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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바이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가능…정부 추진력 아쉬움"

    이동호 교수 'K-마이크로바이옴프로젝트' 제언…과기부 이니셔티브 예타·식약처 가이드라인 마련 계획

    기사입력시간 2021-04-28 23:05
    최종업데이트 2021-04-28 23:05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며, 현재 유통 중인 백신, 치료제로 잡지 못하는 변이바이러스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이동호 교수는 28일 전혜숙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K-바이오헬스 포럼에서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환경 개선으로 코로나19는 물론 암, 면역질환, 치매, 파킨슨병 등의 예방·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K-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사진 = 마이크로바이옴 주제로 열린 K-바이오헬스 포럼 영상 갈무리.

    이 교수는 "최근 국내 식생활 변화에 따라 위암 보다 대장암 사망률이 증가했고,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150만명의 환자가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다"면서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 같은 면역질환, 소화기계질환은 물론 비만, 자폐증, 알레르기, 근감소증, 노쇠, 전신염증, 인지기능감소, 치매, 파킨슨병 등의 발병도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역시 장내미생물 환경에 따라 질환의 중증도가 달라진다. 장내미생물 환경이 나쁜환자는 코로나감염 후 중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현재 부족한 백신의 대안으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을 추진하면, 백신 못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관절 골절로 항생제를 투여해 위막성 장염(클로스트리듐)이 발생한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으로 정상인의 유익균을 투입하는 대변이식을 통해 완치했다. 또한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암 환자에게 약제에 반응하는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 면역항암제로 치료한 사례도 있다. 

    특히 현재 개발된 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중화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데,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하면 변이바이러스 대처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장내미생물 연구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숨어버리면 중화항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T세포 또는 NK세포 활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몸안의 유익균들이 면역세포를 강화시켜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해 세포 안의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와 백신이 나와야만 코로나19 게임클로져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사진 = 마이크로바이옴 주제로 열린 K-바이오헬스 포럼 영상 갈무리.

    그러면서 "장내미생물 환경은 단순히 소화기계 질환 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전세계 제약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김치 등 유산균 자원이 풍족한 한국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치료제, 백신 개발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 차세대 성장 엔진은 마이크로바이옴으로부터 점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 국회, 연구기관, 의료계, 산업계(기업) 등이 협업하는 K-마이크로바이옴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 영국 등은 국가주도 하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며 "코로나를 비롯해 각종 질병을 극복하려면 살아있는, 현실적인, 혁명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산학연 협동을 통해 K-방역을 넘어 K-마이크로바이옴 위한 국가적 클러스터 구축, 대규모 프로젝트 연구를 시행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아람 사무관은 "과기부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간 과제, 사업 추진에 있어서 아쉬움이 많고, 또 정부의 분절적 투자방식으로 인해 제대로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인정한다"면서 "이에 과기부와 농식품부, 복지부 등 7개 부처가 합동으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이니셔티브' 예비타당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 사무관은 "미국이나 영국 등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대해 국가 단위의 통합적 R&D체계를 구축, 대규모, 장기간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분절적이고 과제단위의 R&D 지원이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 전 영역의 R&D 사업을 마련해 기초 원천연구부터 융합연구까지 전 영역 커버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해당 예타 신청에 산학연병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추진하고, 기술 수요 등 최대한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기획,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치료제 육성과 상업화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오일웅 의약품품질심사과장은 "미래먹거리인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 커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2018년 5630만 달러 규모에서 167배 증가해 2024년 9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관련 파이프라인 200여종 중 미국, 영국 등이 대부분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의 세레스테라퓨틱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임상3상에 성공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에 대한 빠른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품질평가 가이드라인 개발에 서두르겠다. 이를 위해 지난해말 국내개발지원팀을 마련했고, 산학연병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가이드라인 안을 마련한 후 내년에 정식으로 발간해 마이크로바이옴치료제의 정확한 심사, 평가를 추진, 빠른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