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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시기에 의협회장 맡은 이필수 당선인의 과제는 "의료계 내부 분열을 화합으로"

    임현택 후보 지지 '개혁파' 득표 무시할 수 없어...4월 의사면허 취소법·간호사 단독법, 5월 수가협상 등도 과제

    기사입력시간 2021-03-27 08:11
    최종업데이트 2021-03-27 09:03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이필수 당선인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이필수 당선인(전라남도의사회장, 의협 부회장)은 5월 1일부터 3년간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의료계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의협 수장을 맡은 이 당선인의 과제는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산적해있다. 

    27일 의료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당선인은 우선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던 각 후보자들 간 분열을 최대한 화합으로 이끌고 힘을 하나로 합치는 의협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4월부터 임시국회에 상정될 수 있는 의사면허 취소법, 간호사 단독법 등의 법안을 막아내야 하고 당장 5월 수가협상도 준비해야 한다.  

    이 당선인은 1차 투표에서 762표차로 2위였던 것과 달리 결선투표에서 1204표차로 상대 후보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필수 당선인은 결선투표에서 총 합계 득표수 전체 2만3665표 중 1만2431표(52.54%)를 얻었다.

    1차 투표 이후 결선투표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역의사회, 진료과의사회 등의 임원들은 이 당선인의 당선을 확신해왔다. 특히 이들은 임현택 후보를 통해 의협이 고소고발을 무기로 투쟁체로 변화하는 것보다 이필수 후보처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했다. 소위 의료계 보수층의 결집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최대집 회장 집행부에서 했던 것처럼 전략 없는 투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 생각한다. 반복되는 투쟁 주장에도 너무 지쳤다”라며 “상식적인 의사회원이라면 정부 급여화 정책에 반대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당에서 드러눕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일삼는 임현택 후보보다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이필수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필수 당선인의 당장 과제는 회원들 간 분열을 막고 회원들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2년간 회비 납부를 하고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한 회원 4만8969명이 선거인단이었다. 전체 활동의사수 약 12만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투표율이 1차 투표 52.67%(2만5796명)에 이어 결선투표는 48.32%(2만3665명)였다. 사상 첫 결선 투표 도입으로 역대 의협회장 선거 최다득표인 1만2431표를 얻었지만, 임현택 후보를 선택했던 회원들인 1만 898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소아청소년과의사회원들을 비롯해 임현택 회장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부정선거이고 선거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부정선거 증거를 내놓겠다”라며 “의협회비 납부 거부 운동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임현택 회장 지지자는 “의협의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회원들이 절반에 이른다는 증거다. 그만큼 의료계의 생존이 어렵다 보니 특단의 조치를 통해 의사들의 권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라며 "또한 기득권 의사회가 이끄는 의협이 아닌, 새로운 의협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의협의 재탄생을 원하는 회원들이 많다”라고 했다.  
     
    이 당선인은 9.4 의정합의 이후 상처받은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을 끌어안는 방안도 필요하다. 제대로 투쟁을 해보지 못하고 합의했다는 이유로 의협 선거는 물론 의협 활동에 무관심해진 이들이 많다. 이들은 의료계 현안에 쳐다보기도 싫고 어떤 의료계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의사면허 취소법이나 간호사 단독법 등이 상정될 수 있다는 것도 의료계에는 위협 요인이다. 이 당선인은 의협회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구성과 함께 현직 의협 부회장으로서 이들 법안 상정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의사면허 취소법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에 대해서도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 같이 범죄의 종류에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 면허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범죄 외에도 교통사고, 응급실 쌍방폭행, 임금 미지급, 위장전입 분양 등 의사의 고유 업무와 관계없는 분야에서 다양한 의사면허 취소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어 법안을 철회하거나, 강력범죄에 한정하는 수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은 25일 오전 나란히 간호사 단독법을 내놨다. 약사 출신인 서정숙 의원(국민의힘)도 조만간 간호사 단독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간호사 단독법은 간호사 처우개선과 동시에 간호사 면허,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업무범위 등에 대해 의료법과 별개로 규정사항을 정하고 있다. 특히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화하면서 PA(진료보조인력)제도를 합법화하거나, 간호사 고유 업무를 부여해 의사와 간호사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올해 5월부터 한달간 진행되는 수가협상도 당장 준비해야 한다. 의원급 수가협상을 맡는 의협은 2019년 수가인상률 2.7%, 2020년 2.9%, 2021년 2.4% 등을 기록해왔다. 이 당선인은 2020년 수가협상단장을 맡을 당시 1.5% 이하로 제시된 수가인상률을 설득 끝에 2.9%로 올린 성과가 있다고 자신한 만큼, 이번 임기 첫 수가협상 때도 회원들에게 선물로 안겨줄지 기대가 쏠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필수 당선인은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코로나19 이후에 생존이 어려운 개원가 회원이 많다”라며 "3년동안 회원들을 위해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협상과 설득이 중요하다. 지난해 일시적으로 봉합된 의정합의를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내부 갈등을 조율하고 화합을 만들어 내겠다"며 "투쟁에도 주저하지 않겠다. 우리 사회 깊숙한 의사 조직이 집단이기주의라는 생각을 변화시켜 전문가가 존중받는 의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