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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년 수가협상, 첫날부터 ‘밴딩 확대’ 정면충돌…의원 “1차의료 무너지면 의료 무너진다”

    대개협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 20%까지 하락…수가 현실화 없인 지속 불가능”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대규모 재정 투입 변수…공단 “재정건전성과 적정 보상 균형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6-05-12 10:34
    최종업데이트 2026-05-12 10:34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이 1차 수가협상을 실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수가협상이 시작부터 추가소요재정, 이른바 ‘밴딩’ 확대를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의원 유형을 대표해 협상에 나선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차 의료기관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놓였다며 수가 현실화와 밴딩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건전성과 적정 보상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며 난색을 표했다.

    지난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원유형 수가협상단(대한개원의협의회)의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1차 협상이 진행됐다.

    의원급 “50년 저수가 구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

    의원 유형 협상단은 첫 협상부터 1차 의료 붕괴 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근태 의협 수가협상단장 겸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협상이 단순히 수가 인상률 몇 퍼센트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 일상 의료를 지탱하는 1차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대한민국 건강보험 체계는 출범 당시부터 의료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구조를 바탕으로 지난 50여년간 1차 의료기관들의 희생 위에 유지돼 왔다”며 “개원 현장은 이제 더 이상 인내할 수도, 지속할 수도 없는 한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원 협상단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 하락과 폐업 증가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2024년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은 전체의 20% 수준까지 떨어졌고, 매년 1000곳 이상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1차 의료 현장은 국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의료의 출발점이자 지역 의료의 핵심 축”이라며 “의원들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 진료 접근권이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이어 “물가와 최저임금은 4~10%씩 오르는 동안 수가는 1~2% 인상에 묶여 있었다”며 “의원급이 무너지면 결국 환자들은 동네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상급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의원 유형 협상단은 정부의 대규모 의료정책 재정 투입을 수가협상과 분리해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반면, 지역에서 국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뚜렷한 지원 없이 운영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3년간 10조원 규모 재정이 투입됐지만, 의원급은 사실상 아무런 지원 없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현재 의원급 건강보험 진료비 점유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어 관련 자료를 준비해 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가장 강하게 요구한 부분도 밴딩 확대”라고 밝혔다.

    의원 유형 협상단의 가장 큰 요구는 밴딩 확대다. 현행 수가협상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정한 총 추가소요재정 안에서 각 공급자단체가 유형별 인상률을 나눠 갖는 구조다. 의료계는 이 방식이 공급자단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제로섬 협상’이라고 비판해 왔다.

    박 단장은 “공급자 단체끼리 제로섬 게임을 강요받는 나눠먹기식 수가협상의 폐단을 막기 위해 재정 토대를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는 21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국고 미지급금을 수가협상 재정 확대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법정 지원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에 투입해야 할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만큼, 이를 활용해 공급자 희생에 의존한 저수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 단장은 밴딩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채 공급자단체끼리 경쟁하는 현 협상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공급자단체들과도 공조해 밴딩 규모 선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 “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 우려…가입자 부담도 고려해야”

    하지만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에는 공감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남훈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1차 협상에서 중동 정세와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와 운영비 증가 등으로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적정 수준의 수가 보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고,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포괄 2차병원 지원, 1차의료 지원사업 등으로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상임이사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추진 등 추가 재정 소요도 예정된 상황”이라며 “현재 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에 근접해 있고 올해부터 재정 적자 구조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협상에서는 기존 SGR 모형 외에도 의료물가지수(MEI) 등 다양한 지표가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공단은 재정건전성과 적정 보상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여러 산출 모형 결과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상임이사는 “가입자 부담과 의료현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 합리적인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원 협상단과 건보공단은 오는 20일 2차 협상을 진행한다. 올해 수가협상 최종 기한은 주말을 제외한 5월 2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