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 전문의 포함 논란
정부는 병원들의 질을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여러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병원들을 관리 감독한다.
병원의 질적 관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의료인 1명당 환자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의사, 간호사의 담당 환자수가 적을수록 환자 한명에게 더 세심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질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라 의료인 1명당 환자수를 정해 놓았다. 특히 이것은 질적 수준에 따른 차등 정액수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요양병원은 최고 수가를 받기 위한 1등급을 받으려면 환자 35명당 1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70명의 환자를 입원시키는 병원의 경우 병원장은 2명의 의사를 고용하면 최고 등급의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병원장이 사용할 수 있는 큰 꼼수가 있다. 바로 한의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의사보다 한의사의 인건비가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겉으로는 양한방 협진의료를 하고 있다는 좋은 명분도 생긴다. 그런데 한의사를 고용했을 때 큰 문제가 있다. 병원 등급을 맞추기 위한 목적은 달성하는데, 한의사가 환자의 주치의가 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의 환자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다른 의료기관에서 여러 병들을 앓고 요양병원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원 중 여러 병적 상태가 다발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이들의 주치의로서의 역할이 극히 제한된다.
환자가 그동안 꾸준하게 한방 의료를 받아왔다면 몰라도 환자도 보호자도 당연히 주치의가 의사이길 원한다. 심지어 요양병원 원장이 한의사인데도 주치의는 의사이기를 원한다. 주치의가 한의사일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원장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1등급을 받았음에도 요양병원들의 수준 차이는 제각각이다. 70병상을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의사 2명인 곳과 의사 1명 + 한의사 1명인 곳의 담당 환자 수가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1등급을 받았음에도 실상은 의사 1명당 담당 환자가 70명이라는 촌극이 벌어진다.
이런 코메디가 벌어진 이유는 이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와 기관, 정치인들이 한방의료와 현대의료의 차이를 전혀 모르고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같은 말도 뜻이 다르고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데 그것을 하나로 억지로 묶으려 하니, 이런 요령과 꼼수만이 난무하게 됐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이런 일이 또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하도록 하는 치매관리법이 입법예고됐다. 이 조치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나는 강병원 의원이나 그 지적을 따르는 보건복지부가 학문도 현실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요양병원의 현실도 눈 감고 귀 닫고 모르는 척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또 하나의 똑같은 촌극이 재현되고, 정부는 통계만 보고 치매 안심병원의 질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할 것이며, 정치인은 그것을 업적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또 한번 후진국스러운 현실이 벌어지고 환자들과 보호자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기준보다 두 배의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세심한 진료를 기대하긴 어려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