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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보다 어려운 심평의학

    [청구&삭감⑧] 의학적 판단 무시…"비싼 재료 쓰기 무섭다"

    기사입력시간 2016-10-06 06:36
    최종업데이트 2016-10-06 08:23

    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모 병원 소아신경외과 A교수는 소아 뇌전증 수술에 사용하는 전극(subdural grid electrode)이 심평원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삭감 당했다.
     
    소아 뇌전증 수술에 쓰이는 전극의 심사기준을 심평원이 사례별로 달리 인정하고 있어 삭감이나 조정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A교수의 입장이다.
     
    뇌전증 수술은 1차로 경막 하에 전극을 삽입하고 뇌파기록을 파악해 병소의 패턴을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극으로 얻은 뇌파기록으로 수술을 어떻게 하고, 뇌를 얼마나 절제할 것인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것.
     
    A교수는 "뇌전증 수술은 필요한 뇌파기록을 수집하기 위해 적소에 충분한 전극을 삽입해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전증 수술 시 사용하는 전극은 다음과 같다.
     
    사진 : cephalon, thegearedlife

    그림에서처럼 하나의 전극판에는 여러 개의 채널(구멍)이 존재한다.
     
    채널은 4, 6, 8, 16, 32, 64 등 다양하며, 매번 수술의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뇌를 감싸는 방식도 달라 모양도 여러 가지다.
     
    쉽게 말해 우리가 반창고를 사용할 때 상처와 그 부위에 따라 반창고의 크기와 모양을 달리 붙이는 것처럼 이 전극판 또한 뇌의 위치에 따라 8채널의 전극판을 사용할 것인지, 16채널을 쓸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특히 소아의 뇌는 성인과 곡면이 다르고, 소아 뇌전증은 단순한 절제술보다는 다발성이거나 병소가 넓어 전극판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전극을 심평원이 뚜렷한 기준 없이 사례별로 심사해 삭감하거나 조정삭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아 뇌전증 수술에 16채널 전극판을 2개 쓴 경우, 심평원은 32채널 전극판 하나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삭감한다.
     
    A교수는 "심평원은 16채널을 2개로 쓰는 것은 결국 32채널이 되는 것인데, 왜 32채널 전극판을 쓰지 않고 16채널 2개를 사용했냐며 삭감하고 있다"면서 "보통 작은 채널의 전극판일수록 값이 비싸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16채널 전극판 2개를 쓴 값이 32채널 1개의 값보다 비용이 비싸 심평원은 32채널 값으로 조정해 나머지 금액을 삭감하는 것이다.
     
    A교수는 "소아의 경우 뇌의 곡면 때문에 큰 전극판을 사용하면 뇌를 제대로 덮지 못하고 들뜨게 돼 빈 공간이 생겨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또한 "정맥 등 기타 혈관을 피해 정밀 수술을 하기 위해서도 작은 채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A교수의 삭감 사례를 살펴보면, 심평원은 16채널을 64채널의 0.25로 조정해 나머지 비용을 삭감했으며, 16채널 1개 사용 시 전액 삭감, 20채널 2개와 8채널 사용 시 8채널을 삭감하는 등 다양했다.
     
    전체 삭감을 비롯해 비싼 채널 사용시 삭감 하거나, 값이 싼 채널 비용으로 조정해 삭감하는 등의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1차 수술시 16채널 3개와 32채널 1개를 쓴 환자가 또 다시 발작을 일으켜 2차 수술을 한 경우 16채널 1개를 추가로 사용했다고 청구하자 심평원은 16채널 1개와 32채널 1개를 삭감하기도 했다.
     

    '이의신청' 행정업무 부담
     
    이에 실제로 A교수가 있는 병원은 특정기간 1년 동안 50건이 넘는 전극 삭감을 당하기도 했다.
     
    A교수는 "사실 소아 뇌전증 수술 시 전극 사용은 환자마다 뇌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무런 기준 없이 사례별로, 혹은 비용에 따라 삭감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급여항목이 분명하고, 환자를 위해 최선의 수술을 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지속적인 삭감을 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평원의 ‘뇌전증수술 중 진단을 위한 전극삽입술’ 급여기준 고시를 보면, 뇌전증의 외과적 수술치료와 동시에 시술 시에는 소정수술료의 50%(종합병원은 70%)를 인정한다는 문구만 나와 있을 뿐 전극의 개수와 크기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또한 A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 이의신청하면 심평원이 상당수를 다시 인정하고 있어 불필요한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A교수는 "부당한 삭감이라 생각해 심평원에 이의신청하면 상당수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수술사진, 기록 등 미주알 고주알 모든 것을 작성하고 설명해야 한다"면서 "진료를 봐야하는 시간에 행정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