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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턱이 아파요" 세계 1억명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불편함 덜어주려 직접 의료기기 개발한 의대 교수

    [헬스케어 CEO·MD 인터뷰] 신현우 아워랩 대표, 수면 자세·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구강내장치에 수면데이터 결합까지

    기사입력시간 2021-04-07 06:29
    최종업데이트 2021-04-07 10:24

    신현우 아워랩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구강내장치 '옥슬립'을 들고 있다. 환자가 구강내장치를 착용한 다음 자신의 상태에 따라 수치를 입력하면 실리콘 튜브를 통해 압력이 가해져서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주고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잘 때 구강내장치를 착용하면 턱이 당기고 아파요. 구강내장치가 아래턱을 앞으로 이동시켜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밤새도록 턱에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지요.”
     
    의사가 진료실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양압기나 구강내장치를 처방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곤 한다. 특히 구강내장치는 양압기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틀니처럼 간편하게 착용하면 되는 것처럼 보여도 환자들의 불편함 호소는 만만치 않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와 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이자 슬립테크 기업 아워랩(OUaR LaB) 신현우 대표는 진료실에서 숱하게 들었던 환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구강내장치를 만들어 착용해봤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환자들의 부담을 줄인 새로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200만명, 세계 1억명 정도로 추정되는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기도에서 기관지·후두·인두·코 안이 있는 부분)가 폐쇄돼 호흡이 멈추거나 감소해 수면 중에 자주 깨는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졸림, 인지 장애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심하면 고혈압,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대사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보통 국내에서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방법은 환자 10명 중 6~7명은 양압기, 2~3명은 구강내장치, 0.5~1명은 수술을 선택한다.   

    양압기는 특별히 고안한 얼굴 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기도로 불어넣고, 수면 중 좁은 기도를 일시적으로 확장시켜 준다. 하지만 크기가 크고 사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어 절반 정도는 중도에 포기한다. 구강내장치는 틀니처럼 위·아래 치아에 장치를 장착해 아래 턱을 앞으로 당겨 고정시킨 후 턱, 혀 등이 기도를 막지 않게 하는 장치다. 양압기보다 크기가 작지만 지속적으로 아래턱(하악)을 앞으로 이동(전진)시키는 만큼, 침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턱관절과 치아의 통증이 생겨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곤 한다.
     
    “구강내장치를 착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방법은 없을까?” 양압기의 중도 탈락율이 높은데 구강내장치도 대안이 되지 못하자 신 대표는 환자들을 위해 고민을 시작했다. 신 대표는 주로 환자들이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고 옆으로 누울 때는 변화가 없는 것에 착안했다. 그래서 똑바로 누울 때만 아래턱을 움직이고 옆으로 누울 때는 턱이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해 환자들의 부담을 줄인 구강내장치를 만들었다. 수면 중 자세 변화나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압력 수치를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게 했다. 

    신 대표가 지난 2018년 본격적인 구강내장치 개발을 위해 창업한 아워랩은 3년이 넘는 노력 끝에 올해 2월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구강 삽입형 기도 확장기인 '옥슬립(Oxleep)‘의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번 허가를 바탕으로 아워랩은 올해 상반기 옥슬립의 판매를 시작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준비한다. 기존 수입 제품 위주의 구강내장치와 완전히 다르다 보니, 다국적 회사들도 그를 궁금해한다는 후문이다.     

