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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잊혀지지 않는 2020년 여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료계의 미래다

    의료계에 부당한 의료현실 깨우치게 된 젊은의사 단체행동...앞으로도 올바른 의료정책에 다가서는 힘이 되길

    기사입력시간 2020-12-31 13:57
    최종업데이트 2020-12-31 17:0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올해 9월 4일 새벽 시간을 잊지 못한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메신저를 통해 각종 대한의사협회가 여당, 정부와 합의했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떻게 된 일인가”라는 물음표만 가득했다. 부랴부랴 알아보니 의협 관계자로부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게 웬 일. 의협 최대집 회장이 이날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과의 합의문에 서명하는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나왔다. 이어진 오후 3시 최 회장이 수많은 전공의들을 따돌려가면서까지 보건복지부와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렇게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으로 촉발된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끝이 났다. 그 이후에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란, 대혼란이었다. 전공의들은 진료 현장에 돌아가면서도 끝내 파업을 아쉬워했고 기존 집행부가 아닌 신비상대책위원회 인사를 대한전공의협의회장으로 선출했다. 본4 의대생들은 12월 31일 마지막날 국시 재응시 발표가 난 이후조차 상당한 마음 고생을 했다. 선배 의사들은 의약분업 이후 20년만의 파업이 이대로 끝난다는 허탈감으로 가득했다.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의료계 전체가 합의 당사자인 최 회장을 비롯해 누군가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 계속 됐다. 

    의료계는 올해 코로나19 유행 자체보다 전공의 파업에 더 큰 무게감을 둘 정도였다. 여전히 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3차 유행의 위기 상황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의료계는 불안한 확산세 속에서 묵묵히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아직도 가슴 한 켠에 파업 이후에 남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간직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국민 정서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달게 받겠으나, 올해 여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보여준 열정은 뜨거웠다. 젊은의사 단체행동에서 이어진 문제의식과 단결력, 실행력만큼은 눈부셨다.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은 의료계에 부당한 법안이 발의되거나, 국회나 정부로부터 의료계를 공격하는 발언이 한 마디라도 나오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언론에 제보를 하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취재 속도가 제보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의대생들은 의료계에 부당한 각종 악법에 대한 홍보자료를 만드는가 하면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칼럼 등을 읽고 학교에서 다 배우지 못한 의료정책을 공부했다. 전공의들은 각종 입법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전문의 시험 면제 조건의 코로나19 강제 인력 차출에 반대하는 등 여전히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울타리 안을 벗어나 개원의 또는 봉직의 신분이 돼야 의료계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냉정한 의료 현실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올해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계기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자신의 위치에서도 국회 법안 발의와 정부 정책 입안 과정을 지켜보고, 이에 따른 문제제기와 공론화 방법까지 두루 경험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료계의 미래다. 이들은 당장 학업과 수련으로 고되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들을 설득해내고, 올바른 의료정책에 한 걸음 다가서는 힘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올해 메디게이트뉴스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희망적인 소식을 전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