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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빚 내서 병원 개원하는데 지방에서는 개원 자체가 불가능...저수가 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20-11-13 16:55
    최종업데이트 2020-11-13 17:01

    #126화. 한 줄기 희망과 같은 '지역 수가 가산제' 

    대한민국의 의료기관은 90% 이상 대부분이 민간의료기관이다. 의사 개인이 직접 병원 입지를 고르고 빚을 내 투자를 해서 병원을 운영한다.

    이와 같은 민간 자유시장이라면 당연히 서비스의 비용을 공급자가 상황에 맞게 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그것을 일괄적으로, 매우 낮게 강제했다. 박리다매식 운영을 해야 병원이 겨우 돌아가게끔 수가를 낮게 정해 뒀기 때문에 아무리 외지에서 낮은 임대료 등으로 벌충을 해도 유동인구나 주거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개원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루에 40명의 환자가 와야 겨우 본전인 구조를 만들어 놓았는데, 하루에 30명밖에 오지 않는 지방에서는 개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수록 지방에서의 개원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것이 지금 지방 의료 몰락의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역 의료기관에 가산 수가를 적용하는 법률안을 지난 5일 대표 발의했다.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또한 “수가를 도심 지역에 비교해 상당한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했고,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서는 모든 의료수가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요양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시골에서 진료를 하나 도시에서 진료를 하나 동일한 돈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개원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도시 안에서 경쟁이 심하더라도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개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더욱 심해졌다. 이는 비급여 진료가 적은 필수과일수록, 장비와 인력이 많이 필요한 병원급일수록 사정이 심해 지역의 필수 의료 인프라는 몰락을 거듭했다. 그에 반해 도심의 병원 경쟁은 더욱 심해져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역세권 병원 천국 풍경을 만들어 냈다.

    지역 수가 가산제가 도입되면, 도심보다 적은 수의 환자가 내원하는 지역에서도 개원을 할 수 있게 된다. 도심보다 환자를 비교적 적게 진료해도 병원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은 올라가고 환자의 만족도도 올라간다. 이는 곧 지방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지방 거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지역 인프라의 큰 축을 담당하는 의료서비스의 개선이 주거 만족도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전체적인 수가 개편과 조정이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래도 현실을 무시한 정책들의 소나기 속에서 한줄기 희망과 같은 정책이 보여 다행이다. 이를 시작으로 더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