    신 대표는 "이전에 쓰이던 구강내장치는 밤새도록 일률적으로 아래턱을 처음 결정했던 거리대로 전진시킨다"라며 "옥슬립은 자세에 따른 무호흡-저호흡지수를 바탕으로 하악 전진거리를 결정한다. 옆으로 잘 때는 아래턱을 당기지 않아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구강내장치를 통해 아래턱을 전진시켜야 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기도의 막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같은 사람이라도 밤마다 상태가 달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밤마다 수면자세가 계속 바뀌고 수면시간과 깊이에 따라 바뀌고, 어떤 날은 음주로 기도점막이 부어서 기도가 더 막힐 수도 있다"라며 맞춤형 제품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아워랩은 단순히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의 평상시 수면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신 대표는 "옥슬립 사용자들을 통해 사용기록이 저장되고 사용패턴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적화된 수면 치료 알고리듬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최근 서울대병원과 아워랩이 수면다원검사 1만례를 바탕으로 수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옥슬립을 이용한 수면무호흡증 치료 방식은 수면데이터와 결합해 일종의 디지털 치료제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똑바로 누워잘 때와 옆으로 누워잘 때의 옥슬립의 원리. 옆으로 누워잘 때는 기도 확보가 유리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하악 전진의 부담을 줄였다. 자료=아워랩

    옥슬립, 똑바로 누우면 턱을 당기고 옆으로 누우면 당기지 않는 원리 

    -2018년 7월 수면다원검사 급여화 이후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검사 처방에 적극적이지만, 대학병원에선 수면에 관심을 갖는 진료과는 주로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비인후과 교수로서 맨 처음 수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7년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3년차 때였다. 당시 전 분당서울대병원 이철희 교수께서 '이비인후과 의사도 수면무호흡증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수면과 관련된 해외 학회에 다녀오고 논문을 읽고 연구도 많이 했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는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호흡기내과 등 여러 진료과가 모여서 논의하면서 연구도 같이 했다. 수면의학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질환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레지던트 4년차 때 수면무호흡증 진단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 문제 인식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에 진단이 되지 않는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200만명, 전 세계에는 1억명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을 전부 진단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전부 수면다원검사를 해야 할까. 어떤 환자들에게 수면다원검사가 더 필요한지 말해줄 수 있을까. 이때 필요한 바이오 마커를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진단 마커를 찾기 위해 군의관 대신 연구하는 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서울대 의대 기초교실에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과정에서 수면자세 변화에 따라 하악 전진을 다르게 설정하도록 한 옥슬립의 개발 원리는 어떻게 발견했나. 

    레지던트 때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치료한 다음에 치료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놓고 치료방법마다 평가기준이 많이 다른 것을 확인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수술을 하고 양압기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양압기를 계속 쓰도록 해야 한다.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있는데도 한가지 평가기준으로 결과를 판단했다. 그러다 보니 획일적인 치료법이 나오고, 치료 과정도 환자 입장에서 불리하게 평가됐다.

    수면무호흡증은 자세의존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면 자세를 반영하는 치료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통 환자가 똑바로 누워잘 때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이 더 심하고 옆으로 누워 자면 증상이 나아진다. 수면 자세 변화에 따라 가중치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같은 환자라도 다른 자세로 잠을 자면 수면무호흡증의 결과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수면자세에 따른 상태 변화를 연구했고 그 결과는 옥슬립의 개발 원리에 해당한다. 

    -수면 개선을 위한 구강내장치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의사 입장에서 진료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안전성이 확인된 진료만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현재 기술이나 의료 환경의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보통 10명의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있으면 상태에 따라 6~7명은 양압기를 처방하고 2~3명은 구강내장치를 처방한다. 수술은 0.5~1명 정도 받는다. 양압기 환자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환자 중에 절반은 중도에 포기한다. 환자들에게 양압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이 계속 진행되고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고 설득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양압기의 순응도는 만족스러지 못하다.

    양압기를 써야 할 정도로 중증이 아니거나, 양압기에 실패한 환자들에게는 구강내장치를 권한다. 양압기의 크기가 크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는 반면, 구강내장치는 틀니처럼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구강내장치의 순응도 역시 높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환자들의 불편함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구강내장치를 만들어서 착용해봤다. 휴대가 편리하고 착용이 간단하지만, 직접 착용해보니 치아나 턱이 아프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진료실에서는 환자들에게 '한두시간이 지나면 턱이 불편한 느낌이 풀어진다. 참고 쓰라'고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구강내장치도 양압기처럼 1~2년 뒤에 환자들의 절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옥슬립은 기존 구강내장치와 어떻게 다른가. 수면 자세 변화를 어떻게 제품에 연결시켜 개발했나. 

