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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전 진료한 외국인 환자, 알고 보니 명의 도용…자동차 3만대 수출액 '건강보험 먹튀'에 퍼준 셈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9-07-26 13:15
    최종업데이트 2019-07-26 13:16


    #58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꼼수 방지 필요    

    나는 2년 전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첫 진료를 받고 6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왔는데, 완전히 엉뚱한 사람이 되어 들어온 것이다.  

    급히 외국인 환자의 신분증을 확인했더니, 6개월 전에 왔던 환자가 이 환자의 명의를 도용한 것이었다.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수사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얘기만 듣고 이 일은 유야무야됐다. 

    당시 그 일을 겪으면서 “대체 이런 수법이 얼마나 흔하면 외국인이 많이 살지 않고 외래를 많이 보지도 않는 의사의 진료실에서도 외국인 건강보험 명의 도용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게 흔히 알려진 ‘외국인 건강보험 명의 도용’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돼있는 외국인 한 명의 건강보험증을 두고 외국인 여러 명이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도용하는 것이다. 개인 병원에서는 환자의 신분, 특히 외국인 신분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처음 내원할 경우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했고 기존 환자의 기록을 세세하게 기록해뒀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환자의 내원 기록을 세세하게 하지 않는 병원들이라면 이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무분별하게 악용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행위는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 건강보험 혜택이 다른 주변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미 외국인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소위 ‘천국’으로 소문나있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가족 한 명의 명의를 도용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온 동네 사람들이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 신분을 도용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 사용 진료건수는 파악된 것만 총 17만 8237건, 진료비는 40억원에 달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7월 16일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의무 가입 제도를 시행했다. 외국인이 필요할 때만 잠깐 건강보험에 가입해 비싼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건보료 먹튀’를 막기 위한 제도라고 한다. 그동안 외국인들의 먹튀로 인해 2013년부터 5년간 건강보험이 외국인들에게 손해 본 액수만 7000억에 달했다. 다시 말해 3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열심히 만들고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만큼의 돈을 의료비로 외국인들에게 퍼준 셈이다. 

    외국인 건강보험 명의 도용으로 줄줄 새는 구멍을 막아 보고자 시행하는 이번 제도에 대해 큰 환영의 말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잠깐 한국에 들러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외국인이 생길 수 있다. 진료실에서는 누가 진짜 외국인 당사자인지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할 각종 꼼수도 횡행할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외국인들을 상대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세밀하고 꼼꼼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