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세침흡인(FNA) 검사 모습
2014년 3월, 한 의사 단체는 국내 갑상선암의 과잉진단 문제를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라고 명명한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원전사고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국내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하는 것은 무분별한 검진 체계가 낳은 한국만의 기형적 산물"이라며,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1월, 의학 잡지 NEJM에 실린 'Korea's Thyroid-Cancer "Epidemic" — Screening and Overdiagnosis'라는 논문은, 1993년과 2011년 사이의 8년 동안 한국의 감상선암 진단이 15배 증가했지만, 사망률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논문은 국외에도 반향을 일으켜, 포브스(Why News About Thyroid Cancer Screening Doesn't Apply To Breast Cancer?)나 뉴욕타임스(Study Points to Overdiagnosis of Thyroid Cancer) 같은 유수 언론이 검진의 효용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 제기가 국내 환자와 의사 중 누구에게 더 부담을 줬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끼친 영향은 분명했고 갑상선암의 수술은 1년 사이 30% 급감했다.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의사연대의 주장에 반박했던 대한갑상선학회(이하 학회)는 올해 안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사들의 혼란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의 방향
지난 12일 대한갑상선학회는 춘계학술대회에서 '새로운 개정안의 방향: 변화의 흐름 앞에서'라는 세션을 마련해 새 가이드라인의 방향성을 공유했다.
정재훈 내분비내과 교수(성균관 의대)는 패널 토론에서 "과거엔 생각할 수 없었던, '수술하지 않고 환자를 지켜보는 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새로운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2010년에 학회가 만든 지침엔 0.5cm 미만의 결절은 검사하지 말자고 했는데, 2014년 과잉 진료로 언론에 문제가 되었을 당시 통계엔 갑상선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4만명 중 20%가 0.5cm 미만이었다"고 상기시키고, "이런 점에 비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 고민되지만, 권고안이 의사들을 보호할 수 있고, 그것을 제시하는 게 학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관 학회 위원들로 구성된 학회 태스크포스팀이 도출한 네 가지 사안을 보면, 1) 세침흡인(FNA) 검사를 시행하는 결절의 크기 기준 2) 갑상선암의 크기에 따른 수술 범위 3) 방사성요오드 치료의 용량과 적응증 4) 수술적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에 대한 적극적 관찰(Active Surveillance) 등이다.
그 핵심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검진 때 초음파상 결절이 0.5cm~1cm 사이인 경우, 무분별한 세침흡인 검사를 방지
2. 확진 받은 악성 종양이 1cm 이상이면 갑상선 전절제술(Total Thyroidectomy )을 고려하지만, 1~4cm인 경우(Grey zone) 에 한해 엽절제술(Lobectomy)도 고려할 수 있다.
3. 방사성 요오드 치료(RAI ablation) : 저위험군 루틴으로 권고하지 않음, 중등도 위험군 반드시 '고려', 고위험군 반드시 '시행'
4. (갑상선암의 치료 원칙은 수술이지만) 갑상선암이 저위험군이거나 다른 동반된 질환 때문에 환자가 바로 수술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의 위험과 이득을 설명하고 관찰할 수 있다.(환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변화의 흐름 앞에서'라는 세션 부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부분이다, )
2. 확진 받은 악성 종양이 1cm 이상이면 갑상선 전절제술(Total Thyroidectomy )을 고려하지만, 1~4cm인 경우(Grey zone) 에 한해 엽절제술(Lobectomy)도 고려할 수 있다.
3. 방사성 요오드 치료(RAI ablation) : 저위험군 루틴으로 권고하지 않음, 중등도 위험군 반드시 '고려', 고위험군 반드시 '시행'
4. (갑상선암의 치료 원칙은 수술이지만) 갑상선암이 저위험군이거나 다른 동반된 질환 때문에 환자가 바로 수술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의 위험과 이득을 설명하고 관찰할 수 있다.(환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변화의 흐름 앞에서'라는 세션 부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부분이다, )
ATA와 다른 FNA 가이드라인 : 0.5~1cm 크기의 결절?
2015년 ATA(American Thyroid Association,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엔 갑상성 결절을 초음파 소견에 따라 다섯 가지 가능성(Suspicion)으로 분류해 단계별로 세침흡인 시행 기준을 마련했다.
KTA(Korean Thyroid Association, 대한갑상선학회)가 새롭게 공개할 가이드라인은 ATA를 참고했지만, 세부적인 적응증에서 일부 이견을 보인다.
이은경 내분비내과 전문의(국립암센터)는 ATA가 2015년 공개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전체적인 맥락상 결절이 1cm 미만인 경우, 세침흡인에 대해 유보적 입장으로 기술됐다"라고 설명하고, "이전 권고안에 있던 '높은 위험도의 기왕력이 있는 경우 0.5cm 이상에서도 시행한다'는 내용이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임상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0.5~1cm 크기의 결절에 대해, ATA는 세침흡인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 미국갑상선학회(ATA)에서 마련한 세침흡인(FNA) 가이드라인 <사진 출처 : http://am2015.aace.com>
반면 이 전문의가 소개한 KTA 가이드라인의 새로운 세침흡인 기준을 보면, 1) 갑상선 초음파 소견을 K-TIRADS(국내 영상진단분류체계)에 따라 분류하고, 2) 세침흡인 기준은 현재인 0.5cm 이상으로 유지하되, 가능성이 큰 경우(suspicious nodule)로 한정하고, 3) 예외적인 경우(림프절 혹은 원거리 전이나 갑상선 외 침범(ETE))엔 1cm 미만에서도 시행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KTA는 ATA와 달리, 0.5~1cm 크기의 결절에 대해 조건은 달았지만 세침흡인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이가희 교수(서울의대)는 부연 설명을 통해 "ATA 가이드라인엔 세침흡인 기준을 1cm 이상이라고 제시하지만, 세부 설명엔 갑상선외 침범(ETE)인 경우 1cm 미만이어도 FNA를 권고하는 등 자가 모순적인 내용이 있다"라고 소개하고, "개인적인 생각에, 가능한 보수적으로 검사하자는 취지인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대해 청중의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한 방청객은 "기존 가이드라인이 환자를 위해 1cm 미만의 결절을 적극적으로 검사하자고 했다면,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환자를 적극적인 검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검사 기준을 느슨하게 잡되, 예외규정만 잘 두면 환자와 의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른 방청객은 "종양 크기보다 암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큰 그림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실제 사망자가 일 년에 몇백 명 수준인 암에 이렇게 많은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갑성선암 전문 병원을 경영한다는 한 방청객은 "결절이 작다고 조직검사 안 하고 넘어갔다가, 다른 곳에서 진단이라도 되면 개원 병원은 난리 난다"라며, "개원가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흔하게 발생하고, 한국 환자들은 착하지도 않으니, 지침을 새로 만들 때 신중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