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의사에게 가혹할 만큼 낮은 수가

    내시경, 일본의 1/3 "정상적이지 않다"

    기사입력시간 2016-08-31 06:03
    최종업데이트 2016-11-28 23:41

     
    가톨릭의대 정대영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의료공급자인 의사에게 가혹할 만큼 낮은 수가를 보상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의료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정대영 교수의 지적이다.
     
    정대영 교수는 최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내시경 수가의 국제적 비교: 한국은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저수가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대영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내시경 수가는 영국의 1/14, 인도의 1/4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위장 내시경검사 수가는 병원을 기준으로 4만 2360원이다.
     
    반면 일본은 12만 6877원, 인도는 16만 6470원이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 등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가가 의료를 책임지는 유럽형 공공의료의 대표 격인 영국도 60만 7392원에 달했다.
     
    물론 시장의료 체계인 미국은 비영리 병원만 해도 329만 9038원이나 받았다.
     
    정대영 교수는 "극단적으로 높은 비용의 의료체계인 미국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듯이 극단적 저비용인 한국의 의료체계 역시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문제는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 극단 값을 갖는다는 것은 그 결과값을 결정하는 과정에 불합리 또는 부당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의료수가 결정 과정의 불합리성이 상대가치점수 산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심평원 공개 자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13년 전에 산정한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가
      
    심사평가원 공개 자료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상부소화관내시경 원가는 10만 66원.
     
    그는 "이 원가는 2003년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현재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의료수가는 원가의 절반도 채 되지 못하는 4만 2360원이다. 심지어 내시경 소독비용 원가 약 1만 9000원은 단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비용보상 구조에서 어떻게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결국 진료량을 늘이고, 의료인력 감축, 장비와 재료 저가화, 노후 설비의 사용기한 연장과 같은 방법으로 의료의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고 개탄했다.
     
    정 교수는 "2016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인력은 OECD 평균에 비해 1/2 수준이면서 2배의 병상을 운영하고, 의사의 진료양은 평균의 3배에 이른다"면서 "이처럼 비용 보전을 위해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정부는 내시경 검사를 4만원만 보험 수가로 보상하는 대신 부차적 행위인 수면진정으로 환자 주머니에서 10만원 쯤 털어 원가를 보전하라고 암묵적으로 종용하는 것은 정의로운 국가와 사회가 취할 바가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대영 교수 역시 “한 국가의 의료체계는 그 사회가 지향하는 복지와 건강, 노동과 삶에 대한 철학, 현실 정책의 복잡한 결과물이므로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내시경수가처럼 극단적 위치에 있는 문제들은 현세와 다음 세대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시급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