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2017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누가 받을까? 이제 7월이지만 빨리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미리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현재 엠디 앤더슨(MD Anderson) 암센터에서 면역학 부분을 이끄는 제임스 앨리슨 (James Allison) 박사가 받지 않을까 예상한다. 앨리슨 박사는 "면역계의 핵심적인 분자 브레이크 시스템을 억제함으로써, 면역계의 암 살상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25년에 걸쳐 입증해 왔다.
해당 분야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과 그 발견의 사회적 공헌도를 살펴보는 것 외에 이렇게 노벨상 수상을 점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레스커상의 수상 유무이다.
성공한 광고기업인이자 자선사업가로 건강·의료 연구 증진에 관심이 많았던 앨버트 래스커와 그의 아내 메리 래스커가 설립한 이 상은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1945년부터 한 해에 한 차례 의학 분야에 큰 기여를 한 이에게(현재 생존자에 한해) 수여하는 상이다. 지금까지 86명의 래스커 수상자들이 노벨상을 받았으며, 이 중 32명은 지난 20년 내에 수상하였다.
제임스 앨리슨 박사는 2015년 래스커상(임상의학 연구부문)을 수상하였는데, 면역 항암제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암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를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암 치료법은 약물을 이용하여 암을 초래한 돌연변이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종양이 약물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면역요법, 특히 면역관문 억제요법(checkpoint blockade therapy)은 몇 가지 점에서 전통적 암치료법과 다르다.
첫째, 면역요법은 면역계로 하여금 암을 공격하게 하며, 특히 면역관문 억제요법은 T세포로 하여금 종양을 공격하게 한다. T세포는 세포 표면에서 돌연변이나 외부에서 유입된 펩타이드를 탐지하는데, 면역관문 억제요법으로 치료받은 T세포는 새로운 돌연변이를 인식하게 된다.
둘째, 적응성(adaptability)이다. 인간의 면역계는 동적 시스템이므로, 종양이 변화할 경우 면역계도 따라서 변화한다. 종양이 공격을 받아 죽을 때 또 다른 항원을 만들어내지만 T세포와 B세포는 새로운 항원을 공격할 수 있는 세포군들을 더 만들어내는 적응력을 발휘한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과 비교하여 세 번째 차이점은 T세포는 자체의 “기억(memory)” 기능이다. 특별히 암세포에서 유래되거나 변형된 돌연변이를 T세포를 통해 기억을 계속 보유하므로, 향후에 종양이 다시 발생할 때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T세포를 동원하여 종양을 공격하게 된다.
사실, '면역계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론을 처음 제기한 인물은 폴 에를리히(Paul Ehrlich)이다. 1909년 에를리히는 "면역계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항체를 이용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앨리슨 박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25년 동안 거의 'CTLA-4'라는 단백질, 즉 'T 세포에 있는 항원4'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다. 이 단백질은 T세포의 활성의 강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앨리슨은 'CTLA-4'에 브레이크를 거는 'Anti-CTLA-4' 단클론항체를 만들어 활성을 차단함으로써, T세포의 암 살상력을 증강시키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2011년 여보이(Yervoy)가 면역 항암제로 FDA의 승인 허가를 받았다. 특히 평균 기대수명이 1년 미만인 전이성 흑색종을 여보이로 치료한 경우 환자의 수명을 무려 10년이나 연장시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여보이를 시작으로 하여 2014년 후반 거의 동시에 허가를 받은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와 옵티보(Opdivo), 2016년 허가를 받은 PD-L1을 억제하는 티센트릭(Tecentriq) 등 면역관문 억제제들은, 암환자의 삶의 질을 눈에 띄게 개선시킨다. 그러므로 면역 항암제의 경제적 가치는 비싼 비용을 훨씬 상회하며 화학요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면역 항암제가 아직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다른 치료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많은 임상을 통하여 면역 반응을 강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고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를 통하여 면역 항암제의 효용성이 증명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면역 항암제와 기존 항암 치료제의 병용 투여 방법으로 조만간 대다수의 암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면역 항암제의 개척자인 제임스 앨리슨 박사가 이번 가을에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