    수면자세에서 똑바로 누우면 보통 중력에 의해 턱과 혀, 목젖이 기도쪽으로 처지면서 옆으로 누울 때보다 기도가 쉽게 막힐 수 있다. 옆으로 누워잘 때는 이런 힘이 기도쪽으로 작용하지 않아 기도 확보가 유리하다. 옥슬립은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대다수에서 관찰되는 이런 자세의존성에 착안해 똑바로 누워잘 때는 더 당겨주고 옆으로 잘 때는 원위치로 아래턱을 두거나 조금만 당기도록 했다. 제품의 특허를 먼저 출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2016년에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의공학과 교수와 함께 시제품을 만들었다. 

    수면다원검사를 하게 되면 수면무호흡증의 진단과 중증도 평가를 위한 기준인 무호흡-저호흡 지수를 알게 된다. 수면 자세가 기도의 폐쇄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자세에 따른 무호흡-저호흡 지수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는 일률적으로 하악을 처음 결정한 거리대로 밤새 전진시키기 때문에 정작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옥슬립은 자세에 따른 무호흡-저호흡지수를 바탕으로 필요한 하악 전진거리를 결정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하악 전진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휴식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똑바로 누운 상태가 지속돼 추가 전진을 한 상태가 1시간이 넘으면 5분을 쉬도록 휴식 기능을 넣었다. 휴식 시간은 조절이 가능하다. 현재 옥슬립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완료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도 준비하고 있다.  

    -원래부터 창업을 염두하고 옥슬립을 개발한 것인가. 

    처음에는 기술이전을 하려고 의료기기 제조기업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의료기기 제조기업이 외국 제품의 수입 유통에 관심이 있고, 국내 기술의 상용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창업까지 하게 됐다. 개발 단계에서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공자 등이 회사에 합류해서 제품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처음에 옥슬립을 개발했을 때는 크기가 너무 크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기를 작게 하려고 구강 내에 배터리와 모터까지 넣었더니 혀가 있을 공간이 없었다. 또한 침이 있는 공간에 배터리를 두는 것도 안전성 문제가 염려돼 배터리는 입 밖으로 꺼냈다. 대신 구강내장치 부분을 최대한 가볍게 설계했다. 실제 착용하면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워랩 회사 주요 연혁. 현재 '옥슬립' 식약처 허가 이후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FDA 승인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구강내장치보다 환자 부담 줄이고,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조절 가능   

    -이 제품은 양압기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이득과는 다른 것인가. 또한 기존 구강내장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원래 구강내장치는 어금니까지 물려야 하지만 옥슬립은 입 안에 착용하는 부위가 훨씬 적다. 전체 어금니가 아니라 송곳니 다음의 첫 번째 어금니정도까지 착용하면 된다. 구강내장치의 앞부분에 있는 프레임을 통해 힘이 전달되고, 다른 물리적 걸림 장치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기존 구강내장치들은 이런 물리적 걸림장치가 어금니 바깥 부분에 몰려 있어서 크기와 이물감이 커진다.

    옥슬립의 디스플레이에는 메모리카드 사용시간, 아래 턱뼈가 전진한 거리, 필요한 압력 등의 수치가 나온다. 사용했을 때 효과도 확인할 수 있고 환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실리콘 튜브를 통해 압력을 주면 턱이 뒤로 밀린다. 아래턱을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힘이 실리콘 튜브를 통해 전달된다. 앞으로 2년 후쯤 개발되는 옥슬립 2세대 제품은 이러한 외부로 나온 부분을 없애고 날개 모양의 일체형으로 바꿀 것이다. 최종적으로 배터리와 모터를 입 안에 넣고 싶은데, 이건 기반 기술이 따라와야 한다.    

