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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의사인력 2700명 미배출 책임은 정부에...의대생들은 정부의 불법적 행태로 국시를 보지 못하게 된 피해자다

[칼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전라남도의사회장

기사입력시간 20-10-16 06:32
최종업데이트 20-10-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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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며 마치 농촌에 살면 의사가 없어서 환자들이 곧 죽을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했다. 연일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쏟아내더니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던 정부가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미응시로 인해 내년 당장 2700명 의사 인력 결원이 생기게 생겼는데도 태연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법적 근거도 없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며 일부 특권층 자녀의 의대 입학 통로라는 의혹까지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7년 11월부터 보건복지부 차관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석한 ‘공공의료 발전 위원회’는 8차례나 회의를 하고도 회의록조차 없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국시를 준비하면서 성실하게 학과 공부에 전념해온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본4 의사국시 대상자의 90% 이상이 시험을 거부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는 정부다.

해외에서 의료기관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듯, 우리나라는 전문의 진료를 받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쉬운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OECD 자료 중 자기 입맛에 맞는 극단적 자료만 선택해 마치 우리나라가 의사가 크게 부족해서 의료서비스를 못 받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한 정부를 향해 일어난 젊은 의대생들의 항거는 지극히 정당한 일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본4 의대생들의 의사국시를 볼모로 잡고 계속 말을 바꿔가며, 학생들에게 끝없는 굴종과 항복을 요구하는 치졸한 행동을 하고 있다. ‘시험을 보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어 추가적인 의사국시 응시 기회를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던 정부는 의대생들이 고심 끝에 의사국시에 응시하겠다고 하자 금세 말을 바꿔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8일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의대생 국시 문제를 두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자, 이번에는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추가 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다’고 말을 또 바꿨다. 심지어 모 국회의원은 ‘비겁하게 병원장들 뒤에 숨지마라’고 본인보다 몇 십년 어린 의대생들을 조롱하며 저격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린 의대생들이 이처럼 불공정한 정부에 고개 숙이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는 것을 지지하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만일 그들이 지금 굴종으로 의사면허를 취득한다면, 전문직의 자존심을 포기한 채 평생 패배감 속에 정부의 노예로 살아갈 운명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불어 정부와 여당에 경고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를 유발한 책임은 그동안 관련 전문가들과 아무런 논의없이 일방적인 정책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있다. 

만일 내년에 신규 의사 2700명이 배출되지 않으면 앞으로 수년간 대학병원의 수술 및 진료에 큰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인력 배치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편협한 생각으로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모든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을 뿐이다.

국민분들도 의대생들의 문제는 국민 여러분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만 듣지 말고, 사안에 관심을 갖고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올바른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지켜보고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 

불의를 향해 외친 의대생들이 국민에게 무슨 손해를 끼쳤는가? 오히려 의대생은 정부의 불법적 행태로 인해 의사 국시를 보지 못하게 된 피해자일 뿐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