 휴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의료서비스를 제한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고, 개원의로 하여금 휴업을 강요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부당하게 제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5억원의 과징금처분을 내렸다.
[공정거래법 관련 조항]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①사업자단체는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1.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제1항 각호의 행위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①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1.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3.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이하 생략)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3.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를 말한다)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①사업자단체는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1.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제1항 각호의 행위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①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1.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3.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이하 생략)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3.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를 말한다)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의사협회가 휴업 결정을 해 일부 의사들이 휴업을 한 행위는 의료서비스를 거절하거나 제한한 행위에 해당하지만 집단휴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집단휴진이 부당한 경쟁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먼저 의료서비스의 가격이나 수량, 품질 등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상 의사들이 일부 휴업을 하더라도 휴업하지 않은 의원에서 종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원 역시 의료서비스 공급이 줄었다고 해서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의사휴업으로 인해 소비자 후생 감소, 국민 건강권 저하 등이 발생해 부당한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소비자의 불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업자(의원)의 공동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집단휴진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가격상승, 다양성 감소, 서비스 품질 저하 등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었고, 의사협회에 그런 의도와 목적이 있어야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는데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휴업이 소비자 건강권 침해 등에 해당해 부당한 경쟁제한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전문가가 분석한 '휴업일과 그 다음날의 진료서비스 공급 상황 비교' 의견서를 법원에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의견서를 보더라도 휴업 당일 의료소비자 1인당 소요 진료시간이 16.8분으로, 전년도 및 전전년도의 같은 날(월요일) 각각 12.8분, 14.2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길어 휴업으로 인해 진료시간 단축의 품질저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재판부는 "비록 휴업으로 소비자가 불편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의사협회나 개원의의 경제적 이익이나 이윤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을 하거나 의료서비스의 품질 저하를 계속 감수하게 된 것도 아니어서 부당한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재판부는 "의사협회가 휴업의 영향력을 이용해 의료수가를 인상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수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의사협회가 개원의들에게 휴업을 하도록 강요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의사협회가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기는 했지만 그 구체적 실행은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고, 휴업이 의사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의사협회가 의사들에게 휴업을 하도록 강제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의사협회는 휴업 불참자에 대한 제재수단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무런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찬반투표가 집단휴업에 반대하는 의사들로 하여금 의사에 반해 휴업을 하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휴업을 결의해 실행하는 방법으로 의료서비스 거래를 부당하게 제한했고, 의사들로 하여금 휴업을 하도록 강제해 의사들의 사업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은 집단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벌금 2000만원을 구형받은 노환규 전회장, 방상혁 전 이사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은 조만간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형 전 이사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