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수가체계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빠른 대량 검사를 가능하게 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행위별 수가체계'가 대량의 진단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은 6일 한국로슈진단 창립 30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계철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다양한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어떻게 한국은 그렇게 빨리 다량의 검사를 할 수있었는지에 대한 질의를 많이 받았다"며 "그때마다 정부의 긴급사용승인과 진단검사의학회 등 학회가 30여년 진단 시행과 결과의 질을 유지해온 점, 국내 회사들이 훌륭한 진단키트를 생산해준 점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19 시기에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졌고 진단검사 시스템의 질이 높은 국가들도 많으며 품질 좋은 진단시약 생산도 이뤄지고 있었다"며 "우리나라가 빠르고 정확하게 대량 검사를 실시할 수 있었던 명확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권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행위별수가체계가 빠른 시일내에 대량 RT-PCR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라고 봤다.
현재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포괄수가제(DRG)나 인두제로 통해 수가를 지불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종류와 양에 상관없이 정해진다. 즉 환자가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인 것이다.
인두제도 의료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나 실제 의료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지불 수가가 결정되는 제도를 말한다. 두 수가체계의 공통점은 실제로 이뤄지는 의료행위와 별개로 어느정도 진료비를 정찰제로 정해놓고 선불제로 지불한다는 점이다.
반면 행위별수가제는 진료행위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등에 별도 가격을 매겨 합산해 수가를 산정한다. 진료의 다양성과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과잉진료의 위험과 의료비를 급증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도 단점으로 지목돼 왔다.
권계철 이사장은 "DRG의 경우 진단비용에 있어 검사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동일한 비용만 지불된다"며 "인두제도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처치를 하고 검사를 하더라도 환자당 지불되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실 진단검사를 적게 하는 것이 의사와 병원에 더 큰 이득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유럽보다 빨리 대량의 검사를 수행할 수 있었던 환경과 인프라의 차이는 보험수가체계의 차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행위별로 수가를 계산하기 때문에 검사행위에 따라 보험급여에 차등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권 이사장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들은 수입의 10~15%를 진단검사를 통해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경영진은 진단검사를 위한 인프라에 평상시에 투자하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런 진단검사 인프라와 인력의 차이가 대량검사를 준비하고 실행가능하게 한 동력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