    -구강내장치는 치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의사가 처방을 하는 것인가. 양압기처럼 건강보험 지원이 가능한가.

    현재 양압기는 일정 시간 이상 사용을 지속하면 임대비용을 매달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준다. 하지만 구강내장치는 아직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병원별로 사용하는 제품에 따라 160만~300만원, 많게는 50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

    환자가 이비인후과, 치과에서 구강내장치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환자가 개별적으로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양압기 사용 중에 포기한 환자들의 대안으로 구강내장치를 처방받기도 한다. 양압기 사용 환자들의 40~50%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구강내장치를 일차적으로 사용해야하는 환자들도 많지만, 양압기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양압기를 선택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특히 경증이나 중등도의 자세의존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구강내장치를 써도 되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양압기를 선택하곤 한다. 중증 환자에 비해 양압기의 불편감을 이겨내야하는 이유가 적다보니 경증 환자들에서 양압기 탈락률도 높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물론 양압기 치료를 시작했으나 실패한 환자들이 일차적으로 구강내장치를 써야 하는 사용자들이라고 본다. 옥슬립을 유통하려는 곳 역시 양압기를 유통하고 있는 광우메딕스라는 의료기기 전문 유통회사다.  

    -구강내장치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사람마다 상황에서 맞게 맞춤형으로 처방할 수도 있나. 

    구강내장치를 통해 아래턱을 전진시켜야 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밤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기도가 막히는 정도가 달라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밤마다 수면자세가 계속 바뀌고 수면시간과 깊이에 따라서도 바뀐다. 어떤 날은 음주로 기도점막이 부어서 기도가 더 막힐 수 있다. 이것이 하악 전진거리가 개별적으로 조절돼야 하는 이유다.

    옥슬립의 경우 사용기록이 저장되고 이런 사용 패턴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 알고리듬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수면다원검사 데이터와 옥슬립을 통한 수면데이터를 결합해 앞으로 인공지능 형태로 수면에 대한 조언이 가능하도록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과 아워랩이 수면다원검사 1만례를 바탕으로 수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옥슬립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사용기록이 어느 정도 모이면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통해 적절한 하악 전진거리를 추천할 수 있다. 

    -옥슬립과 수면데이터를 결합해 어떻게 수면건강을 위한 개선에 활용할 것인가. 

    옥슬립을 이용한 수면무호흡증 치료 방식은 데이터를 통해 일종의 디지털 치료제로 변모해 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강내장치를 쓰다 보면 효과적인 수면 치료에 답이 나오고 자연스레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아워랩은 단순히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하드웨어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수면데이터 기술 기업이 되고자 한다. 옥슬립은 이러한 도전의 시작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가장 사적인 정보가 바로 수면데이터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수면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다량의 데이터를 모으기는 쉽지 않다. 아워랩은 적극적으로 수면관리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동시에 더 나은 치료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고자 한다. 구글이 핏비트를 비싼 가격에 인수한 것도 저장된 데이터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옥슬립의 진정한 가치도 이러한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식약처 허가 이후에는 국내 판매 전략은 어떻게 되는가. 이비인후과는 물론 신경과 모두 처방 가능하고 치과에서도 처방이 가능한가. 

    유통을 맡은 광우메딕스와 일단 올해 500대 이상을 판매하고자 목표를 세웠다. 가격은 양압기 수준에서 책정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제품을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를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싸면 환자가 이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치과 등 구강내장치를 처방하는 학회를 통해 집중적으로 알려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구강내장치를 필요로 하는 환자와 양압기에 실패했지만 치료가 여전히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구강내장치의 건강보험 등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면데이터를 모으게 되면 불면증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도 고려하고 있나.  

