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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채널 인게이지먼트: 디지털로 소통하고 양질의 콘텐츠 제공하는 의학부의 중요한 역할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1-10-13 12:30
    최종업데이트 2021-10-13 12:3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 의학부 학술담당자가 의사들과 학술교류를 할 때 미리 약속을 정하고 병원을 방문해 대면 미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방문 약속을 정하거나 학술 자료를 전달하거나 의사들의 단순 질의에 응답하기 위해 이메일로 소통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인 교류 형태는 대면 미팅이었다. 자문위원회 회의나 연구자 미팅 같이 다수의 고객이 참여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혁신 속에서 제약회사들은 대면 미팅에 추가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런 멀티채널 인게이지먼트(Multichannel Customer Engagement)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디지털 또는 버추얼 인게이지먼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맥킨지는 2018년 ‘아시아에서 의학부의 진화하는 역할’이라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인게이지먼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Much more digital). 의사들은 온라인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주문형 정보(information on demand)를 찾으며, 그들 스스로 정보를 만들고 전파해 'online thought leader'가 되기 원한다며 의학부에 아래 3가지를 주문했다.(참고문헌1)

    1) Multichannel with improved reach: 디지털 세대가 온라인으로 진입함에 따라 멀티채널 모델로 소통의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2) Timely access and on-demand: 주문형 모델을 도입해 의사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학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3) Customized content: 고객 인게이지먼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객의 프로필과 선호에 따라 맞춤형 학술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회사 의학부는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Medical CRM)을 도입했고, 2020년 초 코로나19 발병 이후 고객과 대면 미팅의 어려움으로 이런 변화가 가속화됐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의학부 학술담당자가 의사와 어떤 디지털 인게이지먼트를 하는가? 여러 형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상 미팅(virtual meeting)과 이메일이다.(2)

    화상 미팅은 remote 또는 virtual interaction이라고도 하는데, 학술담당자와 의사가 줌(Zoom) 같은 온라인 시스템에서 만나는 것이다. 학술담당자는 다양한 자료를 바로 제시할 수 있고, 이동시간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팅 중에 기술적인 이슈가 생겨 흐름이 끊어질 수 있고, 고객의 반응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워 쌍방향 소통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초창기에는 고객들이 화상 미팅을 꺼리고, 시스템에도 익숙하지 않았으나 병원 미팅이나 학술대회도 화상으로 진행되면서 화상 미팅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없어졌다.

    이메일은 예전에도 사용했지만 디지털 인게이지먼트 측면에서는 사용 형태가 다른데 보통 approved email이라 한다. 일상적인 이메일이 아니라 행사 초대∙어젠다, 논문∙학술대회 요약, 기타 학술 컨텐츠를 정형화된 포맷으로 보내는 이메일이다. 이런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고(학술 컨텐츠라도 광고로 간주된다), 내용은 회사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compliant) 미리 승인돼야(approved) 한다. 담당자별로 자체 제작한 내용이 아니라 회사가 승인한 자료이므로 ‘approved’ email이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학술담당자가 만나는 주요 고객에게만 학술 컨텐츠를 전달할 수 있었으나 다수 고객에게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제약사로부터 유사한 이메일을 받게 되고, 개별화된 컨텐츠가 아니어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객에게 실제 도움이 될 만한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자문위원회 미팅, 연구자 미팅, 온라인 세미나(웨비나) 같은 다양한 행사를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미팅이 서울에서 진행되므로 지방에 계신 고객이 참석하기 어려웠으나 화상으로 진행하면 이런 제약이 없어진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경우도 시차만 극복하면 되므로 오히려 미팅 참석이 수월해졌다. 화상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는 참석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미팅 시간을 짧게 하거나 발표를 여러개로 쪼개거나 패널 토의나 질의∙응답 위주로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최근 중요한 변화는 의학부가 직접 웨비나를 기획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의학부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지만 웨비나는 짧은 준비 시간에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진행할 수 있고, 의학부는 학술 컨텐츠에 강점이 있으므로 고객 니즈에 맞는 웨비나를 진행할 수 있다. 추가로 질환∙제품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웹사이트 구축, 고객에게 온라인 서베이 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고객과 협력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시대는 급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있고, 고객이 정보를 얻고 소비하는 패턴이 달라지고 있으므로 앞선 언급한 바와 같이 회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의 인게이지먼트를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학술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태도도 진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KPI(key performance index) 설정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주요 고객과 미팅 횟수와 미팅 시간 정도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다양한 채널을 사용했는지, 디지털 채널 활용도, 화상 미팅, approved email, 화상 이벤트의 횟수 및 Medical CRM에 정보 입력 등 다양한 KPI 설정과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학술담당자의 관리자도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학술담당자에게 적절한 교육∙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의학부는 디지털 플랫폼 관리, 멀티채널 활성화, 학술담당자의 역량 강화 및 KPI 관리를 위해 별도 전문가를 채용하는 추세이다.

    한국 의사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의사 포털 메디게이트는 2020년 6월 의사회원 10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활용과 디지털 마케팅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웨비나를 가장 유용한 활동으로 평가했고, 그 다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제품 디테일과 정보 전달을 유용하다고 했다.(3) 제품정보 이메일, 영업담당자의 화상 디테일 활동과 SNS 채널등을 통한 정보전달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병원∙의원별 경향성은 유사했다.(3)

    본 설문조사는 마케팅 활동에 대한 평가이고, 이미 시행한지 1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현재 의학부 활동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품정보 이메일과 화상 디테일 활동에 대한 유용성이 낮게 평가됐으므로 의학부가 진행하는 화상 미팅과 approved email로 어떻게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림. 제약회사의 디지털 마케팅 중 유용한 활동

    멀티채널 인게이지먼트를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회사별로 자체적인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기도 하고 외부 시스템을 구매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외부 시스템도 다양한 채널이 산발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 시대이므로 제약회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채널을 포함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멀티채널을 통한 활동들이 단일 플랫폼에서 이뤄지면 고객들을 더 잘 이해해 고객과의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입력된 정보가 쌓이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별, 시기별, 지역별 등 다양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플랫폼이 학술활동 뿐 아니라 임상연구, 의학정보 서비스 및 의약품 안전관리 등 의학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시스템을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채널이나 플랫폼보다 더 중요한 성공 인자는 콘텐츠다. 그 콘텐츠는 최신 학술정보를 반영해야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고,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고객에게 개별화돼야 한다. 그런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의학부의 학술담당자이므로 앞으로 의학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이런 담당자의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다. 의학부가 양질의 컨텐츠로 고객에게 단순 정보가 아닌 intelligence를 전달할 수 있을 때 우리도 고객에게 의미있는 'insight'를 끌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서로 윈윈 관계를 형성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The Evolving Role of Medical Affairs in APAC: Three Imperatives for Pharmacos. McKinsey & Company. March 2018.
    2. Digital Medical Engagement: Ensuring Compliance. A FirstWord Futureviews Report. Jan 2021
    3. http://www.medigatenews.com/news/3415208067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바이엘코리아나 KRPIA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