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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법 개정안, 동어반복 오류로 약가인하 4차 과징금 근거 없다

    [칼럼] 최미연 변호사

    법률 재개정까지 일시적으로 법률과 시행령 사이 불일치 현상 발생

    기사입력시간 2018-05-30 06:00
    최종업데이트 2018-05-30 06: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리스트] 국회는 올해 3월 리베이트 약제 처분에 관해 약가인하 제도로 회귀하는 정책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남인순, 최도자 의원 대표 발의안)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올해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의 구체적 시행기준을 담은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필자는 지난해까지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에서 전문위원(변호사)으로서 각종 법령에 대한 체계자구심사, 행정처분 등을 자문하고 복지부 소관의 다양한 소송을 담당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개정안의 내용을 분석·검토해봤다. 그런데 약가인하 등 처분 규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개정법 제41조의2에 따르면, 1차 약사법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1차 약가인하를 처분하고 그 다음 5년 이내 동일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2차 약가인하를 처분한다. 그 다음 또 다시 5년 내 동일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3차 급여정지처분(과징금 갈음 가능)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징금 규정인 제99조 제3항을 살펴보면, 3차로 (급여정지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후 5년 내 약사법 위반행위를 한 경우 4차 처분을 받도록 했다. 이는 3차 과징금보다 가중된 금액을 부과하도록 하려는 취지로 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

    제99조 제3항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2항 전단에 따라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약제가' '다시 제2항 전단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경우' 등 앞의 제2항 전단을 반복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여기서 '제2항 전단에 따라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약제'란 '3차 과징금 처분을 받은 약제'를 의미하고, '다시 제2항 전단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경우'란 '2번 약가인하된 약제가 다시 약사법 위반행위를 해 3차 처분의 대상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3차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약제가 (4차 처분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3차 과징금 부과 처분의 대상(2차 처분 전제)이 되는 경우'로 해석돼 동어반복의 오류가 발생했다.

    이는 반복적으로 ‘약사법 제47조 제2항을 위반하여’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과도하게 이전 조항을 인용하는 방식을 취해 오히려 이 규정을 근거로 4차 급여정지(과징금부과)처분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간단히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4차 처분으로써 가중된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려는 의도를 실현하려면 제2항 전단을 반복적으로 인용할 것이 아니라, '제2항 전단에 따라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약제가 (중간생략) 다시 약사법 제47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라고 규정해야 한다. 향후 해당 조항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이며, 개정법 검토 과정에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개정법 제41조의2 제1항부터 제3항까지는 약사법 제47조 제2항을 3회 위반한 경우의 처분까지만 규정하는 문제가 있다. 4회 위반에 대한 처분을 하려면 별도로 4회 위반에 대한 4차 처분의 근거를 명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41조의2 제4항에서 일부 구체적인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나, 이는 1차부터 3차 처분의 구체적 기준이나 절차를 위임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은 4차 처분의 근거규정까지 시행령에 위임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99조 제3항 규정에서 4차 급여정지 처분을 전제로 과징금을 규정한 것으로 볼 때 4차 처분의 근거를 법률에 두는 것이 체계상 적합하다. 이에 따라 시행령으로 4차 처분의 근거를 두도록 위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약사법 제47조 제2항 위반을 4회한 경우에 대한 급여정지나 과징금 부과 처분 근거는 개정법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최근 복지부가 입법예고 중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보면 3차, 4차 위반으로 인한 과징금 부과처분의 비율을 달리해 규정하는 등 3차와 4차 위반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개정법상 4차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 처한다. 4차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다시 법률을 개정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법률과 시행령 사이 불일치가 발생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물론 4차 처분을 하려면 개정전 처분을 받고 5년 이내인 경우를 개정법상 1차 처분으로 본다는 부칙 규정에 따라 대략 15년~20년 이후가 된다. 4차 처분을 할 수 없는 실무상의 문제가 당장 발생할 상황은 아니지만 법령 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령은 특히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결되는 중요 법령 중의 하나다. 그만큼 법령을 개정할 때 입법적 공백이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비록 국회의원 발의법안은 법제처의 심사를 거치지 않지만, 국회 법사위 심사 등 여러 심사단계를 거치고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조회한 후 최종적으로 내용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이런 입법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