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이성의 환자를 진료할 때 제3자를 입회하도록 하는 일명 '샤프롱(chaperone)' 제도가 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에 명시된다.
의사협회는 최근 '제3자 입회'를 명시한 의사윤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조만간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의견 수렴에 들어갈 예정이다.
샤프롱 제도는 의사가 자신과 성이 다른 환자를 상대로 유방검진, 부인과검사, 직장검사 등을 할 때 간호사나 보호자 등을 동석하도록 해 환자를 안심시키고, 성추행과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미 대부분의 의사들이 진료할 때 이런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환자를 성추행하는 등의 불미스런 사건이 이따금 발생하면서 환자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윤리연구회 등에서도 일부 의사들의 일탈로 인해 의사사회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윤리지침에 샤프롱제도를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특히 환자단체연합회는 2013년 모 한의사가 수기치료를 한다는 명목으로 여중생을 성추행한 사건을 계기로 '진료 빙자 성추행 방지법'을 제정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의료계가 제3자 입회 지침을 이번에 처음으로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협회는 2001년 11월 15일 '의사윤리지침'을 제정 공포하면서 제15조 제3항에 '의사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환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제15조 제4항에 '의사는 내진을 할 때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3자의 입회 아래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의사협회 정관 및 징계규정에 따라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2006년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들 조항을 모두 삭제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전 회장은 "샤프롱제도는 의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벨트와 같은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제3자 입회를 함으로써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환자가 의료인을 고발하더라도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를 확인할 수 있어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