    불면증 또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수면 질환이다. 방대한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수집·가공·정제·분석한 노하우를 담아 수면의 질을 자동 판독하고 경량화된 수면 평가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모델을 경량화하는 엣지AI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경량화된 수면평가 모듈은 자연스럽게 불면증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무호흡이나 저호흡에 특징적인 행동으로 예측하면 수면무호흡증을 측정하는 호흡센서를 달지 않아도 호흡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현재 옥슬립에 적용된 센서만으로도 하악 전진을 결정하는 추가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
     
    아워랩 신현우 대표는 단순히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의 평상시 수면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소변에서 수면무호흡증 사전 진단하는 마커 국내외 특허 등록  

    -구강내장치 외에 그동안 해왔던 연구 중에 특이할 만한 것이 있나.  


    소변에서 수면무호흡증 대사체 마커를 발굴해 특허를 국내외에 등록했다. 한국 외에도 호주,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특허를 가지고 있다. 소변에 있는 대사체를 가지고 수면무홉증이 있는지 중증도는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면 수면다원검사를 빨리 진행할 수 있다. 소변에서 검출된 5-HETE와 5-OxoETE의 수준이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유의하게 높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이 운영하는 SSRN에 출판전논문(preprint)으로 제출한 상태이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들의 수면다원검사는 4~5개월씩 밀려있다.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을 먼저 사전에 진단해야 한다. 대부분 환자들은 중증과 경증이 뒤섞여서 대기만 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워낙 흔한 질환인데다 조기에 진단해 심혈관, 뇌혈관 질환 등을 예방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조기진단을 위한 손쉬운 스크리닝 방법이 필수적이다. 매년 수많은 건강검진이 이뤄지고 있어서 건강검진의 일부로 추가한다면 어떨까 한다. 어차피 진행하는 소변검체로 수면무호흡증의 가능성을 알게되고 상업화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소변에서 수면무호흡증 바이오 마커를 개발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했나.

    소변에서 수면무호흡증 바이오 마커를 발견하는 것은 절대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박사학위 과정까지 합쳐서 엄청나게 실패를 했다. 혈액으로도 해보고 단백질도 해보고 마이크로 RNA로도 다 해봤지만 전부 재현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대사체 연구를 하다가 소변에서 가능성이 높은 대사체 마커를 찾았다. 그래서 논문 출간을 미루고 특허부터 열심히 챙겼다. 바이오마커는 학술적으로 후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얼마 이상이면 양성인지 확인하는 레퍼런스 수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반 인구집단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상용화를 해내길 바란다. 

    진단 마커가 상용화될 때까지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레퍼런스 수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어느 수치 이상이면 중증이고 이하면 정상이라는 정보가 아직 불충분하다. 일정수의 일반인 대상으로 해서 실제로 소변의 정확도를 측정할 수 있는지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소변으로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주로 수면다원검사를 하는 병원에서 검사 처방이 이뤄지기 전에 소변검사를 해야 할까. 

    소변검사에 추가 검사를 할 수 있는 정기 건강검진 인원이 있고 주로 검진센터에서 활용해볼 수 있다. 그만큼 활용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회사가 이 기술을 상용화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기술이전은 됐는데 상용화를 시키지 못한다면 자칫 죽은 기술이 될 수 있다. 

    교수와 창업 병행은 힘들지만, 환자들에게 쓰일 좋은 기술을 만드는 보람 

    -현직 의대 교수로서 창업의 경험 이야기를 해보겠다. 교수직과 창업을 병행하면 힘들지 않나. 


    창업이 이렇게 힘들지는 몰랐지만 그만큼 쾌감도 있다. 지난해 가을쯤 옥슬립 상용화에 성공했을 때가 떠오른다. 새로 개발한 구강내장치가 생각했던 대로 움직이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제품을 만드는 것은 논문을 쓰는 것이나 박사 학위 학생을 배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본인의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오고 그게 생각했던 대로 움직일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창업을 해보는 것도 의사로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몸은 하나인데 24시간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많이 본다고 해도 혼자서 몇 명이나 보겠나. 환자들에게 널리 쓰이는 좋은 기술을 만드는 의사의 역할도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아워랩 대표로 임하고 있다.  

    -교수직을 병행하면서 창업할 때의 이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사업에 계속 집중할 계획인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할 일은 많지만 한 땀, 한 땀 가고자 한다. 앞이 꽉 막혔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하나씩 생긴다. 혼자서는 못하니까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고 동료가 생기기도 한다. 

    의대 교수 출신 창업의 장점은 환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임상시험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치료를 받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서로 맞교환이라는 것은 없고 돌고 돌아서 온다. 새로운 약이나 진단 치료기술이 만들어졌을 때 보험자, 의사, 환자의 3자가 다 만족하지 않으면 제대로 안착하기 어렵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 회사에서 부족한 역할을 채워줘야 한다. CEO의 역량은 교수나 의사가 하는 범주에서 머물지 않는다. 성장궤도에 오르면 CEO, CFO를 모셔와야 겠다는 생각도 한다. 

    선을 긋고 벽을 치는 것을 경계하고 두려워하고자 한다. 임상과 기초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처럼 필요하다면 이전에 없던 제도나 길을 만들어서도 해야하는 일을 할 것이다. 투자도 받고 매출도 내야 하고 포트폴리오도 더 강화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중요한 일이고 전부 맞물려 있다.  

    -창업을 원하는 의대생의 입장에서 임상 경험은 중요할까. 전문의 과정을 마치는 것을 추천하는가.

    임상경험이 있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의를 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적어도 인턴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당장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필요하게 됐을 때 그때 가서 임상경험을 쌓기는 어렵다. 의대생으로서 얻게 되는 지식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임상을 경험해보는 것이 의학지식이 어떻게 전파되고 받아들이고 활용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어서 좋다. 

    스타트업 경영에 관심이 많다면 바로 MBA 코스를 밟은 다음에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기술적으로 잘 이해하는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막연하지만 10년 뒤를 내다보고 미리 취사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임상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다른 의대 교수, 의사들이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그만큼의 시간적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괴물이 탄생한다. 안타깝게도 진료의 의무가 많은 의사는 병원에서 여유가 없다. 연구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늘어나거나 협업이 가능한 환경이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 기술이 구현되려면 누군가는 많은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 교수도, 의사도 바쁘고 힘든 직종이지만 CEO는모든 일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창업을 한 이후에도 매출 압박을 생각하면 굉장한 스트레스다. 

    -건강한 수면이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로 환자가 되기 전까진 사회적으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수면건강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정부, 또는 사회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저항성 고혈압의 90% 이상은 수면무호흡증을 가지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5년 생기면 고혈압이 생기고 10년이 지나면 당뇨병이 생긴다. 5년, 10년 뒤에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부터 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환자도 동의한다. 오늘보다 먼 미래에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치매 등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느껴야 한다.

    수면 자체를 대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수면과 치매, 수면과 우울증 등처럼 관련성 높은 질병과 연계하면 수면의 중요성을 설명하기가 한결 쉽다. 이후에 수면장애의 진단과 치료의 문제로 한 단계씩 더 나아가야 한다. 

    잠을 잘 못잔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불면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잠들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도 불면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또한 불면증을 하루 밤의 수면 상태를 측정한다고 해서 평가하기가 어렵다. 불면증의 진단도 어려운데 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도 어렵고 중증도에 대한 평가도 어렵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야 수면건강에 관심을 갖고 수면산업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하나둘씩 수면 건강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기업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수면건강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가능성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본다. 아워랩도 국민들의 건강한 수면을 위해 열심히 뛰고 끊임없이 진화하겠다. 
     
    신현우 아워랩 대표이사(M.D., PH.D.)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의학석사(이비인후과학)
    서울대 의대 의학박사(호흡기약리학)
    전 미국 스탠포드대 수면의학센터 방문교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 
    대한수면학회 연구이사 
    대한이비인후과학회·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영문학술지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